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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표선수들 학교 수업은 어떻게?"…진천 선수촌의 고민

[취재파일] "대표선수들 학교 수업은 어떻게?"…진천 선수촌의 고민
'국가대표선수의 요람'으로 불리던 태릉 선수촌이 올해 가을 충북 진천으로 이전합니다. 지난 2009년에 착공해 오는 9월말 완공될 예정인 진천선수촌은 48만평 대지에 18개 훈련 시설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훈련센터입니다. 무려 35개 종목의 1150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꺼번에 훈련을 할 수 있어 시설 규모와 수용인원은 태릉 선수촌의 3배 정도도 큽니다. 국가대표선수들은 빠르면 10월부터 진천 선수촌으로 순차적으로 이동해 훈련을 시작합니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선진국형 훈련센터의 탄생에 대한체육회는 큰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해결해야 할 몇가지 문제로 고민이 깊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선수촌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우선 직원들의 숙소 문제 해결이 시급합니다. 특히 선수들에게 삼시 세끼 맛있는 식사를 공급하는 식당의 직원들이 70여명 되는데 이들은 현재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진천으로 옮길 경우 숙소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직원들의 수급이 어려워집니다.
진천 선수촌 전경
대표선수들의 훈련 파트너와 체력관리 트레이너도 마찬가집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진천으로 이들을 데리고 가려면 역시 더 많이 비용이 발생합니다. 선수들의 부상과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 의사나 간호사 의료진들도 역시 구하기가 쉽지않습니다.

이런 일들은 예산만 더 확보된다면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결코 쉽게 풀 수 없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학생대표선수들의 수업 문제입니다. 현재 태릉선수촌에는 중,고,대학생 선수들이 입촌해 훈련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다니는 학교는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선수촌이 진천으로 이전한 뒤에 서울에 있는 학교에 가려면 최소 한시간 반, 왕복으로는 3시간이 소요됩니다. 운동할 시간도 부족한데 공부도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학교에서 체육특기자들에 대한 배려나 특혜도 모두 사라진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대표팀 훈련이나 국제대회 출전의 경우에는 출석 일수가 부족해도 시험이나 과제를 제출하지 않아도 점수를 주거나 학점을 인정해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부정청탁을 방지하기 위한 김영란법 시행과 정유라의 이화여대 체육 특기자 입시 부정 등으로 학교들의 체육특기자 학사관리가 더욱 엄격해졌습니다.

체육회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부와 대학교총장협의회 등과 그동안 다양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해결 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수촌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이재근 태릉선수촌장은 "해결책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교육부는 수업을 듣지 못하면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게 원칙이고 우리 선수들은 훈련도 해야하고 국제대회도 나가야 한다. 합의 점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대안으로 진천 선수촌 안에 강의실을 마련해 대회 출전으로 학교에 가지못한 선수들이 빠진 수업이나 과목을 동영상 강의 등으로 이수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지만 학교나 교육부가 이런 보충 강의를 인정해 줄지는 미지수입니다. 모 체육대학의 교수는 "현재 상태라면 최악의 경우 국가대표가 되는 선수는 모두 휴학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20대 남자 선수들은 휴학을 하면 군대 영장이 나오기때문에 이 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재근 대한체육회 선수촌장
사실 체육특기생의 학교 수업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인구가 적은 만큼 소수의 인재를 선발해 집중 육성해야하는 엘리트 체육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스포츠가 해결하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중 하나입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선수촌의 불편한 여건과 맞물려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하나를 포기하면 되는데 사실 우리사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둘 다를 요구 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어떤 특혜없이 대표 선수들이 공부나 수업을 제대로 수행하면서도, 또 국제대회에 나가서는 금메달을 따 국위를 선양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만족시켜줄 묘안은 없습니다. 단순히 교육과 스포츠 국제 경쟁력의 차원을 넘어 향후 대한민국 스포츠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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