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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언론 "수학영재 아들에 200불 주며 탈북 도운 北 아버지" 소개

지난해 9월 홍콩을 거쳐 한국에 간 탈북 수학영재가 탈북을 감행할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01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과 2015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해 바깥세상을 경험한 '북한 수학영재'리 군이 홍콩 대회에 참가하기 오래전부터 이미 탈북을 계획했었다고 전했습니다.

리 군은 탈북 계획을 북한의 중학교 수학 교사인 아버지에게 알렸고, 이에 리 군 아버지가 아들의 탈북을 도왔단 겁니다.

리 군 아버지는 탈북자 가족에 대한 북한당국의 보복 우려에도, 아들에게 미화 200달러, 22만 원가량을 구해 건네주며 가족은 걱정하지 말고 탈북을 감행하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당시 리 군은 고등학교 3학년 이어서, 홍콩에서의 제57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가 외국에서 탈북을 시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애틋한 부정을 뒤로 한 채 홍콩에 온 리 군은 지난해 7월 17일 북한 관계자들의 감시망을 뚫고 숙소인 까우룽반도 홍콩과학기술대 기숙사를 혼자 빠져나왔습니다.

이후 한국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택시를 타고 란타우섬에 있는 홍콩국제공항으로 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공항에 도착한 리 군은 한국 항공사 직원에게 한국에 가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항공사 직원이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 연락해 영사관 외교관들의 안내를 받아 다시 택시를 타고 차로 40분 거리인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했습니다.

한 현지 소식통은 리 군이 영사관까지 찾아온 용기에 놀랐다며, 리군이 총영사관 도착 직후엔 긴장을 많이 했지만 이후 환대해준 영사관 직원들과도 친하게 지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리군은 이후 두 달가량을 총영사관에 머물었으며, 영사관 직원들은 리군의 안전과 불안한 감정을 고려해 북한에 두고 온 가족 등 민감한 질문은 피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리군은 총영사관이 제공한 방에서 혼자 머물며,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러닝머신을 이용해 체력단련도 했습니다.

리 군은 지난해 9월 24일 일본을 거쳐 한국에 입국한 뒤 표준말과 한국 문화, 사회, 국제 관계에 대해 공부했고, 다음 달 대학 학기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리 군이 망명 당시 한국에서 수학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실제로 국내 수학 경시대회에서도 우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신문은 보안상의 이유로 리군이 입학하는 대학이나 전공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리 군은 1997년 7월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19년 만에 처음 홍콩에 진입한 탈북자입니다.

홍콩에서 탈북자가 한국행을 허가받은 것도 주권 반환 이후 처음입니다.

북한 주민이 홍콩에 입국하기 위해선 비자가 필요해 그동안 탈북자들이 이용하긴 어려운 곳으로 알려졌었습니다.

실제로 리 군도 국제수학경시대회 참가 목적으로 홍콩에 입국할 수 있는 비자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권 반환 전인 1993∼1997년 6월까지 홍콩을 거쳐 한국으로 간 탈북자는 1996년 12월 망명한 북한 주민 김경호 씨 일가족 17명을 포함해 4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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