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취재파일] MB 따라 강남 간 '청돌이'…靑에 남은 '새롬이'

정권 따라 犬 팔자도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작성 2017.03.16 07:52 수정 2017.03.16 11:54 조회 재생수73,190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MB 따라 강남 간 청돌이…靑에 남은 새롬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두고 간 진돗개 9마리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입니다. 급기야 부산지역 동물보호단체가 박 전 대통령이 기르던 진돗개를 유기했다며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려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개 팔자도 기구하다 하겠습니다.

● 박 전 대통령 "건강하게 잘 키우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서울 삼성동 사저를 떠나면서 지역 주민들로부터 진돗개 두 마리를 선물 받았습니다. 생후 한 달 남짓 된 흰색 암수 한 쌍으로 박 대통령은 강아지를 받아 안고 활짝 웃으며 "청와대에 데리고 들어가서 아주 건강하게 잘 키우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두 마리, 새롬이와 희망이가 새끼를 낳아 모두 9마리가 됐습니다. 잘 자란 셈입니다.

하지만 주인인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된 뒤 진돗개들은 청와대에 남았습니다. 탄핵 결정으로 갑작스레 이사를 가야 했던 만큼 개들까지 모두 챙겨 가기가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혈통을 보전할 수 있게 분양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고 전했습니다.

탄핵 결정 직후 박 전 대통령은 8대 0 전원일치로 탄핵이 인용됐다는 보고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경황이 상태에서 당부의 말까지 남겼던 점을 감안하면 ‘버리고 갔다.’는 표현은 좀 과한 면이 있습니다. 다만 진돗개들이 박 전 대통령과 심적 유대를 갖는 반려견 대접은 받지 못한 것 아닌가 짐작만 해볼 뿐입니다.이명박 전 대통령과 청돌이● MB 따라 강남 간 '청돌이'

새롬이와 희망이가 더욱 비극적으로 보이는 건 ‘청돌이’ 때문입니다. 청돌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키우던 진돗개입니다.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사진이 공개돼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하얀색인 새롬이, 희망이와 달리 청돌이는 누런색이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과 산책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하는 등 반려견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던 걸로 보입니다. 그런 끈끈한 관계 덕인지 청돌이는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 논현동 사저로 갔습니다.

주인 따라 강남 간 셈입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던 개들을 다 데리고 간 건 아닙니다. 풍산개와 셰퍼드는 그대로 청와대에 남았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후임자가 원치 않으면 동물원으로 보내라는 말을 남겼고 이후 그렇게 진행된 걸로 알려졌습니다.청와대 안 사슴들● 청와대 사슴 26마리 행방은?

개뿐만이 아닙니다. 청와대에는 한 때 사슴도 살았습니다. 지난 2008년 5월 청와대는 꽃사슴 3마리를 경내에 방사했습니다. 방사된 사슴은 서울대공원에서 2년 6개월간 자란 암사슴 두 마리와 수사슴 한 마리였습니다.

청와대에 방사된 뒤 짝짓기를 통해 새 생명도 낳았습니다. 개체 수가 불었고 중간에 적정 개체 수를 유지하기 위해 몇 마리는 서울대공원 등으로 보금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날 당시 청와대 경내에 모두 26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청와대는 조경이 잘 돼 있어 봄이면 화사한 꽃들로 장관을 이룹니다. 그런데 어느 해엔가는 꽃이 보이질 않았다고 합니다. 꽃 없는 황량한 봄을 맞게 된 청와대 사람들이 원인을 추적한 결과 범인은 바로 사슴이었습니다. 사슴들이 봄을 앞두고 한껏 물오른 꽃망울들을 맛있게(?) 모두 따먹은 결과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청와대 주인이 바뀐 뒤 사슴들도 모두 청와대를 떠났습니다.진돗개 봉달이, 봉숙이와 함께 한 박 전 대통령● 개는 키우지 않는 애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를 떠날 당시 개를 키우고 있지는 않았지만 애견가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과거 자신의 미니홈피에도 반려견에 대한 소식을 종종 올리곤 했습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키웠던 '방울이'와 동생 지만씨에게서 선물 받았던 진돗개 '봉달이', '봉숙이'가 대표적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동생에게 선물 받은 진돗개 봉달이, 봉숙이가 새끼를 7마리나 낳았습니다.^^ 저희 집에 갑자기 식구가 많이 늘어 대가족이 됐어요."라고 적기도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수컷 4마리에게 건, 곤, 감, 리, 암컷 3마리에는 청, 홍, 백이란 이름을 붙여 일반인들에게 분양했다고 합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대선 후보였던 2012년 말, 동물보호와 환경단체들이 보낸 정책 질의서 답변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동물복지 현장에 가보고 유기동물을 직접 입양해 동물복지와 동물보호를 실천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번 진돗개 논란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당부의 말도 남겼고 또 청와대 직원들이 보살펴 주고 있는데 ‘유기’됐다고까지 말하는 건 좀 지나쳐 보입니다. 다만 세간에 애견가로 알려진 박 전 대통령이 한 마리도 데리고 가지 않았다는 게 그저 좀 의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