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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 대선후보 르펜, 푸틴 면담…"당선되면 대러 제재 해제"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대표 마린 르펜(48)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의회 관계자들과 만났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대선 1차 투표를 한 달 앞두고 모스크바에 온 르펜 대표는 이날 오후 크렘린궁을 찾아 푸틴 대통령을 예방하고 면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면담에서 "러시아는 프랑스와의 관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현 프랑스 집권 세력은 물론 야권 대표들과도 균등한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현재 프랑스에서는 대선 운동이 한창인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프랑스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어떤 정치 세력 대표와도 만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대선 운동 기간에 러시아에 우호적인 극우정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대선 개입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푸틴은 이어 "당신은 아주 빨리 성장하고 있는 유럽의 정치 스펙트럼을 대표하고 있음을 안다"면서 "양자 관계와 유럽 상황에 대해 견해를 교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르펜 대표는 "러시아와 프랑스는 깊은 문화·경제·전략적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심각한 테러 위협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오늘 만남은 특히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르펜은 "러시아와 프랑스는 지속적 위협이 되고 있는 테러리즘과 실질적으로 싸우는 국가"라고 강조하면서 "함께 힘을 합쳐야만 이 재난(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 의원들이 프랑스나 EU 의원들과 만나지 못하는 것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서로 만남을 통해서만 어떻게 테러 위협에 함께 대응할지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과 르펜 대표의 면담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이 외국 정상이 아닌 특정 외국 정당 대표를 영접해 이처럼 오래 대화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르펜 대표가 러시아 의회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지만 크렘린궁 내 12사도 교회에서 열린 프랑스 예술품 전시회에 참석한 길에 푸틴 대통령을 예방한 것이라며 '우연성'을 강조했다.

르펜은 앞서 이날 오전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들과의 면담에서 "현재 세계는 글로벌리즘과 이슬람원리주의라는 두 개의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프랑스가 이 같은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은 러시아의 입장과 같으며 대통령이 되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고 대러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EU의 대러 제재는 불공정하고 어리석다"면서 "국민전선은 EU가 러시아와 회원국들에 아주 자주 사용하고 있는 협박과 제재의 외교를 믿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펜은 과거에도 러시아를 수차례 방문해 정계 인사들과 접촉한 바 잇다.

그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도 러시아 편에 서는 등 유럽 내에서 대표적인 친(親) 푸틴 인사로 분류된다.

EU를 견제하고 있는 러시아는 르펜 등 유럽 극우세력의 친러 성향과 EU 탈퇴 찬성 입장에 호감을 표시해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프랑스 대선에서 르펜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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