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환갑 맞은 EU의 현주소?…유럽 주요도시 EU찬반 시위로 '몸살'

영국의 이탈로 분열 위기를 맞은 유럽연합(EU) 회원 27개국 정상들이 60년 전 EU의 기틀을 다진 '로마 조약'의 서명이 이뤄진 이탈리아 로마에 25일 다시 모여 우울한 환갑 잔치를 벌이며 결속을 재다짐했다.

EU 지도자들이 르네상스 건축가가 설계한 로마 시내 캄피돌리오 언덕의 유서 깊은 건물에서 영국 없는 EU의 청사진을 담은 '로마 선언'을 채택하고 우아하게 축배를 드는 동안 로마 거리는 EU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을 담은 '극과 극' 목소리로 엇갈렸다.

로마 도심에서는 이날 유럽연방행동, 우리들의 유럽 등 유럽통합 지지 단체와 유로스톱, 국민행동운동 등 EU 반대 단체 회원 등 도합 약 3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6개의 집회가 열렸다.

통합 유럽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푸른 바탕에 금색 별이 박힌 EU 깃발을 앞세운 채 '나는 유럽을 사랑한다', '함께하면 일어서고, 분열되면 넘어진다', '유럽 없이는 내 삶도 형편없을 것'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유럽의 단결을 촉구했다.

유럽 지지 집회 쪽에 참가한 18세의 이탈리아 학생 마르코 알리아노는 AP통신에 "유럽의 꿈을 믿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 과거보다는 지금 통합 유럽이 더 필요하다"며 "EU를 창설한 선조들의 뒤를 이어 유럽통합을 완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U 찬성 시위대에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EU의 분열을 촉발한 영국민 상당수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로마에 거주하는 영국 여성 재키 챔버레인은 "브렉시트는 영국의 치욕"이라며 "영국은 최악의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유로화와 EU에 반대한다', 'EU는 끝났다' 등의 글귀를 담은 플래카드를 앞세운 유럽 통합 반대 의견이 분출했다.

EU에 반대하는 이탈리아 우파 정당 이탈리아 형제당의 조르지아 멜라니 대표는 로마의 한 대학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EU의 실험은 끝났다"며 "EU는 문을 닫아야 하고, 우리는 새로운 길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부 바리에서 온 이탈리아 노동자 사비노 데 라차(52)는 로이터 통신에 "EU는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온다는 명분으로 탄생했지만 실제로는 지난 10여 년 동안 남유럽에는 빈곤만이 초래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로마 조약'에 서명한 6개국 중 하나로 EU 원년 멤버인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EU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나라로 꼽히지만 1999년 유럽 단일 통화인 유로화를 채택한 뒤 경제가 전혀 성장하지 않으며 실업률과 빈곤율이 높아진 탓에 최근 들어 반 EU 기류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또, 2차 대전 이후 최악으로 여겨지는 난민 위기 속에 2014년 이래 지난 3년 동안 이탈리아로 유입된 아프리카 난민이 50만 명에 달하며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EU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독일 등 난민들이 가고자 하는 북서유럽 부국들이 국경을 통제하며 난민을 차단하는 가운데, 지리적으로 아프리카, 중동과 가까운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에 난민 부담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여론조사 기관 ISPOS에 따르면 이탈리아인의 24%만이 EU가 이탈리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U로 인해 이탈리아가 불이익을 보고 있다는 응답이 44%에 달했다.

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이탈리아가 독일, 프랑스와 함께 EU의 '삼두 마차'로 부상했지만, 이탈리아인 4명 중 3명은 이탈리아의 EU에서의 역할이 주변적인 부분에 그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영국 런던을 비롯해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독일 베를린, 폴란드 바르샤바 등 유럽 곳곳에서도 유럽의 통합을 지지하는 연대 집회가 진행됐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