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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87년 헌법이 아니라 운영시스템이 나빴다"

"모든 대통령이 헌법적 가치를 훼손…이원집정부제는 더 나빠"<br>"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진실에 가깝다…30∼40대가 주도권 쥐어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20일 "1987년 헌법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운영하는 시스템이 아주 나빴다"며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과 거리 두기를 했다.

이 전 부총리는 이날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의 내용뿐 아니라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피력했다.

그는 권력구조의 개편 문제에 대해서 사견임을 전제하면서도 "그동안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박정희 시대의 대통령이 된 줄 알고 행동한 것이 문제"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하나도 예외 없이 전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면서 대통령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무회의가 헌법에 정해진 대로 심의기구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통과기구'가 되고, 행정 각부의 장에 대한 국무총리의 제청권이 유명무실화된 것은 어느 정권의 대통령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의미다.

이 전 부총리는 현재의 대통령제보다 이원집정부제가 "더 나쁘다"며 "자칫 잘못하면 제왕적 대통령과 실권 총리간 끊임없는 논쟁과 내부의 종파주의를 일으켜 오히려 국가운영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정부의 리더십으로 "노심초사하는 사람은 아닐 것 같다. 최소한 담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대에 기득권 세력을 혁파하고 새로운 미래전망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 전 부총리는 간담회 자리에서는 구체적인 대선 후보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책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도가 확 오른 현상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한번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줄 사람을 찾고 있던 사람들이 이재명 시장 쪽으로 결집했던 것 아닌가 한다"라고 언급했다.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는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 이사장인 이 전 부총리가 소장파 경제학자이자 여시재 기획위원인 이원재 씨와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이 전 부총리는 이 책이 "이번 촛불집회에 대한 감사로써 출발했다"며 "변화에 대한 열기가 꺼지기 전에 촛불 시민에게 그다음의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인식을 제공하려고 책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이 책은 새로운 시대 국가가 할 일이 무엇이고, 그런 국가의 역할이 구체적인 정책 수준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나아가 정책은 어떤 리더십과 시스템에서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됐다.

이 전 부총리는 이 책과 간담회에서 주거와 가계부채, 교육, 소득, 일자리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그의 주장은 결국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진실에 가깝다"는 말로 집약된다.

이 전 부총리는 "작은 차이가 큰 싸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진영싸움이 되면 좌우가 갈린다"며 "현실에 바탕을 두고 접근하다 보면 차이가 좁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래를 이끌어 갈 30∼40대로 사회의 무게 중심이 넘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택과 교육의 문제를 해결해 30∼40세대가 운신할 폭을 넓혀 줘야 하고 실패해도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리바운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전체의 비용 문제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한진해운 사례를 들며 한진해운을 살리든 죽이든 사회적 비용이 들어간다면 한진해운이 기왕에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없앨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입장이다.

대선 출마설이 돌고 있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관련해 "여시재와 홍 회장과는 아무런 정치적 연관이 없다"며 "여시재는 정파나 정당 문제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여시재의 일원이어서 홍 전 회장이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이 전 부총리나 여시재가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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