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바르셀로나가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장식했다. 유럽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두고 두고 회자될 명승부를 연출했다. 축구계에 불가능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바르셀로나의 화력쇼 앞에서 도박사들마저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캄프누에서 치러진 '2016/17 UEFA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와 파리생제르맹(이하 PSG)의 16강 2차전 경기에서 홈 팀 바르셀로나가 6-1 대승을 챙겼다. 1차전 프랑스 원정경기에서 PSG에 0-4로 완패했던 바르셀로나는 2차전 대승으로 실낱 같았던 8강 진출 희망을 현실로 바꿔 놓았다.
경기 직후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바르셀로나 8강 진출에 걸려 있던 배당액은 그들이 3-1로 이기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1/200에 불과했다. 이 정도의 수치를 뒤집고 승리한 사례는 전무후무하다"고 전했다. 합법적으로 경기 베팅이 진행되는 영국에서 각종 베팅 업체들의 승부 예상과 배당치는 정확하기로 유명하다. 결과에 따라 실제로 돈이 오고가는 예측인 만큼 가장 현실적인 수치를 내놓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5/16 시즌 개막을 앞두고 도박사들이 예상한 레스터 시티의 EPL 우승 확률은 1/5000 이었다. 레스터 시티의 깜짝 우승이 기적으로 불렸던 이유다.
더욱이 UEFA 챔피언스리그는 원정 다득점 원칙을 적용한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0-4로 패한 바르셀로나는 8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2차전에서 최소 5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홈 경기라고는 해도 유럽 최고 수준의 클럽들이 대결을 펼치는 챔피언스리그에서, 그것도 16강 토너먼트 대진에서 5골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두기는 더욱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 날 승리가 반전을 넘어 기적이 된 것은 단순히 경기 결과 때문이 아니다. 결과보다 더 극적이었던 경기 내용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후반 17분까지 3-1이던 경기 스코어를 불과 30분 사이에 6-1까지 벌리며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마지막 결승골은 사실상 경기 종료 직전에 들어갔다.
물론 이러한 기적은 바르셀로나에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즈, 네이마르라는 유럽 최강의 공격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까지 부정하기는 힘들다. 경기 후 각종 축구 통계사이트에서 무려 평점 10점을 받은 네이마르는 8강 진출 가능성이 거의 사그라들었던 후반 43분, 점수 차를 4-1로 벌리는 추가골을 성공시켰고 불과 2분 뒤에 또 다시 득점에 성공하며 전광판의 숫자를 5-1로 만들었다.
경기를 마친 바르셀로나의 엔리케 감독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연출된 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축구다. 선수들 모두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승리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며 기적을 만든 것은 운이 아니라 승리를 향한 간절한 의지였다고 평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에서 16강 탈락 위기에 놓여 있던 바르셀로나가 극적으로 8강행 티켓을 가져가자 이와 동시에 바르셀로나의 2016/17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걸린 배당액은 다시 크게 낮아졌다. 바르셀로나는 가장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이기 때문이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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