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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임시 쓰레기통도 다 차간다…핵폐기물 '영원한 봉인' 가능할까?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작성 2017.03.20 15:01 수정 2017.03.20 18:50 조회 재생수7,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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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임시 쓰레기통도 다 차간다…핵폐기물 영원한 봉인 가능할까?
쓰레기통이 쓰레기로 가득한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우거나 새로운 쓰레기통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바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상황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는 부산에 있는 고리원전 1호기가 1978년 가동된 이래로 총 25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리할 시설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1만 4천여 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소에 보관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임시 저장소마저 포화율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당장 2년 뒤인 2019년부터 2038년 사이, 우리나라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저장 용량이 모두 초과하게 됩니다.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 중인 월성 원전은 2년 뒤인 2019년, 한빛 원전은 2024년, 한울 원전은 2026년, 고리와 신고리 원전은 각각 2028년, 2036년, 신월성 원전은 2038년에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뭐기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연료 등을 말합니다.

'사용후핵연료'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원전과 병원 등에서 사용한 작업복, 장갑, 부품 등 방사능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과 구분됩니다.

방사성 폐기물에는 플루토늄, 세슘, 우라늄과 같은 맹독성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최소 10만 년 동안 강한 열과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반감기게다가 이 같은 물질의 독성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굉장히 깁니다. 방사성 핵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플루토늄은 2만 4천 년, 우라늄은 45억 년에 달합니다.

특히 우라늄의 반감기는 지구의 나이로 추정되는 46억 년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사용후핵연료는 반드시 철저한 격리 공간에 보관돼야 합니다.

■ 사용후핵연료, 이대로 괜찮나?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 중인 시설의 수명이 다하거나, 저장 용량이 초과하기 전에 안정적인 저장고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런데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과의 소통을 거쳐 2028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부지를 선정하고, 2053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획11월에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심의 절차도 거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렸지만 사용후핵연료 법안은 심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은 겁니다.

게다가 탄핵,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려 향후 국회의 상황도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기본 계획이 올해 실행돼도 부지 선정, 실증 연구, 건설 등의 기간에 각각 10년 이상씩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소 3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야 시설이 가동될 수 있는 겁니다.

시간이 더 걸릴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비해 방사선량이 50억분의 1에 불과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도 지역 갈등과 보상 문제를 해결하느라 20년 가까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 핀란드 원전이 안전한 이유

핀란드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핀란드 국민의 85%가 자국의 원전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핀란드와 비슷한 시기에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부지를 물색하는 데만 9차례나 실패했습니다.

핀란드 국민이 원전에 신뢰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핀란드는 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소규모 원전 국가지만, 원전을 설립하기 전부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왔습니다.

핀란드어로 ‘은둔처’를 의미하는 ‘온칼로(ONKALO)’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 처리하는 시설입니다. 2015년 11월, 핀란드 정부가 세계 최초로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리 시설 건설을 승인했습니다.
핀란드 원전이 안전한이유는?1983년부터 핀란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계획을 세웠고, 20년 동안 지질 조사,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올킬루오토 섬을 영구 처리 시설 설립 부지로 확정했습니다.

올킬루오토 섬 지하 450m 암반 지하에 건설된 온칼로에는 2023년부터 핀란드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묻히게 됩니다.

■ 신뢰로 만든 '영원한 봉인'

핀란드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나라입니다. 온칼로의 부지 선정부터 건설 허가 등의 전 과정이 핀란드 국민에게 공개됐습니다.

핀란드 통계청은 온칼로 설립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년 설문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도 진행했습니다. 올킬루오토 섬 지역 주민들은 언제든지 전문가를 통해 온칼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 정부가 직접 나서 장기간에 걸친 안전 관리·감독과 투명한 정보공개로 국민의 신뢰를 오랜 시간 쌓아온 겁니다. 이익집단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정책을 수차례 번복한 우리 정부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입니다.
우리정부와 반대되는 핀란드지난 2010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영원한 봉인>은 핀란드의 ‘온칼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핀란드 국민의 고민은 온칼로가 완공되는 2023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온칼로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가 10만 년 뒤까지 다음 세대와 완전하게 격리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원자력 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상, 그 책임을 다음 세대에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겁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