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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도망친 전공의…대학병원 교수의 폭행 '논란'

[리포트+] 도망친 전공의…대학병원 교수의 폭행 '논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2명이 병원을 무단이탈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도망갔나 했는데, 이들이 힘들었던 건 다름 아닌 폭행이었습니다.

그것도 교수의 폭행 때문에 병원을 이탈했다는 게 이들의 답이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쉬쉬하던 병원 측은 SBS 취재진이 경위 확인에 나서자 뒤늦게 진상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진을 폭행하는 것은 1분 1초를 다투는 환자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일은 아닐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대학병원 교수의 전공의 폭행 논란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신체적 폭행부터 언어폭력까지

서울의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2년 차인 A 씨는 최근 당직 근무를 하던 중 병원 밖으로 무단으로 이탈했습니다. A 씨는 아버지에게 무단이탈의 이유를 김 모 교수의 폭행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A 씨의 아버지는 병원에 찾아가 정식 항의했지만, 일주일간 진상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SBS가 취재를 시작하자 병원 측은 급하게 진상 조사에 나섰습니다.

병원의 조사 결과, 또 다른 전공의 2년 차인 B 씨도 김 교수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병원을 이탈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대학병원 의료원장]
"맞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이것은 범죄 행위라고 봅니다. 손으로 발로만 친 게 아니라 다른 물건을 사용해서 때리고 언어 폭행까지도 있는 걸로 지금 파악이 됩니다."
A 씨와 B 씨 이외의 전공의들도 김 교수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김 교수가 신체적 폭행과 더불어 언어폭력까지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손으로 툭 친 적은 있지만, 폭행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는 상태입니다. 오히려 사이가 좋지 않은 다른 교수가 자신을 모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병원은 지난 20일 김 교수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대학 징계위원회에 넘겼고, 피해 전공의 2명은 병원 측의 설득으로 일단 복귀했습니다.

■ 폭행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들

병원을 무단이탈했던 전공의 A 씨와 B 씨 모두 지인들에게 '폭행 때문에 성형외과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전공의들은 병원으로 복귀한 상태지만, SBS의 인터뷰 요청에는 심리 상태 때문에 응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과거 병원에서는 전공의 교육 과정 중 발생한 폭력 행위를 일부 용인하는 분위기도 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과거보다 덜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전공의 폭행 행위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폭행 경험
의료정책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전공의의 22%가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고 대답했고, 그중 22%는 '교수님에게 맞았다'고 답했습니다.

■ 전공의는 폭행 폭로할 수 없는 '을'이다?

전공의들이 폭행을 당하고도 문제로 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공의는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병원에서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간 진료와 교육을 병행하는 의사입니다.

전공의들이 전문의 자격증을 따려면, 교수에게 직접 수술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까지 전공의는 교수에게 밉보여서 안 되는 그야말로 '을'인 겁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교수님의 폭행을 폭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SBS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
“저도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엄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을 자주 봤는데요,
 
하지만 한 연구결과를 보면, 동료에게 폭력을 당한 의료인들은 환자에게 약 주는 시간을 까먹는 등 진료에 지장을 받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의사들 간의 폭력 문제는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인식부터 자리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취재: 조동찬, 남주현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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