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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드 앞에서 솟아오른 스커드-ER…엿보이는 北의 의도

[취재파일] 사드 앞에서 솟아오른 스커드-ER…엿보이는 北의 의도
북한의 지난 6일 스커드-ER 시험발사는 여러 면에서 색달랐습니다.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미사일을 쏘면서 고정식 발사대가 있는 동창리를 발사 장소로 택했고, 대담하게도 한꺼번에 4발을 쐈습니다. 북한이 새해 벽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공언한 가운데 신형 중거리 고체로켓 미사일 북극성 2형을 쏜 터라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은 북한의 ICBM 동향에 몰두하고 있을 때 북한은 예상을 뒤엎고 스커드-ER을 꺼내들었습니다.

북한의 독특한 술수 속에 숨겨진 여러 가지 함의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고정식 발사대에서 주로 장거리 로켓을 쏴 올리는 동창리에 TEL을 끌어다 준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한미 군 당국의 눈을 속였습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번 발사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스커드-ER은 기존 스커드 미사일을 개량한 모델로, 말하자면 시험발사 몇 번 안한 신형 미사일입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과감하게 4발을 쐈고 모두 1,000km 이상 날려 미사일의 안정성을 웅변했습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끈 대목은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를 앞두고 다른 미사일도 아닌 스커드-ER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스커드-ER은 대기권을 뚫고 낙하하는 종말단계에서 지저분하게 비행해 종말단계에서 요격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미사일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의 탄도 미사일 중에서 정확도가 가장 높습니다. 주한미군에 사드를 들인다니 북한은 스커드-ER로 ‘환영식’을 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
● 백 텀블링과 공산오차 최대 190m의 스커드-ER

지난 2014년 7월 동해로 북한 미사일 한 발이 떨어졌습니다. 비행 궤적과 사거리가 스커드 B나 C와는 달랐습니다. 한미 군 당국은 스커드의 개량형 스커드-ER로 추정했습니다. 스커드-ER의 공식 데뷔전이었습니다. 작년 6월에는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에서 미사일 세 발이 솟아올랐는데 모양이 기이했습니다. 미사일 동체는 노동인데 탄두는 스커드 B의 것과 비슷했습니다. 북한이 처음으로 스커드-ER을 공개한 것입니다. 

생김새만 놓고 보면 스커드인지 노동인지 애매한 미사일입니다. 개량을 했으니 기존 탄도 미사일의 단점은 줄이고 새로운 성능을 집어넣었을 터. 스커드-ER의 탄두는 낙하하면서 백 텀블링(Back Tumbling)을 하는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백 텀블링은 탄두가 공중에서 불규칙하게 회전하는 현상입니다. 음속 몇 배의 속도로 떨어지더라도 일정한 궤적을 따라오면 요격을 시도할 만한데 스커드-ER의 탄두는 불규칙하게 엉망진창 궤적을 그리며 떨어집니다. 북한이 주한미군에 들이고 있는 사드에다 대고 “맞춰 떨어뜨려 보라”며 스커드-ER 시위를 한 셈입니다.

스커드-ER은 또 정확도가 높습니다. 스커드 B와 C의 공산오차(CEP)는 50~900m인데 반해 스커드-ER의 CEP는 50~190m입니다. 타격 목표로부터 190m 안에 탄두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스커드-ER에는 기존 관성항법장치와 함께 광학장치가 추가 장착돼 유도 조종 성능이 좋아져 정확도가 높다고 군 당국자는 설명합니다. 

사거리는 700km~1,000km로 알려졌었는데 북한은 이번에 사거리 1,000km를 시연했습니다. 5발 중 1발은 발사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찌됐든 4발이 모두 1,000km 이상 날아갔다는 것은 스커드-ER의 신뢰성이 높다는 방증입니다. 스커드-ER은 북한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후방에서 한반도 전역과 일본 일부 지역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로 드러났습니다.

● 요격이 어려우면 선제타격 킬 체인으로

스커드-ER 같은 까다로운 상대는 발사 전에 없애는 것이 상책입니다. 북한 미사일을 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전술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나 사드 못지 않게 북한의 미사일과 핵 기지에 대한 선제타격 전술 킬 체인(Kill Chain)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킬 체인은 정찰위성 5기를 띄워 북한을 감시하다 북한의 공격 움직임이 감지되면 지대지 현무 탄도 및 순항 미사일과 공대지 타우러스 미사일 등으로 선제 공격하는 전술입니다. 2020년대 초반 구축 완료가 목표입니다.
현무 미사일
현무 탄도 미사일은 현재 사거리 300km와 500km 모델이 개발됐습니다. 우리나라는 한미 미사일 가이드 라인 개정에 따라 사거리 800km의 탄도 미사일까지 보유할 수 있습니다. 군 핵심 관계자는 “사거리 800km의 현무 미사일은 사실상 개발이 끝났고 공개 시험발사만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군은 현무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을 올해까지 1,700기 확보하고 내년부터 5년간 성능이 개량된 현무 300기를 추가 생산할 계획입니다. 국방부의 다른 예산은 기획재정부, 국회가 덜어내지 못해 안달이지만 현무 예산은 누구도 손대지 않고 착착 집행되고 있다고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사거리 500km의 타우러스 미사일도 우리 군에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타우러스급 공대지 미사일의 국내 개발도 추진되는 분위기입니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A에 장착하면 휴전선 이북에서 북한 어디든 때릴 수 있고, 휴전선 이남에서도 북한 어지간한 곳은 타격할 수 있습니다. 킬 체인을 전면 가동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장사정포 전력의 70% 이상을 24시간 안에 파괴한다는 것이 군의 청사진입니다.

가장 걱정되는 킬 체인의 분야는 정찰위성입니다. 정찰위성이 포착한 정보를 받아서 분석하는 수신 관제권 중 일부를 국정원이 갖기로 돼있습니다. 국정원이 우리나라 모든 위성의 수신 관제권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킬 체인 정찰위성의 수신 관제권은 완전히 군이 행사해야 옳습니다. 북한의 주요 거점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려면 정찰위성 5기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돈이 없어 5기만 띄워 야무지게 운용하자는 것인데 중간에 국정원까지 끼어들면 정찰감시능력은 반감합니다.
현무 미사일
킬 체인의 운용 개념과 작전 계획이 제대로 정립됐는지도 단단히 짚어봐야 합니다. 정밀 선제타격은 대단히 어려운 작전인데다 우리 군에게는 미답(未踏)의 길입니다. 킬 체인의 운용 개념이 희미하다는 이야기가 국방부 안팎에서 들립니다. 킬 체인 운용 개념과 작전 계획을 명확히 정립하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국방부의 울타리를 허물고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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