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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세(家勢) 기운 집안 잔치가 왜 더 요란할까?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각 정당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습니다.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물밑에서나마 준비를 해온 더불어민주당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뒤늦게 시작한 다른 정당들은 경선 일정 잡으랴, 규칙 만들랴 정신이 없어 보입니다. 세부 시행 방법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면서 일부 주자들 사이에서는 경선에 참여하느니 마느니 파열음도 들립니다.

재미있는 건 상대적으로 정당 지지율이 낮고 유력 주자가 없는 정당일수록 내부 경선 열기는 몇 배 뜨겁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 10년 전 9룡(龍)이 날았던 '대통합민주신당'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지난 2007년, 범여권은 총체적 위기였습니다. 참여정부와 함께 정권을 이끌던 열린우리당은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대선 패배 위기감이 고조됐습니다.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고 몇몇 의원들은 ‘이대로는 안 된다’며 탈당을 결행했습니다. 개별 탈당을 넘어 김한길 대표가 이끄는 중도개혁통합신당이 생겨났고 혼란은 거듭됐습니다.

결국 옛 새천년민주당의 잔류파인 민주당을 제외한 범여권이 힘을 합쳐 대통합민주신당을 탄생시켰습니다. 시민사회 출신인 오충일 목사가 당 대표를 맡았고 열린우리당은 흡수합당 형식으로 통합됐습니다. 한나라당 소장파로 꼽혔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이때 대선주자로 범여권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수많은 진통 끝에 새 틀이 갖춰졌지만 지지율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 내부의 경선 열기만큼은 결코 한나라당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경선 초기, 한나라당 대선 주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원희룡, 고진화 의원을 포함해 5명에 불과했지만 민주신당에서는 두 배인 10명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면면을 살펴볼까요?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천정배, 신기남, 김두관, 추미애, 최병례… 당시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인물들이었습니다. 최 후보가 자격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지만 그래도 예비 경선 후보만 무려 9명이었습니다.

이후 실시된 컷 오프 경선에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5명의 후보가 본 경선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열됐던 탓일까요? 당초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예비경선 결과 순위가 공개됐고 일부 후보가 득표수까지 밝히라고 항의하면서 긴급회의 끝에 밤 8시 20분 쯤 1위부터 5위까지의 득표수가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사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당 경선위가 수치를 잘못 발표해 정정했는가 하면 심지어 4위와 5위 순서가 뒤바뀌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뜨거웠던 경선의 부작용이라고 해야 할까요?

본 후보 경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정동영-손학규 두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로 치러진 본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 신뢰성과 선거인단 동원 논란으로 막판까지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친노 적자로 불리던 정동영 전 의장이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정 후보는 일반선거인단 투표와 휴대전화 투표, 여론조사를 합쳐 21만 6천 9백 84표를 얻어, 2위인 손학규 후보를 4만 8천여 표 차로 제쳤습니다. 대선후보 지명대회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은 요란한 축포와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렇게 힘겨운 내부 경쟁을 거쳤건만 대선 결과는 530만 표 차 패배… 역대 선거 결과 가운데 가장 큰 참패였습니다.

● 여권의 몰락…10년 만에 데자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똑같은 현상이 10년 만에 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보수진영 쪽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지지율 급락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풍요 속 빈곤’으로 고심하는 분위기입니다. 10년 전 대통합민주신당 자리에는 자유한국당이, 중도개혁통합신당 자리에는 바른정당이 들어선 모습입니다.

물론 당시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바른정당은 성격상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은 동력이 떨어진 열린우리당을 뛰쳐 나와 먼저 새 집터를 마련하기 위해 나섰던 것인데 반해 바른정당은 친박과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며 뛰쳐 나온 상황이니 말입니다.

어쨌든 후보 난립만큼은 당시 범여권과 다를 게 없습니다. 현재 한국당 대선 주자는 자천타천으로 10명이 넘습니다. 줄잡아 볼까요? 이인제 전 최고위원, 원유철 의원, 안상수 의원, 조경태 의원, 김진태 의원,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신용한 전 청와대 직속 청년위원장, 박판석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여기에 홍준표 경남지사와 황교안 권한대행까지….

한국당의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은 8.5%입니다. (조사의뢰 : SBS, 조사기관 : KANTAR PUBLIC(칸타 퍼블릭), 조사일시 : 2017년 3월 11일 13시~3월 12일 19시, 그 밖의 사항은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은 한 자릿수인데 대선 주자는 (출마 예상자 포함입니다만) 두 자릿수인 웃지 못할 상황인 겁니다.

● 본 경선 참가에 '4억 원'…그래도 득이 많다?

당내 유력 주자들이야 당연히 출마를 고려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안될 게 뻔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왜 출마에 매달리는 걸까요? 경선에 나서려면 예비 경선 1억 원, 본 경선 3억 원 등 모두 4억 원이라는 공탁금을 당에 내야 하니 결코 가볍게 나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도 대선 출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건 무엇보다 ‘해 볼만하다.’는 겁니다.

대선 후보까지는 몰라도 2등, 3등까지는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정치인으로서 인지도를 높이고 영향력을 키우는 데에는 대선판 만한 것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잘만 하면 대선 주자급 반열에 오를 수 있고 거기까지는 못 가더라도 향후 총선, 지방 선거, 혹은 당직 선거에서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경력이 중요한 정치판에서 ‘대선 주자’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타이틀입니다.

다만 ‘평생 대선 주자’로 정치권을 떠돌다 은퇴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걸 보면 도박판만큼이나 떠나기 힘든 게 대선판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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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의뢰 SBS
조사기관 칸타 퍼블릭
조사지역 전국
조사일시 3월 11일~3월 12일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표본크기 1,013명
응답률 12.6%
피조사자 선정방법 성/ 연령/ 지역 비례에 따른 할당 추출
가중치 부여방식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 (2016년 12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
질문지  SBS 홈페이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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