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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민석 강의, '민족대표 33인' 폄훼"…후손들 반발

<앵커>

일제 강점기,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1919년 3·1운동. 이 3·1운동을 촉발한 인물들이 '민족대표 33인'입니다. 그런데 한국사 스타 강사인 설민석 씨가 민족대표 33인을 폄훼했다며 그 후손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성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민족대표 33인의 후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설민석 씨의 역사 강의를 보고 그의 사무실을 항의 방문한 겁니다.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있어서는 안 될 엄청난 만행을 저질렀다. 당신들이.]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은 고급 요릿집인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을 합니다.

그런데 설 씨의 강의는 뉘앙스가 조금 다릅니다.

[설민석 강사 역사 강의 (출처: 태건에듀 블로그) : 우리나라 최초의 룸살롱이 있었습니다. 태화관이라고. 대낮에 그리로 간 거야. 그리고 거기서 낮술을 막 먹습니다.]

설 씨는 태화관을 독립선언 발표 장소로 정한 이유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설민석 강사 역사 강의 (출처: 태건에듀 블로그) : (태화관) 마담 주옥경하고 손병희하고 사귀었어요. 나중에 결혼합니다. 그 마담이 DC(할인) 해준다고, 안주 하나 더 준다고 오라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후손들은 설 씨가 독립선언을 룸살롱 술판으로, 손병희의 셋째 부인인 주옥경을 술집 마담으로 폄훼했다고 지적합니다.

[정유헌/손병희 후손 : 독립운동하신 선열님들에 대해서 너무 모독… 표현 자체가 망언이고 망발입니다.]

국사학자들은 설 씨의 강의 내용 일부에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준식/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 축배를 한 잔 들었을 수는 있지만 33인 가운데 상당수가 기독교 쪽의 목사나 장로들인데 술판을 벌였다는 느낌의 서술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손병희의 셋째 부인에 대한 설명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이창번/천도교 연구자 : (주옥경은) 손병희 선생을 만나서 우이동에서 부인으로서 내조하고 계셨습니다. 3·1운동 당시에는 기생이 아니었습니다.]

후손들은 공개사과를 요구했지만, 설 씨 측은 강의를 뒷받침할 사료가 있다며 향후 신중하게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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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성훈 기자, 설민석 씨가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책도 냈는데, 여기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기자>

제가 들고 있는 바로 이 책인데요, 베스트 셀러입니다.

초판본을 보면요, 강의 내용과 똑같이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룸살롱', '마담'이란 표현이 그대로 담겨 있고요.

민족 대표 33인의 행동을 '엉뚱한 행동'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 출간된 2판을 보면요,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대부분 수정돼 있습니다.

설민석 씨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는 거죠.

초판본이 15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하는데 팔린 책을 전부 회수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앵커>

설민석 씨가 워낙 인기 강사고, 많은 학생들이 이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사실 저도 설민석 씨의 강의를 방송을 통해서 자주 봤는데요, 볼 때마다 참 재미있고 쉽게 잘 설명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제가 취재했던 국사학자들도 설 씨의 이런 부분을 높게 평가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에만 치중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터졌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강의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드러난 오류들을 바로잡는 일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그렇죠.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쳐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 우기정, VJ : 김종갑·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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