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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WC] 韓, 9회 연속 월드컵 꿈…'PO행 위기'

[러시아WC] 韓, 9회 연속 월드컵 꿈…'PO행 위기'
30년 넘게 제 집처럼 드나들던 월드컵 본선 무대는 이제 남의 일에 가까워 졌다. 한국 축구가 더 이상 그 '문턱'을 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은 기우에서 현실이 됐다. 사상 두번째로 중국 축구에 발목을 잡힌 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본선 티켓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23일 중국 창사의 허롱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경기에서 홈 팀 중국에 0-1로 완패했다. 에이스 손흥민이 경고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운 결과다. 우리 대표팀은 객관적인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던 중국 대표팀을 상대로 결과는 물론 경기 내용까지 모두 압도당하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현재 총 12개 팀이 A, B 두 개 조로 나뉘어 치르고 있다.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시리아, 중국, 카타르와 함께 A조에 속해 있는데 23일 중국전을 마친 우리 대표팀은 A조 2위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 지역에 배당된 월드컵 본선 티켓은 총 4.5장이다. A, B조의 1위와 2위 팀이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각 조 3위 팀들은 플레이오프를 치러 남은 0.5장에 도전할 수 있다.

월드컵 본선 티켓 플레이오프는 오는 9월 A, B조의 최종예선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된 이후 치러진다. 10월 5일과 10월 10일에 A조 3위와 B조 3위 팀이 홈, 원정으로 두 차례 경기를 치러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 나설 승자를 가린다. 여기에서 승자가 된다해도 다시 북중미 지역 최종예선 4위 팀과 마지막 0.5장 티켓을 놓고 최후의 승부를 치러야 한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인 셈이다.

더욱이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일정이 시작되는 10월은 대표팀이 선수들을 소집하기에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다. K리그는 막판 순위 싸움으로 시즌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일정을 보내고,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도 10월이면 대부분의 소속팀이 본격적인 승점 싸움을 시작한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할 수도 있는 시기여서 대표팀이 온전한 전력으로 선수단을 구성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무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의 200개가 넘는 회원국 중 이 정도의 대업을 이룬 나라는 전세계에서도 6개 나라에 불과하다. 일각에서 한국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티켓을 가져온 것은 아시아 축구의 고르지 못한 실력차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체적인 대표팀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어 있는 유럽이나 남미와 달리 아시아에서는 그간 한국, 일본이 월드컵 본선 티켓 경쟁에서 독주 체제를 유지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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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0년대 들어 중동을 시작으로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각 지역에서 축구붐이 일고 국가적 차원의 지원, 클럽 단계에서의 막대한 재정투입 등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경쟁 구도에는 서서히 균열이 발생했다. 오일 머니를 앞세운 중동 축구의 성장, 축구 굴기를 내세운 중국 축구의 위협에 태국, 베트남 등에서 불고 있는 축구 열풍까지 감안하면 한국 축구는 더 이상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강자가 아니다. 위협적인 피지컬을 기본 무기로 갖춘 호주까지 가세하면서 아시아 축구계의 경쟁구도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슈틸리케호는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는 시리아전까지 7차전의 일정을 마치면 총 3번의 최종예선 경기를 남겨두게 된다. 오는 6월 13일 카타르전은 원정, 8월 31일 이란전은 홈, 마지막 경기인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전은 다시 원정이다. 시리아전에서 최소한 승점 3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월드컵 본선 티켓이 주어지는 조 2위 자리는 사실상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6차전을 마친 현재 승점 10점으로 조 2위에 올라 있는 우리나라와 조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점)의 격차는 불과 1점이다. 3위까지 치고 올라온 시리아도 어느덧 승점 8점을 쌓았다. 세 팀의 위치는 단 한 경기 결과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 중국 등 상대적으로 약체들과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우즈베키스탄, 이란 같은 강팀들과의 경기가 최종예선 남은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

조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더라도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B조 순위싸움 역시 혼돈에 빠져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승점 13점, 1위), 일본(승점 13점, 2위), 호주(승점 10점, 3위)가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세 나라 중 어느 나라도 우리 대표팀에게는 쉽지 않은 상대다. 우리 대표팀은 전통적으로 사우디에 약세를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고, 일본과의 플레이오프가 성사될 경우 매치업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 된다. 호주는 2015 아시안컵 결승에서 완패를 당했던 상대다.

우리나라는 1948년에 국제축구연맹 회원국이 됐고,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이후 30년 넘게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우리나라가 다시 월드컵 무대에 이름을 올린 것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다. 고도의 상승세에 오른 우리 축구는 멕시코월드컵 이후에는 30년 넘게, 단 한 차례도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는 무대가 됐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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