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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골든타임'이라면서 개혁입법 물 건너가나?

[취재파일] '골든타임'이라면서 개혁입법 물 건너가나?
● 野 "2월은 개혁입법 골든타임"
 
지난 겨울 뜨거웠던 촛불의 열기는 국회로 옮겨 와 ‘개혁입법’ 기대를 키웠습니다. 야권은 2월 안에 개혁 과제를 담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전의를 붙태웠습니다. “1~2월이 개혁입법의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야권 지도부 회의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1987년 이후 30년 만에 국민적인 대개혁 요구가 분출한 절호의 기회라는 겁니다.
 
그리고는 일찌감치 개혁입법 과제를 내걸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월 10일 ‘4대 개혁 및 민생 개혁을 위한 21개 중점 추진 법안’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21개 ‘개혁 중점추진 법안’
 
1. 정치개혁 (2개 법안)
- 국회 기능 무력화 시도 차단 위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 선거연령 하향조정 및 재외국민 투표권 보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2. 재벌개혁 (6개 법안)
-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개정안
-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를 위한 5개 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3. 검찰개혁(2개 법안)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운영법 제정안
- 비리검사 징계를 위한 검사징계법 개정안
 
4. 언론개혁(4개 법안)
- 언론개혁 4개 법안(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법 개정안)
 
5. 민생개혁(7개 법안)
-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 역사교과용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
-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 최저시급 1만원 실현을 위한 최저임금법개정안
-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법률안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및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국민의당도 앞서 1월 8일, 22개 개혁과제를 2월 임시국회까지 처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국민의당 5대 분야 22개 개혁과제
 
□ 재벌개혁 및 정경유착 근절 : 공정거래법, 상법, 국민연금법
-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은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촛불민심은 경제분야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시발점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임

□ 검찰개혁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설치법 제정,
- 전관예우와 법조 비리, 그리고 국정 혼란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검찰에 대한 권력집중과 남용이며, 검찰과 새누리당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한 공수처 설치를 통해 검찰 개혁을 추진하고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척결할 것임

□ 언론개혁 : 방송법, 방통위설치·운영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 방송의 공정성은 민주사회의 근간이며, 이번 탄핵정국에서도 공영방송의 편파보도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음

□ 정치개혁 : 공직선거법,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 정치개혁 실천을 위해 추진되어야 할 개혁과제임
 
□ 사회개혁 : 세월호특별법
- 공정한 사회, 다 함께 잘사는 사회, 그리고 책임을 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개혁이 바로 촛불민심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사안임
바른정당
바른정당은 지난 1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규제프리존법’,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휴직법', ‘공정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학력차별금지법', '아르바이트 보호법', '국회의원 소환법'을 개혁 법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18세 선거권 인하 관련 공직선거법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등은 야3당과 공조해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따로 개혁입법 목록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도 노동개혁 4법,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을 민생 경제 입법 과제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1월 임시국회에선 이른바 개혁 법안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 하나만 통과됐습니다. 2월 임시국회 역시 여야 합의가 된 건 9개 법안에 불과합니다.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몰래 변론을 금지한 변호사법 개정안 등 3개 법률안이 지난 23일 본회의에서 통과됐습니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날인 다음달 2일에는 재외국민들에게 대통령 보궐선거권을 부여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담은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 대대적으로 들고 나왔던 개혁입법 과제들에 비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야권은 3월 2일 본회의 전까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더 논의를 해보겠다고는 하지만 성과가 얼마나 더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 3월엔 난망
헌법재판소
3월로 넘어가면 개혁입법은 더 난망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재판소 탄핵안 선고가 3월 9일 전후로 예상되고, 인용이 되면 급속히 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습니다. 3월에 임시국회가 열릴지조차 확실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를 탓합니다. 국민의당은 두 거대 정당(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소극적인 탓이라고 합니다. 바른정당은 당론이 갈팡질팡하는데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의 입장이 엇갈리기도 합니다. 자유한국당은 야권이 제기한 ‘개혁법안’들이 정략적인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국회 협상에선 일방의 주장을 100% 그대로 관철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받을 건 받고 줄 건 주는’ 협상의 묘가 발휘돼야 합니다. 그러나 ‘개혁법안’들을 둘러싸고 상호 비판들은 난무하지만 협상의 묘를 찾으려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몇몇 법안에 대해선 물밑 대화를 통해 이견이 좁혀졌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 그릇입니다.
 
● 대선도 중요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박한 대선이 개혁입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보수세력을 결집해야 하는 상황에서 야권이 제기하는 개혁 법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수와 개혁 사이에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바른정당도 섣불리 ‘개혁’ 쪽으로 쏠려갔다가는 발 딛고 설 기반을 잃을 우려가 적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무엇보다 협상을 주도해야할 원내 1당인 민주당이 겉으로는 여당의 비협조를 탓하지만 내심 대선을 생각하며 개혁입법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재벌과 검찰, 언론, 사회 개혁 법안의 주요 내용들이 당 대선주자들의 공약과 겹치기 때문에 ‘우리가 집권하면 개혁하겠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적극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국민의당 역시 개혁입법 무산의 책임을 두 거대정당에게 돌리면서 내심 자신들의 상대적인 ‘개혁성’을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습니다. 즉, 야권이 개혁입법에 소극적인 여당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견인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반 개혁 세력’으로 거듭 낙인찍고 정치공세를 펼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이 대선을 앞두고 외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 국회의 본령은 입법…어음 남발 말고 지금 실천해야 
대한민국 국회
‘이런 방향으로 개혁을 하자’, ‘아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개헌이 필요하다’, 더 나은 사회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국회의 논쟁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겁니다. 그러나 국회는 입법 기관입니다. 협상의 묘를 통해 법률안을 만들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역할이 본령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적폐 청산이든, 국가 대개조든, 미래 대비든, 일자리 대통령이든 뭐든,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면서 남탓 하며 하는 시늉만 내거나 나중에 하겠다는 ‘어음’을 남발하지 말고 지금 바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국민이 만들어 준 개혁입법의 ‘골든타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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