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지 19주 되던 날, 이 부부는 태아가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담당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초음파 사진을 찍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의사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부부에게 걸어왔습니다.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의사가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정말 유감입니다만, 아기가…..뇌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남편 로이스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케리를 바라봤습니다. 지난 8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케리가 그렇게 강인하게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경외심 마저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녀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최악의 순간이었을 거에요. 뱃속 아기가 죽게 된다는 얘기잖아요.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우리 아기보다도 다른 사람을 생각한 거죠. 정말 제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가장 이타적이고 강한 힘을 느끼는 순간이었어요.”
만 하루가 지난 뒤 부부는 오클라호마에 있는 한 병원에 찾아가 나중에 태어나게 될 에바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의사는 태아를 진단한 결과 에바의 신장과 심혈관, 그리고 간과 췌장을 다른 아기에게 이식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폐는 연구용으로 기증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렸습니다.
이 부부의 사연은 남편 로이스가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로이스는 ESPN에서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벌써 1만 2천명이 읽은 남편의 글 일부를 발췌해 올리겠습니다.
나는 우리 딸이 첫 번째 생일날 케이크에 올려진 촛불을 힘차게 불어 끄는 모습을 보고 싶다. 커피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쳐 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스마트 폰을 들고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결혼식장 통로를 수줍게 걷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내 희망일 뿐이다. 현실이 될 수 없고 누구도 그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중략)
저 어딘가에서 그들의 아기가 곧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가족들이 있을 것이다. 분명 우리 에바가 그 기적이 될 것이다. 이제 거의 피니시 라인에 다다르고 있다. 우리는 병원에 가서 에바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에바 없이 집에 돌아오게 될 것이다.”
로이스가 끝 문장에서 남긴 대로 에바를 낳고도 에바 없이 집에 돌아와야 하는 날은 오는 5월 7일입니다.
(사진 = CNN/로이스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