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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다시 뛰는' 원윤종 "아직 한 시즌 남아 다행…다시 일어설게요"

올 시즌 슬럼프 봅슬레이 원윤종 인터뷰

[취재파일] '다시 뛰는' 원윤종 "아직 한 시즌 남아 다행…다시 일어설게요"
한국 봅슬레이의 에이스 원윤종 선수는 요즈음 선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파일럿으로 브레이크맨인 후배 서영우와 짝을 이뤄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하며 '불모지의 기적'을 썼던 원윤종은 올 시즌에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월드컵 1차 대회를 동메달로 순조롭게 시작했지만 갈수록 성적이 떨어졌고 급기야 지난달 세계선수권에서는 21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거뒀습니다.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2주 전에 조용히 귀국해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트랙 적응 훈련에 한창입니다. 오는 18일 평창에서 열리는 올 시즌 마지막 월드컵 8차 대회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원윤종 선수를 만났습니다.
원윤종 선수
Q) 올 시즌 부진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첫 번째로 부상이 컸던 것 같고, 그 이후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경기하는데 있어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원윤종은 지난해 10월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주행 훈련 도중 전복 사고로 허리와 목을 다쳤습니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었고 심리적으로도 힘들어했습니다. 그리고 월드컵 1차 대회를 마치고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 등극에 큰 도움을 줬던 스위스인 엔지니어 2명이 사퇴하는 우여곡절까지 겪었습니다.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Q) 요즈음 많이 힘들텐데 어떻게 마음을 추스르고 있나요?

부진의 원인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유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 보다는 제 경기력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다른 요소들은 생각하지 않고 남은 1년 동안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오로지 그 생각 뿐이에요.

Q) 부진 탈출을 위해 어떤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일단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를 했던 자신감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자신감을 찾으려면 기량이 올라와야 하고요. 그래서 평창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대회를 잘 치르고 하계 시즌에 스타트 훈련이나 여러가지 체력 훈련 같은 것 열심히 해서 경기력이 올라올 수 있게끔 준비를 잘 한다면 자신감도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 있나요?

올 시즌이 끝나면 부진의 원인에 대해 차분히 돌아보고 재정비를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올림픽까지 남은 1년 동안 어떻게 준비할지 계획도 새로 짜고요. 그래도 지금이 올림픽 시즌이 아닌 것이 정말 다행이에요. 그래서 내년 올림픽 시즌을 잘 준비하면 충분히 지난 시즌처럼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주변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나요?

저희 이용 감독님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그리고 모든 외국인 지도자들 다 포함해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희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많이 준비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더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평창 홈 트랙 적응은 잘 되고 있나요?

적응은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가장 빠른 라인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아직 계속 찾고 있는 중이에요. 평창 트랙이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가속을 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렵고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저희가 찾고 있는 중입니다. 

Q) 지난달 루지 월드컵 때 9번 커브가 '마의 구간'으로 불렸는데요?

봅슬레이도 마찬가지로 9번 커브가 제일 난코스인 것 같고 다른 코너도 몇 군데 어려운 구간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최대한 연습 많이 하고 빠른 라인을 찾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다른 선수와 비교를 해보지도 않았고 경기를 정확히 해봐야 어느 정도 판단이 되는데 그 전까지는 섣불리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Q) 다음 주 평창 월드컵에 대한 각오?

일단 홈 트랙이기도 하고 몸 관리 철저히 잘 해서 그리고 누구보다 저희가 많이 트랙 주행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해서 올 시즌 마지막 경기 잘 치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항상 외국에서 경기하다 한국에서 처음 경기하니까 많은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서 더 좋은 스타트, 더 좋은 드라이빙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팬들에게 한 마디?

이번에 평창에서 열리는 월드컵 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봅슬레이 경기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실제 경기장에 와서 '아 봅슬레이가 이런 경기구나' 이렇게 흥미를 가지시고 많이 관심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이용 감독
우리 대표팀의 훈련을 진두지휘하고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과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Q) 요즈음 원윤종 선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있나요?

절대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어요. 원윤종이 지난시즌 세계랭킹 1위를 하다보니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어 이 때문에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평창 월드컵에서는 그런 생각을 버리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실수 없이 하자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Q) 스위스 엔지니어의 사퇴가 원윤종의 부진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엔지니어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엔지니어의 비중은 전체 경기력의 20-30% 정도를 차지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원윤종의 경우에는 이에 따른 마인드 컨트롤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고 원윤종 선수와 얘기를 나눴는데 심리적인 부담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유능한 엔지니어가 있을 때는 우리 장비가 최고라는 든든한 마음이 있었는데 없을 때에는 아무래도 내가 한번만 실수해도 성적이 뚝 떨어진다는 압박감 때문에 그런 것들이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스트레스를 받았고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Q) 부진 탈출을 위해서 앞으로 어떤 점에 주력할 계획인가요?

원윤종 선수도 힘들었겠제만 저 또한 올시즌에 정말 많이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올림픽 준비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을 이번 부진을 통해서 많이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내년 시즌에는 코치진 문제와 엔지니어 문제 이런 모든 것들을 다시 재정비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다음주 평창 월드컵 8차 대회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우리 선수들의 트랙 적응은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걱정 했었는데 저희가 훈련을 하면서 나름대로 트랙의 아이스 온도도 적정 수준에 맞게 조절했어요. 선수들 컨디션도 좋은 편이고요. 아무래도 홈 트랙이다 보니까 그런면에서는 지금 굉장히 적응이 빠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입맛에 맛는 우리 한국 음식 먹으니까 컨디션 조절도 잘 되고요. 그리고 오전과 오후에 다른 나라 선수들 연습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토대로 우리 선수들이 자기 기록과 비교했을 때 자신감도 얻었고요. 그래서 침체됐던 우리 선수들의 분위기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원윤종은 이번 평창 월드컵에서 다시 기존의 라트비아산 봅슬레이를 타고 출전할 계획입니다. 지난 월드컵 7차 대회와 세계선수권에서는 현대자동차에서 제작한 국산 봅슬레이를 탔는데 다시 라트비아산 썰매로 나설 예정입니다. 현재 평창 트랙에서도 라트비아 썰매로 훈련 중입니다.

아직은 본인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썰매를 타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고 싶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원윤종 선수가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평창 트랙을 마음껏 질주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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