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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꽃병 물 갈러 휴일 출근? 사람 잡는 대학원 병폐"

* 대담 :前 대학원 조교 A씨,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前 대학원 조교
 
- 캐비닛 몇 개 분량 자료 스캔.. ‘스캔 노예’로 알려져
- 8시 집에서 나와 11시 퇴근, 휴일도 없다시피
- 주말에 나와 꽃병 물 갈아 놓으라는 지시하기도
- 풀 포기만큼의 배려도 못 받고 있다는 사실에 큰 상처
- 카스트 같은 구조 때문에 대학원생들이 인권침해 심각
- 자존감 꺾인 후 학문 포기하고 해외이민 중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 ‘학문의 전당’서 인권 유린, 노동권 침해 웬 말?
- 92% 대학, 조교 급여 장학금 형태로 편법 지급
- 조교 근로계약서 쓴 대학은 34곳 중 한 곳뿐
- 가방끈만 긴 노예’라는 자조적 표현까지
- 교육부, 3월부터 무작위 방문 후 면담 진행 예정
- 대학교의 오래된 병폐, 시시비비 가려야 할 것
 
 ▷ 박진호/사회자: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만약에 대학교수라면 조교에게 시킨다, 가 답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들으면서 웃었던 게 20여 년 전인데 아직도 현실은 좀 비슷한가 봅니다. 서울대학교의 한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8만 장에 달하는 논문과 책을 스캔시켰다는 이른바 ‘스캔 노예’ 사건 아실 겁니다. 사회적 공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적절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망대 오늘 이 시간에는 대학원생, 특히 조교들의 근로 실태에 대한 문제를 짚어볼 텐데요. 먼저 지금은 ‘스캔 노예’ 사건을 겪고 해외에 나가 있는 피해자의 얘기를 전망대 김서연 PD가 직접 들어 봤습니다.
 
▷ SBS 시사 전망대 제작진:
 
이 ‘스캔 노예’ 사건 관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간단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前 대학원 조교:
 
예.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스캔 노예 건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요. 저희 지도 교수는 2012년 당시 대학원 지도 학생들을 동원해서 자신의 사적인 연구 논문 자료 복사본 전체를 스캔하도록 지시했고요. 그 문자 그대로 캐비닛 몇 개를 가득 채운 그런 양이었습니다. 이 작업은 제가 혼자서 시작했는데요. 주말과 밤낮으로 작업해도 도무지 끝나지 않아서 후배들을 참여시켜서 진행하도록 해야 했습니다.

정말 학생이 자기 돈으로 등록금 내고 대학원 와서 이렇게 단순 노동을 해야 하니까. 정말 공부는 대체 언제 하고요. 저희가 무슨 기계도 아닌데. 그리고 또 해당 연구 자료는 교수 개인의 연구 관심사인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저와 후배들은 그 분야가 아닌 다른 지역을 주전공으로 했기 때문에. 이 작업은 근본적으로 대학원생들의 연구 관심사나 학업과는 거리가 먼, 명백하게 교수의 개인 연구 편의를 목적으로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 SBS 시사 전망대 제작진:
 
몇 시에 나와서 몇 시까지 일을 하셨나요?
 
▶前 대학원 조교:
 
8시쯤에 아침 안 먹고 출근해서 글쎄요. 11시쯤에 퇴근한 것 같은데요.
 
▷ SBS 시사 전망대 제작진:
 
밤 11시 말씀하시는 거죠? 아침 8시에 나와서 밤 11시까지 있었다. 그러면 저희가 생각할 때는 14시간 정도 계셨던 것 같아요. 휴일은 며칠이나 있었죠?
 
▶前 대학원 조교:
 
1년 중에 휴일이 정말 하루도 없었고요. 저는 개교기념일에도 나와서 일을 했고. 공적인 이메일을 저녁 12시에 보낸 경우도 많이 있었고요. 새벽에도 교수님이 문자 보내서 일을 시킨 경우도 많았습니다.
 
▷ SBS 시사 전망대 제작진:
 
저희가 생각할 때 대학원생이라고 하면 사실 공부하는 이미지를 생각해요. 그런데 저희가 궁금한 것은 공부하는 시간도 있어야 하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지도교수가 시킨 이런 스캔 같은 일을 하는 시간도 있었을 텐데. 그 비중을 저희가 몇 대 몇 정도로 생각을 했을까요? 실제 생활은 어떠셨어요?
 
▶前 대학원 조교:
 
개별차가 심할 것 같은데요. 만약 제 경우를 이야기하자면. 저는 좀 안 좋은 케이스였겠죠. 그런데 저는 할애할 수 있는 연구 시간과 어떤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은 전혀 없는 상황인 거죠. 학과에 교수님 일까지 하면 이것만 해도 과로 상태죠.
 
▷ SBS 시사 전망대 제작진:
 
그러면 교수님이 시키신 일 중에 조금 불합리하다고 느껴졌던 다른 사례들이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前 대학원 조교:
 
제가 어떤 감정적으로 크게 상처를 입었던 몇 가지 일들이 있는데요. 첫 째는 스승의 날인데 선생님에게 제가 개인적으로 은사님이시니까 마음을 담아서 새벽에 도매시장에 가서 싱싱한 꽃을 드렸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고 드렸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퇴근하시면서 주말에 꽃 시드니까 학교 나와서 연구실 꽃병에 물을 갈아놓으라고 저에게 열쇠를 던지시더라고요.
 
▷ SBS 시사 전망대 제작진:
 
그러면 주말에는 출근할 필요가 없는데 나와서 오로지 물을 갈기 위해서 출근을 시키셨단 말씀이세요?
 
▶前 대학원 조교:
 
물을 갈아서 꽃을 싱싱하게 하기 위해서 주말에 조교가 학교에 나와서 일을 해야 되는 상황인 거죠. 저는 사람이고, 학생이고, 제자인데. 본인한테 선물한 풀포기만큼도 지금 제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상처를 받았고요. 상당 부분 정말 이런 말도 안 되고 터무니없는 사적 관계 때문에 노예와도 같은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것은 정말 버림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SBS 시사 전망대 제작진:
 
그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이렇게 사적 업무를 부과하는 경우가 좀 흔한 일인가요? 아니면 이 교수만의 특수한 사례였던 건가요?
 
▶前 대학원 조교:
 
제가 불운한 경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훌륭한 교수님 너무나 많이 계시고요.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것이 어떠한 불행한 대학원생과 불합리한 한 교수의 관계는 분명히 아니라고 하는 점이죠. 서울대학교가 지니는 한국 학술계 내에서의 카스트와도 같은 지배 관계 때문에. 이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대학원생들 중 상당수가 저와 같은 인권 침해를 받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하고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입니다.
 
▷ SBS 시사 전망대 제작진:
 
지금 해외에 계시는 건데. 혹시 유학 중이세요?
 
▶前 대학원 조교:
 
아니요. 저는 완전히 공부를 그만 두고 이민 와 있습니다.
 
▷ SBS 시사 전망대 제작진:
 
그러면 공부를 그만 두시면. 그 교수님만 아니었다면 학업을 이어나갈 의향이 있으셨던 건가요?
 
▶前 대학원 조교:
 
부끄럽지만 또 하나의 사실은 저는 제 전공 분야를 너무나도 사랑했고요. 사실 뭐랄까, 바보 같이 공부밖에 몰랐던 상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정말 이 교수님 밑에서 대학원 생활 하면서 예비 학자로서, 그리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생으로서의 자존과 인권 모두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이 학계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아예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 SBS 시사 전망대 제작진:
 
예. 조교 업무 시작하실 때 혹시 근로계약서 같은 거 쓰셨어요?
 
▶前 대학원 조교:
 
일단은 기본적인 고용을 위한 서류 작업은 있는데요. 그 서류 작업 내용 자체가 이런 불합리한 내용을 막을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거나 아니면 조교 차원을 배려한 근로 계약을 서면 상에 명시해 놓은 그런 높은 수준의 것이 아닙니다.
 
▷ SBS 시사 전망대 제작진:
 
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앞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던 서울대 ‘스캔 노예’ 사례를 들어보셨습니다. 이어서 이 문제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셨던 더불어민주당의 노웅래 의원을 연결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노웅래 의원님, 안녕하세요.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예. 노웅래 의원입니다. 안녕하세요.
 
▷ 박진호/사회자:
 
앞서 이 피해자의 인터뷰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게요. 그게 지금 학교에서 사람 잡은 건데요. 학문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대학에서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인권 유린하고, 노동권 침해하는 일이 거리낌 없이 일어났다는 것이고요. 서울대 스캔 노예 한 피해 학생의 사례를 보면 교수의 무자비한 갑질에 못 견디고 결국 대학원 그만 두고 해외까지 떠난 건데. 우수한 인재들이 교수의 갑질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은 참 야만적인 교육 후진국에서나 있을 일이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거죠.
 
▷ 박진호/사회자: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대학 시스템에서 대학원 조교는 교수의 절대적인 영향력에 노출되어 있고. 실제로 많은 조교들이 자신을 교수의 노예다. 이런 자조적 표현을 많이 쓴다고 해요. 노 의원께서 최근에 34개 대학 조교들의 근로 여건 실태를 조사하셨다고 하는데요. 사태가 어떻습니까?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가 작년 국정감사 때부터 본격적으로 지적을 했는데요. 우리 조교들의 현황을 파악한 결과를 보면 참담한 실정입니다. 34개 대학, 국립대학과 서울 소재 대학 조교 현황을 보면 92%의 대학이 조교 급여를 임금이 아닌 장학금 형태로 편법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렇다고 한다면 조교 업무의 성격이나 강도를 볼 때. 또 대학교 직원들과 똑같은 일을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조교는 분명히 노동관계법 상의 근로자로 봐야 되는 거죠. 그런데 심지어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도 근로계약서를 다 쓰는 게 현행법인데.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학교가 34곳 가운데 동덕여대 한 곳만 근로계약서를 쓰고 아무도 근로계약서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조교들 사이에서 자신들을 그저 가방끈 긴 노예가 아니냐. 이런 자조적인 표현까지 하고 있는 것이니까. 이것은 결국 학교 차원에서 교수의 권한이라는 게 논문심사권도 갖고 있죠, 유학추천권 갖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힘을 가진 교수 말 한 마디면 너희들 매장된다. 이 말로 표현되는 교수들이 결국에는 교수를 보좌하면서 몸도 축나고 스트레스도 쌓이고 주머니는 비고. 이런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게 조교 아니냐. 이렇게밖에 볼 수 없는 거죠.
 
▷ 박진호/사회자:
 
중요한 건 교육 당국의 태도일 것 같은데. 노 의원께서는 교육부에 실태 조사를 요구하셨다고 하던데. 답이 왔습니까?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작년 국정감사 하고서는 자기들이 준비한다고 해놓고서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 자기들이 해보겠다고 연락은 왔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아직 답은 안 온 것이로군요.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니요.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고 방책을 내놓았는데요. 그래서 지금 교육부에서는 이제 저희들이 현장 조사를 해보겠다. 이런 입장입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조교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묵인되고 별 문제가 안 돼왔지만. 이제는 한 번 하겠다는 움직임이고요. 저에게 조교 실태에 대한 추진 계획을 준 것을 보면. 올 삼 월 달에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을 무작위로 선정해서 방문해서. 그래서 조교, 교직원 면담을 진행하고 현장의 애로 사항을 먼저 청취하겠다. 그 다음에는 그것을 기초로 해서 조교들의 연구 학습권 침해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겠다. 이를 토대로 해서 4월 중에는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그리고 교수 단체 등과 간담회를 갖고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제가 생각하는 게. 최근에 나온 기사를 보면 휴일에 나와서 연구실에 꽃병에 물을 갈아 넣고 가라. 이런 지시를 한 교수도 있었다는데. 사실 이게 부당한 지시와 비상식적인 일을 당해도 조교 입장에서는 이의 제기를 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이라면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해도 정확한 실태가 드러날까 하는 의심이 드는데요.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솔직히 그렇습니다. 교육부가 이번에는 이 조교 문제에 대해서 그동안은 그냥저냥 사제 간의 문제 아니냐 하고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묵인하거나 별 문제도 안 삼고 당연한 것처럼 해왔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이제 근본적인 교육 사회의 오래된 병폐이니까 이번에는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고요. 이것도 대표적으로 최순실 사건과 마찬가지로 공사 구분이 안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해서는 시정이 안 될 것이고요. 이번에 하여튼 설문조사도 하고 실태조사도 하고. 그리고 간담회도 한다고 하니까 이번에 확실하게 조교에 대한 처우, 그리고 복지. 이 부분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요. 저도 국회 차원에서 필요하면 입법도 할 것이고요. 정책적인 변화가 생기도록 하려고 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른 아침에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네. 고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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