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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글리 차이나' 왜 에티켓이 없나?

[취재파일] '어글리 차이나' 왜 에티켓이 없나?
중국 관광객 이른바 ‘유커’가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발생한 약 4천 건의 경범죄 가운데 대부분이 중국 여행객이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전 세계 국가를 통틀어 외국 관광지에서 ‘사고’를 가장 많이 치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국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 경찰과 관계 당국의 단속에도 되풀이되고 있는 중국 ‘유커’들의 행태는 더 이상 묵인하거나 방관할 수준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SBS 취재파일은 총 2회에 걸쳐 몰지각한 중국 관광객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출국을 앞둔 중국 여행객들이 면세물품 포장을 마구 버려 제주공항 대합실이 ‘쓰레기장’으로 변한 사진과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일부 중국인들의 몰상식한 행태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사실 쓰레기는 어찌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침과 가래를 공공장소에 함부로 뱉는 것은 예사이고 아이가 소변이 급하다고 매장 구석에서 그냥 누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8년 저는 제주공항에서 실제로 ‘어글리 차이나’의 단면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부득이하게 저가항공기에 탑승하게 됐는데 저를 포함해 2-3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중국 단체 관광객이었습니다. 여객기 안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것은 물론이고 구두를 신은 채 좌석에 올라가기도 하는 등 한마디로 난장판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중국 여행객들이 기본 에티켓을 잘 지키지 않는 사례는 일일이 다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그 종류가 무궁무진합니다. 에티켓 차원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럼 이들은 왜 남의 나라에서 이렇게 볼썽사나운 장면을 계속 보이고 있는 것일까요? 문답형으로 사실 관계를 하나하나 살펴볼까 합니다.


1. 외국에서는 에티켓을 안 지켜도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이 아닙니다. 중국인들은 자국 안에서도 남에 대한 에티켓을 잘 지키지 않습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새치기와 교통 위반을 예사로 하고 이를 두고 중국인끼리 다투는 것을 제가 여러 차례 직접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인들이 단순히 외국에 왔다는 이유로 몰상식한 행태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2. 한국이 약소국이라 무시해서 그런다?

-이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중국 관광객은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에서도 그 행태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3. 중국인은 에티켓을 지키는 것을 싫어한다?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중국어에 ‘아이지앙리마오’(愛講禮貌)란 게 있습니다. 예의 따지는 것을 중시한다는 뜻입니다. 중국인들은 실제로 상대가 무례하거나 버릇이 없을 때 ‘메이꿰이쥐’(沒規矩)란 말을 쓰는데 이것은 상대에 대한 큰 욕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3가지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면 중국 관광객들은 왜 한국에서 계속 추태를 보이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중국인의 생각과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회구조적-심리적 요소를 파악해야 합니다. 중국인은 오랫동안 첫째: ‘지아(家) 둘째: 딴웨이(단위,單位) 셋째: 당(黨) 이 3가지 제약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지아’는 직계 가족을 비롯해 친-인척까지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당’은 중국 공산당을 말합니다. 우리에게 생소한 게 ‘딴웨이’입니다. 1949년 사회주의 중국 건립 이후 도시 지역 주민에게 적용됐던 ‘단위 체제’(Danwei system)는 일반적으로 국가기관단위, 사업단위, 기업단위로 나뉩니다. 국가기관단위란 공산당, 행정부, 군대, 사법기관, 인민대표대회, 정치협상회의 등 국가를 구성하는 중앙과 지방의 각급 권력기관을 가리킵니다. 사업단위는 국가가 국유자산을 동원해 설립한 조직으로, 주로 교육·과학기술·문화·위생 등과 관련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각종 협회·연구소·학교·문화단체 등입니다. 기업단위는 물질 생산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조직으로, 크게 국유기업과 사영기업으로 구분됩니다.

‘딴웨이’에 소속된 중국 도시민의 생활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딴웨이’가 해결해줬습니다. 사회·경제적 보장은 전적으로 ‘딴웨이’ 소속 노동자에게만 배타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외부인은 전혀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소속감은 대단했습니다. 이후 시장 개혁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단위 체제’가 서서히 해체되며 ‘사구’(社區)조직’으로 바뀌었지만 ‘딴웨이’는 오랫동안 중국인의 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지배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아’(家) ‘딴웨이(단위,單位), 당(黨) 이 3가지의 특징은 상하 개념이 분명한 수직구조란 점입니다. 여기서 무례하게 굴거나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것은 곧 사회적 매장을 뜻합니다. 중국인들이 중시하는 ’꽌시‘(관계)나 ’미엔쯔‘(체면)도 이 3가지 구조를 비롯해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는 상황에서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중국인이 한국 관광을 왔다고 가정합시다. 한국이란 곳은 ‘지아’(家) ‘딴웨이(단위,單位), 당(黨) 3가지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과도 상관이 없습니다. 따라서 ’꽌시‘(관계)나 ’미엔쯔‘(체면)도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 관광지는 그들에게는 일종의 해방구가 되는 셈입니다.


에티켓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뼈아픈 역사적 경험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20세기 이후 중국은 군벌시대,  국민당 1당 독재, 공산당 1당 독재를 차례로 거쳤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민 사회’(Civil society)가 형성될 계기가 구조적으로 없었습니다. 1966년부터 시작된 문화대혁명은 무질서, 대혼란, 하극상을 연출했고 이후 떵샤오핑의 개혁 개방은 황금만능주의, 이기주의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나와 아무 관계가 없는 남을 어떻게 배려하느냐가 개인과 그 사회의 성숙도를 반영합니다. 이런 배려가 잘된 나라가 이른바 선진국이지요. 이런 점에서 중국은 갈 길이 너무도 멉니다. 경제력 측면에서는 미국과 함께 이른바 G2 반열에 올랐지만 그에 걸맞은 시민의식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다음에는 이런 ‘유커’들의 잘못된 행태를 근절할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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