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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졸업 전날 퇴교' 육사 생도, 군대는?

[취재파일] '졸업 전날 퇴교' 육사 생도, 군대는?
졸업을 앞둔 육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 3명이 퇴교당했습니다. 졸업식이 오늘이니까 졸업 단 하루를 앞두고 내려진 결정입니다. 생도 3명은 오늘 열리는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건 물론, 앞으로 장교 임관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런 중징계를 받은 것은 불법 성매매를 하거나, 성매매에 쓰이는 걸 알고도 돈을 빌려준 혐의 때문입니다. 3명 가운데 2명은 지난 4일, 서울 강남역 근처 한 오피스텔에서 불법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1명은 성매매 사실을 시인했고 다른 1명은 성매매 비용은 지불했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껴 직접 성관계를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1명은 현장에는 없었지만, 성매매에 쓸 돈이라는 걸 알면서 17만원을 계좌이체로 빌려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성매매 비용이 15만 원이라 2만원은 돌려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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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교' 육사 생도, 군생활은 병장부터

자세한 혐의 사실과 처벌의 적절성 여부는 뒤에 논하기로 하고, 이 소식을 전하고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그럼 그 사람들 군복무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었습니다. 4년 사관학교 생활이 한 순간에 날아갔으니 당연한 인지상정일 겁니다. 방송 리포트로도 전하기는 했지만 미처 다 담지 못한 내용을 알아봤습니다.

일단 사관생도가 퇴학을 당하면 신분은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갑니다. 군대도 가야겠죠. 일단 장교는 안 됩니다. 사병이나 부사관으로 복무하는 것만 가능합니다. 그러면 그냥 생짜배기로 처음부터 군생활 해야하냐, 그건 또 아닙니다. 규정에 따라 생도로 생활하다가 퇴교한 경우 생도 생활의 3분의 2가 인정된다고 합니다.

이들의 경우는 약 31개월 정도 생도 생활을 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계급도 이에 준하게 받게 됩니다. 병으로 치면 병장, 부사관으로 치면 중사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다만 부사관도 임용 기준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경우는 따져 봐야 합니다. 위 생도 3명은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형사 입건된 상태입니다. 상당 부분 혐의가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만약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부사관 임용이 어렵습니다.

복무기간 역시 사관생도로 군사 훈련을 받은 7개월은 군복무를 한 걸로 인정받습니다. 육군 사병 복무기간이 21개월이니까 7개월을 빼면 14개월만 하면 되는 겁니다. “병장으로 14달 군생활하는 거면 괜찮은데?” 하고 농담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징계에 불복할 경우 생도들도 인사소청을 할 수 잇습니다. 인사소청 결과에 불복할 경우에는 행정소송도 제기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에는 진술과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상당히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번복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 빌려준 사람도 똑같이 처벌?

성매매를 하지 않고 돈을 빌려준 사람도 똑같이 퇴교시키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육사 측은 이에 대해 “빌려준 돈이 성매매에 쓰이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돈을 빌려준 증거가 있고 이 역시 성매매처벌법 위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성매매알선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 2조 2항에 따르면 ‘’성매매알선 등 행위‘ 가운데 하나로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행법 위반, 맞습니다. 또 법을 떠나 군기 문란 행위를 방조했고 규정상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육사 졸업 하루 앞두고 성매매로 퇴교
● 성범죄 원아웃? 이중 잣대 논란도

기사에는 백 번 잘못했지만 졸업 바로 전날 퇴교시키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냐는 댓글도 달렸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육군사관학교 측이 징계를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현장에서 있었습니다. 육사 측이 처음 사건을 인지한 건 이번주 월요일인 20일입니다. 육사 내부 전산망인 인트라넷에 생도대장(준장)에게 익명으로 건의나 제보를 할 수 있는 ‘생도와의 대화’라는 코너가 있는데, 이곳을 통해 지난주 금요일인 17일 밤 8시 40분쯤 익명의 제보가 들어온 겁니다. 주말이 지나 20일부터 조사에 착수한 육군사관학교 법무실은 당사자 진술과 현장 조사 등을 거쳐 혐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전 생도대 훈육위 징계회의와 오후 학교 교육운영위를 거쳐 퇴교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형사 입건도 같이 이뤄졌습니다.

육사 측은 “생도들이 졸업과 임관을 앞둔 상황에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성범죄에 대해선 무(無)관용 원칙에 입각해 원-아웃(One out) 제도를 적용했다고 했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합니다. 4년 전인 2013년, 성범죄와 관련해 뜨겁게 데인 경험이 있습니다. 축제 때 대낮에 술에 취한 여자 생도를 남자 생도가 교내에서 성폭행하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한 4학년 생도가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생도 9명이 숙소를 무단이탈해 주점과 마사지업소를 출입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한달이 멀다하고 잇따른 추문에 매서운 질타를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처벌을 서두른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생도들이 졸업하고 임관을 하면 신분이 바뀌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해지리란 것도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한 육사 관계자는 “국민 혈세로 4년간 교육받은 생도들이 임관하면 국방을 책임지고 부대를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흠결도 용서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절차상 군(軍)이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난 2011년, 김관진 국방장관 시절 ‘무기명 제보는 군 기강을 해치기 때문에 조사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던 전례 때문입니다. 또 당시 내부 비리 제보자를 군 기강을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로 함께 처벌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무기명 제보로 확인됐다면, 똑같이 조사 대상이 아니지 않느냐는 겁니다.

이에 대해 군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진 못했습니다. “무기명 제보였지만 사실 관계가 명확히 드러났고 혐의가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앞서 언급한 ‘전례’와 상충되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업보’가 있으면 나중에라도 욕을 먹기 마련입니다.

육사 또는 군이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겠다는 자세는 백번 환영합니다. 당사자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법과 규정을 위반했다면 처벌하는 게 백번 맞습니다. 가혹할 만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이런 사례,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면 찬성입니다. 오피스텔 성매매를 즐기는 엘리트 육군 장교는 국민 누구도 원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 군이 스스로 세운 원칙을 앞으로도 지켜나가는 일입니다. 계급과 지위를 막론하고, 사관학교를 넘어 모든 부대에서 ‘성범죄 무관용’, ‘원-아웃’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적용하는 겁니다. ‘전과’가 있어 아직은 미심쩍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 생길 때마다 ‘본보기로 걸렸다’, ‘운이 나쁘게 걸렸다’는 말 계속 나올 겁니다. 퇴교 당한 생도 3명도 평생 그렇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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