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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 시대 스포츠 스타들의 '말 할' 권리

[월드리포트] 트럼프 시대 스포츠 스타들의 '말 할' 권리
잘 나가던 스포츠 용품업체 언더아머는 지난달 악재를 거듭 만났습니다. 26분기 연속 20% 이상 신장을 거듭해오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쳐 주가가 폭락하더니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자산(asset)으로 치켜 세웠다가 회사의 얼굴과도 같은 NBA 스타 스테판 커리로부터 "트럼프는 자산이 아닌 얼간이(ass)"라는 따가운 질책을 들었습니다.

아무리 미국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 발언이면 당장 해고감이지만 커리가 갖는 절대적인 영향력 탓에 백기투항을 한 쪽은 오히려 언더아머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한창 시끄러울 때였는데 이 시기 부동의 1위 나이키는 자사 스포츠 스타들을 동원해 '평등'을 주제로 한 광고를 TV와 신문에 대거 쏟아부었습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미국 내 인종차별 사건에 항의해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거나 자리에 앉는 방식으로 항의를 표시한 NFL 선수들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었습니다. 여기서 촉발된 국민의례 거부는 대학을 거쳐 고등학교 미식축구로도 번져 나갔습니다. 올해 슈퍼볼에서 우승한 팀의 일부 선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 행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매우 강한 편견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으면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올해 슈퍼볼 MVP 톰 브래디는 2년 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최한 행사에 "가족들과 선약이 있다"며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 적힌 붉은 모자를 자신의 캐비넷에 둘 정도로 트럼프의 팬입니다.   

미 대선 이후 이 곳 뉴욕에서 일어났던 반 트럼프 시위에서 헐리우드 배우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진보적 색채가 분명한 그들과 달리 스포츠 스타들은 비교적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둔 게 사실입니다. 전성기 때 마이클 조던이 그랬고 타이거 우즈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것 역시 그들의 선택입니다.

마찬가지로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현실 정치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스포츠 스타들의 권리입니다. 물론 팬 입장에서는 실망할 수도 있고 그래서 항의의 편지를 보낸다던가 그가 소속된 업체의 용품을 사지 않는 방식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는 있지만 누구는 옳고 누구는 그르다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해 타계한 무하마드 알리가 단지 화려한 발놀림과 승률만으로 위대한 선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닙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가 왜 프로로 전향을 했으며 왜 나비같이 날지 못할 수도 있는데 3년의 선수 자격 정지를 감수했는지, 그는 인종차별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흑인 선수의 상징이었습니다. 위대한 스포츠 선수는 자신이 속한 팀이나 개인 성적을 넘어 자신의 삶 전체로 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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