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 VX 개발·보유?…北화학무기 제재론 공론화하나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암살에 사용됐다고 밝힌 신경작용제 'VX'는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된 맹독성 화학물입니다.

단순 독극물 수준을 넘어 화학무기에 가깝습니다.

유엔 결의 687호에서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하고 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역시 화학전에서만 사용되는 가장 강력한 신경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VX는 1988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살포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례가 있습니다.

앞서 1980년대에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화학무기로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국제적으로 VX의 사용은 물론 생산·보유까지 전면 금지된 것은 이런 가공할 만한 위험성 때문입니다.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따라 190여 개 협약 당사국은 VX의 개발·생산·사용이 금지되고, 보유하고 있는 무기도 단계적으로 폐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지목되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VX를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북한은 이집트 등과 더불어 화학무기금지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여서 사실상 CWC 위반에 따른 직접 제재는 힘들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은 그러나 생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1925년의 제네바의정서에는 서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것이 제재의 근거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이미 이중삼중의 대북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으로서는 실질적인 제재가 없더라도 테러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분이 더욱 부담될 것으로 보입니다.

VX를 활용한 김정남 암살로 북한의 화학무기 현황에 대한 국제적 경계 수위가 한층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입니다.

미 비정부기구인 핵위협방지구상는 북한의 화학무기 생산능력을 최대 만 2천 톤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화학무기를 내전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리아 정부군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VX 이슈'가 국제적 공론화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장은 오는 27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가 공론화의 물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외교당국도 이번 인권회의를 계기로 북한의 테러행위에 대해 규탄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태세입니다.

시기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만남에 대해 "너무 늦었다"며 초강경 대북정책을 경고한 상황과 맞물린 점도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