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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엘시티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⑮

[취재파일] 엘시티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⑮
연속 취재 '해운대 엘시티' 수사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의혹 수사가 7일 브리핑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7월 21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시행사인 엘시티 PFV와 실소유주인 이영복 회장의 특수관계 회사들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착수한 지 7개월여 만입니다.

지난해 2월 동부지청이 내사를 시작한 것까지 합치면 1년이 넘게 수사를 진행해 온 셈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수사팀이 동부지청에서 부산지검 특수부로 이송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 검찰의 엘시티 수사…실체 규명 못한 반쪽 수사에 그쳐
이영복 구속 사진
한때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히 수사토록 하는 담화까지 발표하면서 엘시티 사건은 ‘최순실 게이트’에 이어 ‘제 2의 권력형 게이트’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지만 어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는 그야말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반쪽 수사’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사실 엘시티 수사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역의 정 관 재계와 검찰 및 법조 출신 고위 간부, 언론계 등 토호세력으로부터 ‘부산 경제 악영향’을 이유로 총체적으로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수사팀이 엘시티 실소유주인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았다는 투서로 대검 감찰팀의 조사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안팎의 공격에 수사팀은 좌초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영복 회장 측의 온갖 로비와 압력, 심지어 검찰 내부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수사팀은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했고 결국 지난해 10월 초부터 수사팀 교체설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회장 측에서 수사팀 교체를 추진한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10월 24일 수사팀이 동부지청에서 부산지검으로 교체됐습니다.
 
수사팀 교체의 명분은 ‘확대 개편, 성역 없는 수사’였습니다. 실제로 수사 검사는 4명에서 8명으로 보강됐고 전체 수사팀은 40명이 넘었습니다. 지검 수준에서는 이례적인 규모의 수사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수사팀 교체는 엘시티 수사를 적당한 선에서 매듭짓기 위한 수순이란 우려도 나왔습니다.
 
4개월 여 동안의 수사 결과는 그 우려가 결코 근거 없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줍니다.
 
● 검찰, 인·허가 비리 수사에 초점, 권력형 비리엔 눈감아
엘시티 공사 현장
엘시티 사건은 크게 2007년 6월 해운대 관광리조트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 ~ 2011년 3월 부산시 건축심의위원회 심의 통과까지의 1단계와 2011년 3월 시공사 선정 착수 ~ 2015년 10월 엘시티 아파트 분양 개시의 2단계로 두 개의 축을 가지고 있습니다.

1단계는 ‘지역 토착 형 인.허가 개발 비리’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 2단계는 소위 ‘권력 실세 형 특혜 비리’로 규정해 볼 수 있습니다.
 
1단계 엘시티 사업의 인 허가 단계에서는 엘시티 시행사 이 회장의 로비 대상이 부산시 고위 공무원과 산하 부산시 도시공사 고위 직원, 부산시 도시계획위원과 건축심의 위원, 그리고 국회의원과 시의원 등 지역 정계 인사, 지역 언론계 인사 등 이었습니다. 즉 인. 허가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나 바람막이를 해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정 관계, 언론계 인사 등이 주를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단계 정권 실세형 특혜 비리 단계에서는 이 회장의 로비 대상은 중앙 무대로 옮겨 가 엘시티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권력 실세의 도움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외국인 부동산 투자 이민제 지정 등 행정부의 제도적 지원이나 금융권의 특혜 금융지원, 대형 건설사의 시공사 참여 및 책임 준공제 보증 등이 핵심 사안입니다. 검찰이나 법조계 국세청 국정원 등 소위 힘 있는 권력 부서의 고위 인사도 지속적인 로비 관리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2단계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는 변죽만 울렸을 뿐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 으로 형식적인 요식 절차만 그친 채 “혐의 없음” “계좌 추적 결과 특이 사항 없음” 등으로 일관해 면죄부를 줬습니다. 한마디로 수사 의지를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1단계 인 허가 비리 수사도 초기 적극적인 태도와 달리 갈수록 동력이 떨어지더니 핵심은 사라지고 곁가지만 잡는 반쪽 수사였습니다. 물론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나 배덕광 자유 한국당 의원을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시킨 것은 나름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엘시티 개발 사업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 실세로 지목됐던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나 자신의 핵심 특보나 참모 2명이 엘시티 비리 혐의로 구속된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수사는 요식 절차에 그쳤다는 지적입니다.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를 토대로 조목조목 짚어 보겠습니다.
 
● 엘시티 토착 비리 수사…현기환 수석, 배덕광 의원 구속은 나름 성과
현기환·배덕광 구속 사진
검찰이 이번 엘시티 수사에서 인 허가나 특혜성 행정 조치를 둘러싸고 이 영복 회장과 지역 유력 인사들 간의 ‘검은 돈’ 커넥션을 일정 부분 규명하고 토착 비리를 도려낸 것은 성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덕광 자유 한국당 의원 정기룡 전 부산시장 경제특보 등 지역 유력인사를 구속 기소한 것은 의미 있는 수사였다는 지적입니다. 또 허 전 시장의 측근 이 모씨와 서 병수 부산시장의 최 측근인 김 모 씨도 엘시티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이들 유력 인사는 대부분 “엘시티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엘시티 이 회장으로부터 적게는 수천 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뒷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세간에서 의혹만으로 떠돌던 엘시티 사업 관련 금품 로비 의혹들이 구체적인 범죄 사실로 드러난 겁니다.
 
부산지역 모 일간지 대표도 엘시티 시행사로부터 광고 협찬비 명목으로 5천여만 원을 받고 엘시티 법인 카드로 100여만 원을 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부산의 대표적 금융기관인 부산은행 전 행장 이 모씨도 상품권과 중국 유명 서예가의 미술품 등 1500만 원 상당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부산시, 부산도시공사 전경
이 외에도 기소는 되지 않았지만 부산시와 해운대 구청 공무원, 부산도시공사 직원 시, 구의회 의원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등 약 100여명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2억 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선물 및 골프 접대를 받은 부산시 공무원 4명과 도시계획위원 28명에 대해서는 기관 통보 조치토록 했습니다.
 
검찰은 “이 회장이 평소 정치인과 공무원 등에게 골프 접대와 유흥주점 향응, 상품권 선물, 명절 선물 등 지속적인 금품 제공을 통한 소위 ‘ 평소 관리형 로비’를 하였고 확인된 금액만 수십억 원에 이른다” 고 밝혔습니다. 특히 “상품권 추적을 통해 드러난 로비 규모는 불과 1~2 %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혀 실제 로비 규모나 대상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쨌든 1여 년에 걸친 검찰 수사를 통해 토착 비리의 환부를 일정 부분 도려낸 것은 평가할 만한 일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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