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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아주 많거나 아주 적게…신조어로 보는 불황 쇼핑 트렌드

[라이프] 아주 많거나 아주 적게…신조어로 보는 불황 쇼핑 트렌드
언어는 시대를 반영합니다. 특히나 다양한 신조어들을 보면 그 시대의 단면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최근 많이 쓰이는 신조어들을 통해 변화된 소비 경향을 짚어봅니다.

이제 '가성비' 넘어 '가용비'다!

많이 쓰는 말인 '가성비'가 있죠,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에 많이 쓰는 말입니다. 중국 샤오미의 일부 제품들을 두고 '가성비'가 상당히 뛰어나다며 '가성비 깡패'라는 말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불황의 영향으로 '가성비'를 따지던 소비자들이 이제 '가용비'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가격 대비 용량이 많다, 많이 들었다는 말입니다. 비슷한 가격이면 좀 더 양이 많은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최근 2년간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글을 분석한 결과(2015년 1~2017년 1월), '가용비' 등 '대용량'에 관련한 단어 언급량은 3만 5천 건으로 2년 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국내 H&B(헬스 앤드 뷰티) 업계 1위 '올리브영'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집니다. 대용량 화장품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습니다.

한 보디 크림 제품은 한 달간 200ml 제품보다 430ml 대용량 제품이 6배나 더 많이 팔리기도 했습니다.
 이제 '가성비' 넘어 '가용비'다!
가용비甲 '인간 사료'에 '무한 리필' 각광

이런 현상은 화장품 업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류에서 나타난 신조어 '인간 사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인간 사료'란 마치 동물이 먹는 사료처럼 양이 많고 값이 싼 대용량 음식 제품을 말합니다.

어느 정도인지 보니, 과자의 경우 1kg에 5,000~8,000원 수준으로 낱개로 포장되어 있는 제품보다 20~40% 정도 저렴합니다.

대용량 냉동식품도 있습니다. 3kg짜리 냉동 볶음밥의 경우 1인분으로 나누면 1천 원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하지만 낱개 포장으로 사면 3,4천 원으로 가격이 서너 배 차이가 납니다.
가용비甲 '인간 사료'에 '무한 리필' 각광
보통 자취를 하는 젊은이들이 식비를 줄이려는 방법으로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무한 리필' 음식점도 최근 들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다음소프트의 조사결과, '무한리필'에 대한 SNS상 언급량도 월평균 1만 5천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용비나 인간 사료, 무한 리필 등을 찾는 모습에서 불황에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짠테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양을 선택하는 것과 정반대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습니다.

소용량, 소포장으로 실패를 줄인다…'호핑족'

'호핑족'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깡총 깡총 뛰어다니는 뜻인 영어 홉'hop'과 쇼핑(shopping)을 조합한 신조어입니다.

이들은 단일 브랜드나 제품을 고집하지 않고, 입소문을 탄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기 위해 빠르게 브랜드나 제품을 갈아타는 소비층을 뜻합니다.

이들은 소용량, 소포장 제품을 찾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한 마스크 팩은 그날 피부 상태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4가지 종류의 팩을 하나의 상품으로 소포장해 판매합니다. 같은 가격으로 4가지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겁니다.

호핑족들은 이렇게 마치 '테스터(tester)'나 '샘플'처럼 소용량, 소포장 제품들, 사용 시간이 대체로 짧은 '미니 제품'을 선호합니다.
소용량, 소포장으로 실패를 줄인다…'호핑족'
화장품 외에 소형 간식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간 사료'처럼 극단적으로 많은 양이 아니라 반대로 극단적으로 적은 양입니다.

30g 내외의 소포장 간식은 간편하게 휴대하며 먹을 수 있어 특히 2,30대 여성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업계에서는 입소문 난 제품을 덜컥 샀다가 자신과 맞지 않는 '실패'를 겪게 되어서 받게 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과 맞는 제품을 찾게 되면 다시 대용량을 찾는 구매 패턴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신조어 속에서 나타나는 '불황'

평균소비성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얼마를 쓰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전년보다 0.9%포인트 떨어진 71.1%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장기불황으로 평균 소비성향이 최악이었던 일본의 1998년(71.2%) 당시보다 더 낮은 수치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5년 연속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장기 불황 속에서 사람들의 소비는 계속 위축되는 동시에 어떻게든 아껴보려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송희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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