● 변방에서 중심으로…상승세의 대표팀
● 새러 머리 감독이 본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머리 감독과 인터뷰)
질문) 이번 대회 목표는?
강릉 세계선수권은 우리가 (우승을 차지해 3부 리그로) 승격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우리는 지난 3년간 승격하지 못하고 4부 리그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보신 것처럼 지금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올해야말로 우리가 승격할 수 있는 최고의 해입니다.
질문) 지난 2014년 이후 3년간 대표팀은 어떤 면에서 발전했나요?
3년 전과 비교해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제가 처음에 한국에 온 2014년에도 우리 선수들은 스케이트를 잘 탔고 슛이나 패스 능력은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상대의 압박 강도가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지난 3년 동안 많은 훈련과 경기를 통해서 경기의 흐름을 읽고 그때그때 대처하는 능력이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자심감도 생겼습니다. 과거에 우리 팀은 패배에 익숙한 문화가 있었습니다. 어떤 팀과 맞붙을 때 경기 전부터 이길 수 없다고 인정하고 시작했습니다. 제가 한국을 맡은 뒤 미네소타에 있는 한 팀과 매년 평가전을 치렀습니다. 첫 해에는 우리가 14대 0으로 크게 졌고, 두 번째 해에는 6대 0으로 졌습니다. 하지만 올 해는 우리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게 우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또, 지난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에게도 일방적으로 지지 않았고 중국에게는 사상 첫 승을 거뒀습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질문)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준 높은 팀들과의 경기입니다. 한국에서는 맞대결할 팀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초중고대학교는 물론 실업을 통틀어서도 단 한 개의 공식 팀이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공식 팀이 대표팀입니다.) 이 때문에 해외로 나가서라도 계속 경기를 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동안 해외 전지훈련과 경기를 통해 미국과 유럽의 수준 있는 팀과 맞대결을 하고 (여자 대표팀은 새러 머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1년에 두 차례의 해외 전지훈련(유럽 1회, 미국 1회)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선진 하키의 환경을 계속 접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질문) 이번에 남북 대결이 펼쳐지는 데 자신 있나요?
북한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강해졌고 이번 대회를 잘 준비해 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걱정할 것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의 실력을 모두 보여주는 것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북한과 처음 맞대결을 펼친 2003년 일본 아오모리 아시안게임에서는 10대 0으로 크게 진 뒤 내리 4연패를 당했지만, 머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4대 1로 완승을 거뒀습니다.)
질문) 평창 올림픽 목표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메달 획득 여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 모이면 득점이나 승패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했는지에 대해 얘기합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내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더 발전할 수 있고 최고의 날이 다가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 세계선수권 첫 우승, 평창 첫 승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머리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이번 세계 선수권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세계 최고의 팀들만 모이는 평창에서는 1승이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를 탄 대표팀이 사상 첫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한 번 더 탄력을 받는다면, 10개월 뒤 평창에서는 세계의 중심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누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쓸 극적인 드라마는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