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패배의 문화는 버렸다" 오늘부터 평창 신화가 시작된다!

강릉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개막, 새러 머리 감독과 인터뷰

[취재파일] "패배의 문화는 버렸다" 오늘부터 평창 신화가 시작된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오늘 개막하는 강릉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 A에서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합니다.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는 쉽게 말하면 4부 리그로 세계 랭킹 20위 권대의 6개 팀이 참가하는데, 여기서 우승을 차지하면 10위권대 팀들이 겨루는 디비전1 그룹 B로 올라갑니다. (아이스하키는 국가 간 실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세계선수권을 6단계(디비전)로 세분화해 치르고 있습니다. 각 디비전의 우승팀은 상위 디비전으로 승격되고 꼴찌 팀은 하위 디비전으로 강등되는 승강제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디비전2 그룹A의 출전국 가운데 네덜란드가 세계 랭킹 19위로 가장 높고, 호주가 28위로 가장 낮습니다. 우리나라는 23위, 영국 21위, 슬로베니아 24위, 북한은 26위입니다.)

● 변방에서 중심으로…상승세의 대표팀
여자 아이스하키팀 감격의 눈물
1998년 강원 아시안게임 출전을 목표로 급하게 만들어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년 가까이 말 그대로 변방에 머물렀습니다. 체육회는 물론 협회의 지원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인원을 채우기도 급급했던 대표팀에게 세계선수권 상위 리그로의 승격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하지만, 2013년 정몽원 아이스하키 협회장이 취임해 투자를 시작하고, 2014년 새러 머리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으면서 대표팀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2013년 5부 리그인 디비전 2 그룹 B에서 우승을 차지해 2014년 디비전 2 그룹 A로 올라왔고 이후로도 계속 전진했습니다. 2014년 세계선수권에서 1승에 2연장승을 거뒀고, 2015년에는 2승에 1연장승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4승 1패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 새러 머리 감독이 본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머리 감독과 인터뷰)
[취재파일] 여자 아이스하키 새러 머리 감독
대표팀은 지난 2월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승을 넘어 사상 첫 중국전 승리 등 3승을 거두며 비약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첫 우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사령탑, 새러 머리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대표팀의 지난 3년과 이번 대회 목표, 평창의 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머리 감독은 만 28살로 몇몇 선수보다도 어린 나이지만,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명문 미네소타 덜러스 대학 출신으로, 세계적인 명장인 아버지 앤디 머리 감독으로부터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았습니다. (앤디 머리 감독은 1997년과 2003년, 2007년 남자 세계선수권에서 캐나다의 우승을 이끌며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서 3차례 우승을 차지한 감독이 됐고, 1999년부터 10시즌 동안 NHL LA 킹스와 세인트루이스 블루스의 지휘봉도 잡았습니다.)  

질문) 이번 대회 목표는?

강릉 세계선수권은 우리가 (우승을 차지해 3부 리그로) 승격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우리는 지난 3년간 승격하지 못하고 4부 리그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보신 것처럼 지금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올해야말로 우리가 승격할 수 있는 최고의 해입니다.

질문) 지난 2014년 이후 3년간 대표팀은 어떤 면에서 발전했나요?

3년 전과 비교해서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제가 처음에 한국에 온 2014년에도 우리 선수들은 스케이트를 잘 탔고 슛이나 패스 능력은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상대의 압박 강도가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지난 3년 동안 많은 훈련과 경기를 통해서 경기의 흐름을 읽고 그때그때 대처하는 능력이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자심감도 생겼습니다. 과거에 우리 팀은 패배에 익숙한 문화가 있었습니다. 어떤 팀과 맞붙을 때 경기 전부터 이길 수 없다고 인정하고 시작했습니다. 제가 한국을 맡은 뒤 미네소타에 있는 한 팀과 매년 평가전을 치렀습니다. 첫 해에는 우리가 14대 0으로 크게 졌고, 두 번째 해에는 6대 0으로 졌습니다. 하지만 올 해는 우리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게 우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또, 지난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에게도 일방적으로 지지 않았고 중국에게는 사상 첫 승을 거뒀습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질문)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준 높은 팀들과의 경기입니다. 한국에서는 맞대결할 팀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초중고대학교는 물론 실업을 통틀어서도 단 한 개의 공식 팀이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공식 팀이 대표팀입니다.) 이 때문에 해외로 나가서라도 계속 경기를 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동안 해외 전지훈련과 경기를 통해 미국과 유럽의 수준 있는 팀과 맞대결을 하고 (여자 대표팀은 새러 머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1년에 두 차례의 해외 전지훈련(유럽 1회, 미국 1회)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선진 하키의 환경을 계속 접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질문) 이번에 남북 대결이 펼쳐지는 데 자신 있나요?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이번에 북한 출전 선수 명단을 보니 지난해와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번 북한 팀에는 이전에 없던 어린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에 현재의 전력을 예상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북한의 스타일은 거칠고 포기를 모릅니다. 북한 선수들은 슛이 날아오면 온 몸을 날려 이를 막고 다시 일어나 뜁니다. 열정적이고 정신력이 강한 북한의 스타일을 대비해서 우리도 준비했습니다.

북한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강해졌고 이번 대회를 잘 준비해 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걱정할 것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의 실력을 모두 보여주는 것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북한과 처음 맞대결을 펼친 2003년 일본 아오모리 아시안게임에서는 10대 0으로 크게 진 뒤 내리 4연패를 당했지만, 머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4대 1로 완승을 거뒀습니다.)

질문) 평창 올림픽 목표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메달 획득 여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 모이면 득점이나 승패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했는지에 대해 얘기합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내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더 발전할 수 있고 최고의 날이 다가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 세계선수권 첫 우승, 평창 첫 승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머리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이번 세계 선수권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세계 최고의 팀들만 모이는 평창에서는 1승이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를 탄 대표팀이 사상 첫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한 번 더 탄력을 받는다면, 10개월 뒤 평창에서는 세계의 중심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누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쓸 극적인 드라마는 이제 시작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