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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 정신적 고통 술로 푼다"…안타까운 통계 결과

<앵커>

참혹한 사고 현장을 누비는 소방공무원의 상당수는, 크고 작은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소방관들이 이런 정신적 고통을 치료 대신 술로 해결하려 한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나왔습니다.

남주현 기자입니다.

<기자>

날카로운 철근과 콘크리트 덩어리 사이에서, 구조대원들이 아찔한 수색을 이어갑니다.

이틀 밤낮, 몸 사리지 않은 수색 끝에 실종자들을 찾아냅니다.

[연민호/종로소방서 구조원 : 계속 낙하물이 내려오다 보니까 무섭고 두려운데, (실종자) 가족들이 계속 기다리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어서….]

구급 차량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오토바이 구급대원도 항상 긴장 속에서 삽니다.

[오영환/성북소방서 오토바이 구급대원 : 갈 때는 워낙 급하게 가느라 그런 생각 못 하지만, 갔다 올 때는 그 사람의 예후가 좋지 않거나 그럴 때는 (마음이) 안 좋죠.]

소방방재청 조사 결과 소방공무원들이 가장 흔한 마음의 병, 우울증을 앓는 경우는 11%로, 일반인 9%보다 다소 높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술이었습니다.

21%, 소방공무원 5명 가운데 1명꼴로 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반인의 6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 : 소방공무원의 육체적·심리적 충전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4교대 근무나 심리 지원 등을 위한 예산이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소방대원들의 건강 관리를 개인에게만 맡길 단계가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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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 기자, 소방관들 마음의 상처가 깊은 것 같습니다. 우울증도 그렇고, 술도 많이 드시는 줄은 몰랐는데요, 왜 이렇게 술을 찾는 걸까요?

<기자>

제가 이 문제를 취재하러 갔던 날 만난 한 구급대원 얘기인데요, 얼마 전 두 살 아기에게 CPR, 심폐 소생술을 했지만, 눈앞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그는 이후 마음이 너무 아픈 나머지 크나큰 무력감에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소방 공무원은 업무 특성상, 참담한 현실을 계속 접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상당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대근무를 반복하니까 수면장애까지 나타나고 있고요.

그렇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소방관들은 정신적인 압박을 덜기 위해서 아무래도 찾기 쉬운 술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앵커>

치료 같은 것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시스템인 건가요?

<기자>

지역별로 트라우마 센터라는 곳이 있어서, 치료받을 수 있게 연계는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많은 소방관이 '현실적으로 치료받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소방관들은 2교대나 3교대로 근무하는데, 내가 치료받으려면 동료가 내 업무까지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는 구조라서, 쉰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처지였습니다.

<앵커>

치료가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인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자>

소방관들은 한결같이 인원을 늘려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권위 조사결과를 봐도 소방공무원들의 87%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는데요, 시스템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지, '알아서 치료받아라'라는 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겁니다.

또 국민도 구급대원 폭행, 악성 민원을 하는 일이 절대 없어야겠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제 일,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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