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이중 주차한 차량은 기어를 중립에 놓은 상태였습니다. 주차된 차를 가볍게 밀어, 공간을 확보한 A 씨는 자신의 차로 돌아가 떠났습니다.
그런데 그가 떠난 뒤 멈출 줄 알았던 차량은 그대로 굴러갔습니다. 이어 다른 차량과 부딪치고 난 뒤에야 멈춰 섰습니다. 피해차량은 외제 승용차, 수리비는 240만 원이 나왔다는 겁니다.
나중에 돌아온 피해차량 운전자는 자신의 보험회사에 연락했습니다. 그리고 보험회사에서는 주차장 CCTV를 확인해 사고 모습을 잡아냈습니다.
결국 차량을 밀었던 A 씨를 찾아 수리비를 요구했습니다. 당황한 A 씨도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 보험회사에 연락해 처리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보험회사 측 반응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험처리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고가 운전 중에 일어난 것이 아니고, 또 자기 차도 아니기 때문에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 2중 주차 차량 책임은 아닐까?
A 씨는 억울했습니다. 자신이 차를 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이중 주차한 차량도 누군가 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어를 중립에 놓은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중 주차한 운전자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6호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중 주차 차량이 비정상적으로 놓여있어 사고를 유발했다면, 잘못 주차된 차에 책임을 일부 물을 수 있습니다.
■ 같은 상황 다른 결과…'일배'가 해결해준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을 겪은 B 씨는 보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자기부담금 20만 원만 내고, 나머지 수리비 220만 원을 보험으로 처리한 겁니다.
이 보험은 일상생활 중에 자신의 실수로 일어난 사고로 타인에게 재물 및 인적 손해를 끼쳤을 때 보상해주는 손해보험입니다.
말 그대로 자신이 남에게 입힌 피해에 대한 법률상의 모든 배상 책임을 지고, 최고 1억 원까지 물어줍니다. 실제 적용될 수 있는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실수로 커피를 친구의 노트북에 쏟았을 경우
- 다른 사람과 부딪혀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태블릿 PC가 파손된 경우
- 아이들이 놀다가 혹은 실수로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한 경우
-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힌 경우
- 배관 누수나 화재로 이웃집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줘야 하는 경우
■ 얼마나 들고 누구까지 대상일까?
월 보험료는 약 1,000원 미만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보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물 사고는 1회 사고당 본인 부담금 20만 원을 제외한 액수를 보상받고, 대인 사고의 경우엔 본인부담금이 없습니다.
피보험자의 범위에 따라 세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보험 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가 본인인 경우(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미혼 자녀를 포함하는 경우(자녀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다른 가족까지 포함하는 경우(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가 있습니다.
물론 가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다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배상 책임'이나 '보험 증권에 기재되지 않은 주택에 거주하는 동안 발생한 배상책임', '지진, 해일 등 이와 비슷한 천재지변으로 인한 배상책임'의 경우엔 보험처리가 안 됩니다.
또 '일배 보험'은 독립된 보험상품보다는 손해보험 상품의 특약 형태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입 전 혹시 이미 가입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취재:손승욱 / 기획·구성: 김도균, 송희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