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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는 시한부 근로자입니다"…조선 노동자들의 눈물

김용철 기자 yckim@sbs.co.kr

작성 2017.03.20 19:10 조회 재생수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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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만 제곱미터의 야드에 IT를 접목시킨 국내 최고의 육상건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경남 통영시의 성동조선해양, 박경태 금속노조 성동조선수석부지회장은 취재진을 반갑게 맞았다.

지난 2001년 조선업에 뛰어들어 2010년에는 매출액 2조 4천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던 성동조선해양은 3천 여 명의 정규직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1만 여 가까운 근로자들이 밤 낮 없이 일하기도 했다. 중형 조선소의 메카 통영시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조선소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지난 3월 초 취재진이 들어선 성동조선은 입구에서부터 썰렁했다. 철판을 절단해 블록을 만드는 초기 공정은 일감이 없어 모두 중단된 상태다. 담당직원들은 6개월 동안 휴직을 떠났지만 언제 돌아올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다.

현재 전체 공정의 30% 정도는 중단된 상태, 도크에서는 성동조선이 마지막으로 수주한 선박 2척이 만들어지고 있다. 오는 10월 이 배가 선주에게 인도되면 성동조선은 일감이 없어진다. 지금 이대로라면 2천여 명의 본사직원과 6천여 명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 박경태 부지회장은 배가 사실상 완성되는 시점은 오는 8월 이라면서 올 여름이면 성동조선은 사실상 폐업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10월 달 두 척이 마지막 인도라서 10월 달까지 일이 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으로는 8월이 되면 아예 고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건 이제 혹시나 이제 인도에 차질이 생길 것을 감안해서 두 달을 더 잡아 놓은 겁니다.”
성동조선해양성동조선의 근로자들이 억울해 하는 것은 회사의 어려움이 오롯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직원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언제 실직할지 모르는 시한부 근로자들이다.

“인건비를 줄여야 되니까 부득이하게 작년 9월하고 12월 달에 희망퇴직을 두 번 실시하게 됐습니다. 작년 9월 274명, 12월에 196명해서 총 47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요. 그 때 재직 인원 대비 총 25%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사내 협력사 같은 경우는 작년 6천 명까지 근무하고 계셨는데, 제가 아까 오전에 확인한 결과로 올 2월 현재 한 2,950여 명 감소해서 3,100명 정도 현재 사내 협력사에 근무하고 있고요. 10월 이후면 사내 협력사 인원도 제로입니다.”

성동조선의 근로자들은 작년 말 희망퇴직에 이어 올 초부터 순차적으로 일감이 고갈되는 순서대로 돌아올 기약없는 휴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2월 13일 61명에 이어 3월에는 343명이 휴직을 떠난다. 휴직을 떠난 직원들은 한 달도 안 돼 거의 폐인이 된다고 말한다. 조선업이 고용특별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이중취업이 금지됨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은 편의점 알바나 대리운전인데 그런 일자리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저희는 평소 새벽에 거의 다 일어나서 출근을 하거든요? 한 다섯 시 반, 여섯 시 사이에 일어나서 통근버스 타고 일곱 시 전후로 거의 회사를 다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휴직가면 이제 그 시간에 자고 있고, 애나 봐주고, 집사람하고 그러니까 와이프하고 또 사이가 안 좋아지고 수입이, 휴직 가는 그 돈만 들어오니까 생활이 안 되지 않습니까. 아이 학원도 끊어야 되고 좀 고통이 심한 것 같더라고요. 벌써 한 달도 안 돼서 막 그런 전화가 오고 하니까.”

성동조선 근로자들은 채권단이 도와주기는커녕 회사의 위기를 조장했다고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우리은행이 ‘키코’(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상품)를 강매했고, 금융위기로 예상과 달리 환율이 급등하면서 대규모 환차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채권은행의 권유에 따라 가입한 ‘키코’로 8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성동조선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는 얘기다.

“저희가 2010년도부터 이제 자율 협약에 들어가게 됐는데, 옛날 애초부터 얘기하면 긴데 그 때 당시에 채권단에 우리은행이 있었어요. 우리은행에서 키코 상품으로 강매를 했습니다. 알지(RG : 선수금지급보증) 발급을 해줄 테니 키코 상품을 구매를 해라, 해가지고 그 키코 상품 때문에 8천 억 손실을, 환차손을 보면서 자본 잠식에 들어가게 됐거든요, 성동이?”

박경태 수석부지회장은 2010년부터 6년 동안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회사의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고 신규수주만 하면 되는데, 채권단이 지급보증을 해주지 않아 신규 수주가 막혔다고 하소연한다. 채권단이 1% 이상의 이익을 내는 수주에 대해서만 RG를 내준다고 하지만 현재 시장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각 척 당 이익을 내라고 하니까 답이 안 나온다는 거죠. 현재 대표이사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한 2%, 3%까지는 전략적으로 저가 수주해도 된다, 이건 얼마든지 메워낼 수 있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허용을 안 하니까 답답하다, 저희가 현재 모든 자구안 동원해서 받아가지고 제시하는 선가가 원가에서 0.5%의 이익을 수익성을 제시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채권단에서는 막상 그렇게 해오니까 0.5% 더 해오라고, 지급보증을 안 해주고 RG 발급을 지연하다가 작년에 빼앗긴 선박만 한 6척, 7척 됩니다. 타사에. 그런데 그 빼앗긴 선사가 우리보다 나은 선사가 아니고 오히려 우리보다 낮은 가격에 수주를 했어요. 우리보다 높은 선가면 말 안 하죠. 오히려 낮은 가격에, 1, 2백만 불 낮은 가격에 저기는 왜 지급보증을 해주냐는 거죠.”

성동조선 근로자들은 현대, 대우, 삼성 등 대규모 조선사들에게만 지원정책이 몰리고, 정작 허리역할을 하는 중형 조선소들은 홀대를 받고 있다면서, 조선업 구조조정에서도 ‘대마불사’의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조선소가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제 선주문 제작 들어가는 그런 수주 산업인데 제일 답답한 게, 채권단에서는 금융가가 계산기 두드리는 그 금융가적 관점만을 가지고 이걸 논하고 있으니 뭐, 수익성이 안 나오는 상황이 지금은 대형 조선소도 이 알지(RG:지급보증) 요건으로 수주가 안 되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모든 정책들이 빅3 대형 조선사에 집중되어 있거든요. 모든 정책이라든지 대안, 대책들 내놓는 것들이 빅3 삼성, 현대, 대우한테만 다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관공선 발주 뭐 한다고 지금 좀 하고 있죠? 연안, 연안 어업 지도선 이런 거, 톤 수 1,000톤도 안 하는 배 그런 거 여기 성동에서 만들어가지고 답 안 나옵니다.”
파산한 신아SB조선소성동조선해양이 폐업하게 되면 삼호조선, 21세기조선, 신아 Sb, SPP 등 중형조선소의 메카 통영시에 있던 7개 조선소가 모두 문을 닫게 된다. 통영시 인구 14만 명 가운데 3분의 1이 조선업 종사자나 그 가족들이었다는 점에서 경제적 파장은 크다. 통영시는 조선업을 접고 루지나 케이블카에 의존해 관광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지만, 주 소득원인 산업기반 없이 관광업이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은 1백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기술집약적이고 노동집약적인 국가 기간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업이 기반을 잃게 되면 철강 산업도 온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과 해운에 이어 자동차, 금융 분야로 구조조정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주력산업의 위기로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2.3%로 작년 2월 12.5%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5%, 실업자는 135만 명으로 늘었다.

2월 취업자가 1년 전에 비해 37만 1천 명 증가했다지만, 늘어난 취업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1만 3천 명이 자영업자였다. 새로 늘어난 자영업자 가운데 13만 7천 명은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였다. 1인 자영업자의 경우 6개월 이내에 상당수가 폐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6개월 이후 실업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우려했다.

연령별로도 50세 이상 취업자는 42만 6천 명이 증가한 반면, 50세 미만 취업자는 5만 5천 명이 줄어들었다. 50세 이상 취업자만 늘고 있다는 얘기다. 업종별로도 제조업은 9만 2천 명이 줄어든 반면, 보건복지나 도소매업 그리고 교육서비스업 같은 서비스업에서 32만 2천명이 증가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997년과 2008년 금융위기가 외부로부터의 위기였지만 최근 닥치고 있는 일자리 위기는 안으로부터의 위기여서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