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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그룹과 무관하다는 '이건희 동영상'…'그룹'에 주목하는 이유

[리포트+] 그룹과 무관하다는 '이건희 동영상'…'그룹'에 주목하는 이유
지난해 7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담긴 이른바 '이건희 동영상'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이 동영상이 공개된 뒤 사람들은 제기된 의혹의 진실은 무엇인지, 또 촬영한 사람의 목적이 무엇인지,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그리고 동영상이 공개된 지 9개월, 검찰은 이 영상의 촬영을 지시한 혐의로 50대 선 모 씨를 구속했습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선 씨는 CJ그룹의 전 직원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해 CJ 측은 '회사와는 무관한 전직 직원의 개인 범죄'라고 밝혔습니다. 또 선 씨가 구속 직후 사직서와 함께 '회사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동영상 촬영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선 씨의 행위가 CJ 측과 관련됐는지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사건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삼성과 CJ, 두 그룹 사이의 '묵은 갈등' 때문입니다.
#(갈등의 서막) 이병철 선대회장, 이건희를 후계자로 선택
삼성그룹과 CJ그룹 간의 갈등이 시작된 배경을 설명하려면,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의 후계자 선정 과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1976년, 이병철 선대회장은 장남인 이맹희 씨가 아닌 삼남 이건희 씨를 후계자로 선택했습니다.

CJ 명예회장인 이맹희 씨는 1960년대만 해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제일제당, 신세계, 제일모직, 중앙일보 등 17개 주력 계열사의 부사장, 전무, 상무 등 임원으로 활약했습니다.

하지만, 삼성그룹 경영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이병철 선대회장과 자주 대립해왔습니다.

결국, 이병철 선대회장이 셋째 아들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후계자로 선택하면서, 이맹희 명예회장은 삼성그룹 경영 일선에서 밀려나게 됐습니다.
#(Round 1) 삼성과 CJ의 분리, 이학수를 사장으로 임명
삼성그룹과 CJ그룹의 본격적인 갈등은 1993년부터 4년간 진행된 삼성과 CJ의 분리 과정에서 시작됐습니다.

1993년 6월, CJ그룹의 전신인 제일제당은 삼성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이전까지 제일제당은 삼성그룹의 계열사로 분류됐습니다.

이맹희 CJ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당시 제일제당 상무였습니다. 현재 이재현 회장을 대신해 CJ그룹을 이끌고 있는 손경식 CJ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으로 당시에도 경영 일선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그룹의 분리 과정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자신의 최측근인 이학수 사장을 정기인사 때 제일제당 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이재현 당시 제일제당 상무는 이건희 회장이 독립경영 약속을 깨고 이학수 사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했으며, 자신과 손경식 회장을 경영에서 배제하려고 시도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결국, 이학수 사장이 부임한 지 한 달여 만에 제일제당을 떠나면서, 두 그룹의 갈등은 마무리되는 듯했습니다.
#(Round 2) 포스코와 손잡은 삼성, 대한통운 누가 가지나
2011년, 삼성그룹과 CJ그룹의 갈등은 다시 한번 불거졌습니다.

대한통운 인수를 두고, 삼성그룹이 포스코그룹과 손을 잡고 CJ컨소시업과 경쟁에 나선 겁니다. 양측은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까지 이르렀고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대한통운 인수전'은 마무리됐습니다.
#(Round 3) 이병철 선대회장 재산 두고, 형제간 상속 전쟁
이듬해인 2012년에는 두 그룹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맹희 CJ 명예회장이 아버지인 이병철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이어 CJ 측이 삼성 직원을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한 혐의로 고소하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이맹희 명예회장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면서 '형제간 상속 소송전'은 악화했습니다.

*그래픽[이건희 / 삼성그룹 회장]
"이맹희는 집안에서 퇴출당했다. 이맹희 회장이 나에게 건희 건희 할 위치와 상대가 아니다."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이건희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고, 지난 2014년 2월 이맹희 명예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제간 상속 전쟁은 마무리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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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되면서, 두 그룹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항소심 선고 재판을 앞두고 있던 이재현 회장을 위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일가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겁니다.

2015년 8월, 이맹희 CJ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당시에도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등이 장례식장을 방문했습니다.
#(Round 4???) '이건희 동영상' 파문, '삼성 vs CJ' 갈등 재발?
지난해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촬영된 '이건희 동영상'이 공개되자, 의혹의 눈초리는 CJ를 향했습니다.

동영상이 촬영된 시점이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해 두 그룹 간 갈등 시기였던 2011년부터 형제간 소송이 진행된 2013년 사이였기 때문입니다.

CJ 측이 동영상 유포자들이 CJ그룹에도 매입을 제안했었지만, 이미 거절했다고 해명하면서 의혹은 해소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동영상 촬영을 지시한 사람이 CJ그룹의 전 직원으로 밝혀지면서, 두 그룹 사이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CJ 측은 해당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며, 회사와는 무관한 '전직 사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강하게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삼성 측 역시 동영상 논란에 말을 아끼는 상황입니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요?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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