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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파는 아베 총리 상품들은?

[월드리포트]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파는 아베 총리 상품들은?
3월 5일 일본 도쿄에서 자민당 전당대회가 열렸습니다.(위 사진) 지난 1955년 11월 창당한 자민당은 2015년 창당 60주년 행사를 가졌죠. 어제 전당대회는 84회째라고 합니다. 자민당은 4년 2개월간의 야당 시절을 제외하면 무려 57년간 일본을 통치해왔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늘의 일본 국가와 사회를 만든 것이 자민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베 총리 포스터-'책임을 다 한다'라고 적혀 있다.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이슈는 총재 임기의 연장이었습니다. 아베 총리가 맡고 있는 자민당 총재의 임기를 <2기 6년>에서 <3기 9년>으로 연장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의원내각제에선 여당(자민당) 총재가 총리를 맡습니다. 아베 총재의 임기는 원래 2018년 9월 끝나는데, 이때 3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경쟁자가 없어 3선 성공이 유력한데, 그럼 2021년 9월까지 총리를 맡을 수 있습니다.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해 일본을 더욱 우경화시키다면 한일 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정세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자민당 전당대회 행사장에는 300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오늘은 어려운 국제정치 이야기보다 현장 이야기를 더 해보려고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전당대회 장소는 도쿄 내 P호텔 회의장이었습니다. 대략 자리가 2500여 석 있었는데, 만석이었습니다. 행사장 뒷쪽이나 복도에 있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참석자는 최대 3000명 정도 되는 듯 했습니다. 자민당의 참의원·중의원 국회의원 414명과 지방의원들, 그리고 각 지역 조직 간부들과 관련 단체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일반 당원도 있었지만 많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하죠. 각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지 당원들을 버스로 데려오기 때문에 전체 참석자가 2만 명 안팎 됩니다.
자민당 전당대회 시간표
위 행사진행표를 보시죠. 귀빈 소개가 없군요. 10시 10분 니카이 토시히로 간사장이 당무 보고를 합니다. 이때 총재 임기 연장안도 발표됐습니다. 10시 25분 아베 총재가 우수 당원, 우수 당 조직, 우호단체 및 협력자들을 표창했습니다. 10시 35분 당세를 확장시킨 지역 조직들에게도 상장을 나눠줍니다.
우수 당원, 당조직을 표창하는 아베 총리
지난해 12월 현재 자민당의 당원은 104만3790명입니다. 2015년보다 5만 7천여 명이 늘었습니다. 민주당 집권 시절이던 2012년 73만명까지 줄었지만,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민당의 당비는 일반 당원이 연간 4000엔(4만800원), 가족 당원은 2000엔, 특별당원은 2만 엔 이상입니다.
아베 총리와 악수하는 탁구 스타 후쿠하라 아이 선수
후쿠하라 아이 선수의 잡지 '미세스' 표지
아베 총리의 연설에 앞서 10시 55분 게스트들의 간이 토크쇼가 시작됐는데,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 지도자와 선수들이 초대됐습니다. 일본의 국민 여동생으로 인기가 높은 탁구선수 후쿠하라 아이 선수까지 등장했더군요. 최근 타이완 탁구선수와 국제결혼을 하면서 잡지 표지 모델까지 됐었는데, 이렇게 특정 정당 행사에 등장한 것은 의외더군요. 우리나라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죠. 자민당이 일본 사회 내 얼마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먹을 흔들며 연설하는 아베 총리
11시 38분 드디어 아베 총리가 대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NHK 여론조사를 보면요, 아베 내각 지지율은 58%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의 연설은 자신과 자민당의 성과 자랑으로 가득 했습니다. 아베 총리의 연설이 끝난 뒤 행사장 밖을 돌아봤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정당 상품 판매소'였습니다.
자민당 전당대회 내 '정당 상품 판매코너'
상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봤습니다. 우선 아베 총리가 직접 쓴 '지성(정성을 다 하다)-자유민주당 총재 아베 신조'이라는 서체(1030엔/1만500원)가 있었습니다. 더 비싼 것은 아베 총리의 사인과 이름이 새겨진 볼펜(2160엔/2만2000원)입니다.
아베 총리가 직접 쓴 '지성' 서체
아베 총리의 사인 들어간 볼펜
이밖에 국회 그림이 들어간 골프공 3개 세트(1080엔/1만1000원)과 함께 '자유민주당'이 새겨진 손톱깍기(350엔/3500원)도 있었습니다. 장기 집권을 이끌고 있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 내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그런데, 이것만이 이유가 아닙니다. 일본의 선거 제도도 아베 총리 인기의 한 요인입니다.
골프공 3개 세트
골프공에 새겨진 일본 국회 그림
'자유민주당' 새겨진 손톱깎기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자민당은 각 파벌의 집합체였습니다. 중선거구제(상위 득표를 한 여러 후보가 동시 당선) 하에서는 각 파벌이 각자의 후보를 공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6년 소선거구제(1위 득표 후보만 당선)가 도입되면서 최종 공천권을 가진 총재의 파워가 강해진 겁니다.
자민당 전당대회장 안 인터넷 중계 부스
아베 총리의 총재 임기가 사실상 2021년 9월까지 연장됐으니 아베 총리에 충성을 다 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겠죠. 일부 의원들이 진행했던 전당대회 인터넷 중계에서도 아베 총리 칭찬이 끊이질 않았습니다.(위 사진)
자민당 전당대회 앞에서 시위하는 극우단체들
자민당 전당대회 취재를 끝내고 SBS 도쿄지국으로 돌아오는데, 호텔 앞에선 극우단체들이 시위를 하더군요. 극우단체들은 아베 총리가 더욱 더 우경화되길 바라고 있는 겁니다. 아베 총리의 임기가 연장되면 일본 사회는 이들이 원하는 것처럼 더욱 우경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가뜩이나 부산 소녀상 설치 이후 한일 관계가 급랭하고 있는데 올해도, 내년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당장 올해 자민당과 공명당이 일본을 전쟁 가능국가로 바꾸는 헌법 개정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한일 양국 사이에서 도쿄 특파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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