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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재명, '선명성'으로 文을 겨누다

文-安-李, 민주당 삼국지

[취재파일] 이재명, '선명성'으로 文을 겨누다
탄핵 결정을 앞두고 있어 당이나 주자 모두 조심스러워 하고 있긴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경선도 슬슬 달아오르는 분위기입니다. 특히나 2차례 토론회 과정을 거치면서 주자들간 전략적 대결 구도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관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토론회가 고무적인 건, 대체로 주자 간 공방은 있으되 그것이 과거처럼 네거티브 전략에 따른 인신 공격이 아니라 각자의 정책과 비전을 놓고 벌이는 상호 질타와 반박에 기초했다는 점입니다.

● 이재명, 文에 집중 포화

2차 토론회에서 가장 공세적 토론을 이끈 인물은 이재명 성남시장이었습니다. 이 시장은 과거 문 전 대표의 ‘준조세 폐지’ 발언이 말 바꾸기 아니냐고 몰아붙였습니다.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장·차관 출신들이 대거 참여한 국정자문단 ‘10년의 힘’을 겨냥해 자문단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재벌 대기업 등에서 일한 사람들로 결국 기득권 대변자의 역할을 하지 않겠냐고 공격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준조세는 최순실 사태에서 나타난 정권과 재벌 간 검은 거래를 없애겠다는 것이지 법정부담금을 폐지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걸 이미 밝혔다고 반박했고 일부 캠프 인사의 발언을 문제 삼은 데 대해서도 그런 발언까지 다 책임지라는 건 무리 아니냐고 받아 쳤습니다.

이 시장의 작심 비판은 안보 현안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이 시장은 국가 지도자는 국민이 원하고 또 국민에게 바람직한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문 전 대표의 생각을 명확히 밝히라고 압박했습니다. ‘자꾸 (사드 배치 문제를) 국회로 넘겨라.’, ‘차기 정부로 넘겨라.’라는 식으로 얼버무리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한미간 합의가 있었던 만큼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전면적 재검토를 통해서 내부적 공론화와 국회 비준을 거치고 대외적으로 미국, 중국과 외교적으로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합리적으로 결정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한) 복안이 있다.”면서 이런 문제는 어느 시점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시장의 공세는 선명성을 바탕으로 문 전 대표와 확실하게 각을 세워 진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혔습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의 2위 싸움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은 물론 문 전 대표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하는 것을 막아 결선 투표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포석 아니냐는 겁니다.
안희정 충남지사
● 安, "우리는 '동지'"…'대치'보다 '협치'

안희정 충남지사의 전략은 정반대로 보였습니다. 사안에 따라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을 비판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구도는 밖으로는 ‘대연정’을, 안으로는 ‘동지적 관계’를 강조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진보 성향의 전통적 지지층을 놓고 경쟁하기에는 세력이나 선명성 측면에서 문재인, 이재명 두 경쟁자를 압도하기 힘든 만큼 포용적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힘쓰겠다는 전략으로 보였습니다.

안 지사는 여소야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어떻게 개혁입법을 해낼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연정’만이 해법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또 의회 다수파와 대통령이 협치해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게 대연정 제안의 본질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자유한국당과의 연정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서 “(협치가 안되니) 현실에서 어느 하나 법안 통과를 못 시키고 있지 않으냐"고 꼬집었습니다.

문 전 대표를 겨냥한 이 시장의 계속된 공세에는 "상대(문재인 전 대표)를 재벌 편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동지적 우애와 신뢰를 깎는다.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자고 제안한다"면서 "민주당에서 한솥밥을 먹고 민주주의 운동을 한 사람들로서 기본적인 것도 불신하는 태도는 앞으로 보이지 말자"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 文, 유비? 조조? 원소?…이미지 전쟁!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세론에 맞춰 맏형다운 이미지와 안정감을 보이는 초점을 맞췄습니다. 모두 발언에서도 "제대로 준비된 대통령을 잘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습니다. 상대 주자의 공격에 적극 반박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주도하는 토론 시간은 다른 주자들에 대한 공세보다 자신의 대북정책이나 일자리 공약들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최성 고양시장까지 4명의 후보가 맞붙긴 했지만 토론회 분위기는 크게 삼각구도로 치러졌습니다. 문재인-안희정-이재명의 삼국지인 셈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이미지 전략은 ‘유비’로 읽혔습니다. 맏형으로서 아우들을 안고 가면서도 ‘적폐 청산’ (유비로 보자면, 역적 소탕을 통한 한나라 황실 부흥 정도라고 할까요?)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메시지인 셈입니다.

반면, 이재명 시장은 문 전 대표를 ‘원소’로 규정하는 듯 보였습니다. 명문 귀족 출신(친노 적자)으로 거대 병력(대세론)을 이끌고 동탁(보수 정권) 타도에 나섰지만 정작 그런 본인 역시 기득권 세력 아니냐는 겁니다. 이 시장이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명확한 입장이 뭐냐’, ‘말을 바꾼 것 아니냐’고 따졌던 걸 보면 상황에 따라 처세에 능했던 ‘조조’ 같은 이미지로 가두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선고를 오는 10일로 잡았습니다. 민주당 삼국지의 막이 언제 오를지, 결정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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