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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박근혜 대통령 ‘자진 하야’ 시나리오가 등장한 이유는?

[리포트+] 박근혜 대통령 ‘자진 하야’ 시나리오가 등장한 이유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오는 27일 최종변론을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심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심리에 참여했던 재판관들은 2주 정도 회의를 거쳐 최종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탄핵 심판 선고를 목전에 두고 정치권에서 대통령 '자진 하야' 시나리오가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탄핵심판 16차 변론이 끝난 뒤 브리핑 자리에서 이 시나리오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이춘석 / 국회 소추위원단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통령 대리인단의 시나리오 클라이맥스는 탄핵심판 선고 하루 이틀 전에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을 피하기 위해 하야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자진 하야 시나리오가 탄핵 심판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통령이 자진 하야할 경우, 탄핵 심판에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탄핵 심판을 앞두고 등장한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 하야 시나리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대통령 '자진 하야' 시나리오란?

청와대 측은 '사실무근의 근거 없는 얘기'라며, 자진 하야 시나리오를 일축했지만, 지난 23일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진 하야에 대해선 이미 청와대에서도 검토를 한 것으로 들린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 번지고 있는 '대통령 자진 하야 시나리오'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심판 선고 직전에 전격 하야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헌재의 재판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의 수사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점을 부각해왔습니다. 이 역시 자진 하야 시나리오를 위한 배경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 같은 배경에서 탄핵 심판 직전에 '헌재와 특검이 불공정했지만, 국정혼란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취지의 선언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정치권에서는 '자진 하야 시나리오'가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기존 지지층을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탄핵이냐 하야냐에 따라 향후 박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달라지는 점입니다.
시나리오
자세히 설명하면 탄핵이 결정돼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지 못하는 등 법적인 불명예를 얻는 것보다, 자진 하야로 탄핵 심판 절차를 중단하고, 동정 여론을 모으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하야했을 때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 사법처리 피하려는 '꼼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진 하야를 선택하면, 박 대통령은 퇴임 이후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게 됩니다.

전직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 현직 대통령 연봉의 95%인 1천200만 원 정도를 매월 받고, 3명의 비서진, 운전기사, 무상진료 등도 제공됩니다. 하지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됩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둔 여야 주자들이 보수층 여론을 고려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청와대가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1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사임하고, 정치권은 사법 처리 부담을 덜어주는 거로 해결해야만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시나리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 경호와 경비만 받게 되고, 다른 예우는 모두 박탈됩니다. 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아닌 '자연인 신분'으로 남은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겁니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이 부회장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박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면, 고강도 수사를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자진 하야설'이 나오고 있는 건데, 이에 반대되는 분석도 있습니다.

탄핵이 예상된다고 해도 하야하지 않고 있다가, 마치 헌재의 부당한 판결로 박 대통령이 탄핵 되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해, 보수층 결집을 노릴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 대통령이 하야하면 탄핵 심판 어떻게 되나?

대통령이 탄핵 직전에 하야하면, 탄핵 심판 절차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헌재에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대통령이 자진 하야한다고 해서 탄핵 심판이 중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헌재 선고 전에 공무원이 파면되면 탄핵을 '기각'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여기에서 공무원 파면은 대통령이 스스로 그만두는 '자진 하야'와는 다른 경우입니다.
[SBS 박세용 기자]
대통령의 자진 하야는 거의 마지막 카드라고 봐야 하는데요, 하야를 말로 선언하는 것과 법적으로 사퇴 효력이 발생하도록 실행하는 건 엄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시나리오가 나오는 게, 선고 임박해서 하야를 선언만 하고, 헌재의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유도한 뒤에, 박 대통령이 말을 바꿔 다시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헌재가 "어, 하야 한다더니 안 하네?" 하며 탄핵 건을 재상정할 수도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서울대 법대 한인섭 교수가 이런 시나리오를 우려해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대통령의 하야 선언 여부와 관계없이 헌재가 반드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취재: 박세용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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