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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노인 무임승차'가 헌재로 간 까닭은?

[리포트+] '노인 무임승차'가 헌재로 간 까닭은?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국도시철도 운영기관 16곳이 정부에 재정을 지원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올 상반기에 내겠다고 밝힌 겁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손해가 갈수록 커지는데 정부 지원이 없어 재정상태가 임계점을 넘었다고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은 주장했습니다.

■ 늘어나는 노인들…불어나는 손실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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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는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른 전국 주요 도시철도 7곳의 무임 승객 점유율은 지난해 17%에 달합니다. 지하철 승객 24억 1901만 명(중복 집계) 중 4억 1032만 명이 공짜로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지하철 운영기관들은 매년 수천억 원의 무임 수송 손실을 짊어져야 했다고 말합니다.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은 2015년 기준 4천939억 원으로, 당기 순손실(8,064억원)의 61.2%를 차지했다고 운영 기관들은 주장했습니다. "노후 전동차 교체 등 필수 안전 재원 확보마저 어려워 공동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지하철 운영 기관의 부담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통계청이 지난 2014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시도편'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3년 12.2%에서 2020년 15.7%, 2040년에는 32.3%까지 오릅니다.

노인 인구만 따져도 2040년에는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지하철을 공짜로 타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 왜 헌재로 가게 된 걸까?

그런데 왜 이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가게 된 걸까요? 사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도시철도 운영기관 간의 무임승차비 지원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끌어온 해묵은 갈등입니다.

도시철도 운영사들은 1997년부터 20년에 걸쳐 정부에 무임손실 보전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아무런 지원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12월 전국 16개 도시철도 운영 기관이 '무임 수송에 대한 정부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건의문을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에 제출했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운영기관들은 '차별'이라는 카드를 집어들고 처음으로 헌재의 문을 두드린 겁니다.

■ "보편적 서비스에 차별적 지원…차별이다"

정부는 관련 법률에 따라 '무임승차'라는 보편적 복지서비스를 시행하면서, 국가 공기업에는 손실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즉 국가공기업인 코레일은 철도산업기본법에 따라 무임수송 손실액의 70% 정도를 지원받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다른 운영사들은 지방 공기업이기 때문에 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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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책임 아냐…법적 근거도 없어"

하지만 정부는 도시철도 운영 기관들의 불만에 '우리 책임이 아니다'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는 지자체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만큼, 해당 지자체나 도시철도 운영 기관이 무임수송 손실비용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는 겁니다.

또 정부가 지자체 산하 도시철도 운영 기관 손실을 보전할 법률적 근거가 없고, 일부 지역에 국한된 주민 복지와 관련되는 '지방 사무'이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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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노인복지법상 노인의 무임 운송 규정은 강제 규정이 아니'라면서 '부담이 크면 요금을 받거나 각 지방정부가 운송비용을 지원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심화 될 노령화…우리 사회는 준비됐나

'노인 무임승차' 문제가 헌재로 가는 일이 예고되면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손실액 지원이 아닌 지원 연령 조정이나 아예 지원하지 말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노령화가 더 심해질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는 앞으로 벌어질 많은 노인 관련 정책 논란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우리 사회는 과연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요?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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