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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집배원 과로사, 정부대책으론 막을 수 없다"

대담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최승묵 집배노동조합 위원장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 직업에 자부심 느끼던 동생
- 결혼한 지 두 달 만에 사망
- 휴일 저녁 출근 잦아, 사망 당일도 휴일저녁 출근
- 산재 처리는 어려울 거라고 들었다

최승묵 집배 노조 위원장

- 지금이 가장 바쁠 때.. 아침 7시까지 출근 밤 11시 퇴근
- 노조 출퇴근 기록 조사는 연간 노동시간 2,808시간
- 집배 인력 충원 없이 재배치하는 건 미봉책일 뿐
- 2000년대 초반에는 24시간 중 20시간까지도 근무
- 장시간 근로 문제 해결되지 않으면 더 많은 과로사 나올 수도

▷ 박진호/사회자: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를 보면 집배원인 주인공의 일상이 참 낭만적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2017년 한국 우편집배원의 노동 실태는 정말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 한 해 9명의 집배원 분이 사망했고요. 2017년 올해에는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세 명이 돌아가셨습니다. 우정사업본부 직원이니까 공무원인데요. 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오는 것일까요. 오늘은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을 연결해서 어제 우정사업본부가 발표했던 근로 개선 대책에 대해서 짚어볼 텐데요. 먼저 지난 2월 6일에 숨진 故 조만식 집배원의 유족과 저희 제작진이 통화한 내용을 들어보시겠습니다.

▷ SBS 제작진:

故 조만식 집배원이 어느 지역 담당이신가요?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아산 우체국 영인 지역 담당으로 알고 있어요.

▷ SBS 제작진:

지역에 따라서는 비정규직 집배원을 고용해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동생 분은 그건 아니었던 것이군요?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저희 동생 같은 경우는 계약직으로 3년 정도 있다가 정규직이 돼서 한 15년 정도 근무를 했죠. 집배하는 일에 대해서 자부심도 가지고 있던 것 같아요.

▷ SBS 제작진:

평소 일과가 어땠는지 알고 계신가요?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아침 7시 출근해서 배달하고 들어오면 시간이 보통 6시가 넘고.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하면 보통 저녁 7시부터 많게는 새벽까지도 하나 보더라고요.

▷ SBS 제작진:

지금 사망 원인이 정확하게 어떻게 나온 겁니까?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저희는 과로사라고 생각을 하는데. 우체국에서는 병사로 생각하고 있고.

▷ SBS 제작진: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좀 여쭤봐도 될까요?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주일 날 예배드리고 저녁밥까지 먹고 우체국을 출근했어요. 다음날 배달할 물량을 분류 작업을 해야 하니까.

▷ SBS 제작진:

그렇다면 일요일에 그렇게 출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나요?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매주라고 봐야죠.

▷ SBS 제작진:

그러면 도대체 일주일에 휴일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한 달에 두 번 정도 휴일이 있던데. 휴일에 다음 날 배달할 것을 그 전 날 분류 작업을 하는데. 그걸 갖다가 분류 작업을 안 하면 아침에 출근해서 분류 작업을 해야 하는데. 많을 때는 8시간을 분류하는 경우도 있대요. 어디 놀러가는 경우를 제가 본 적이 없는 거예요. 놀러갔다가도, 일요일 같은 때 가족끼리. 저녁 때 되면 또 우체국 간다고 가고.

▷ SBS 제작진:

기사를 보니까 이 분이 결혼한 지가 얼마 안 됐다고요. 결혼은 언제 하신 건가요?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작년 말 정도고.

▷ SBS 제작진:

주말부부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건 맞습니까?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네.

▷ SBS 제작진: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인 채로 지내셨던 거군요.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신혼집이 예산인데. 거리로 따지면 40분, 1시간이면 가요.

▷ SBS 제작진:

40분 거리인데 왜 따로 주말 부부를 하신 걸까요?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너무 피곤하니까 왔다 갔다 하기가 힘든 거예요. 처음에는 왔다 갔다를 좀 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고 졸면서 온 거예요. 그런 게 계속 반복이 되니까 근처에 생활을 한 거죠.

▷ SBS 제작진:

저는 주말부부라고 해서 굉장히 먼 거리에서 사시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겨우 40분 거리에 살고 있었는데. 결국은 이것도 일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거네요.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그렇죠. 일이 아니면 그렇게. 본인이 일단 집에서 출퇴근 했으면 하는데. 본인이 일단 너무 힘들어서 견디지 못하니까요.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 SBS 제작진:

부인 분께서 굉장히 충격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지금은 좀 어떠세요?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많이 지금도 울고 그러죠.

▷ SBS 제작진:

그럴 경황이 지금으로서는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산재 절차 같은 것을 밟고 계십니까?

▶ 故 조만식 집배원 유족:

아직 그런 연락 자체도 받은 게 없고요. 그 얘기를 듣고 아산우체국이니 가서 거기 국장님이나 높으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건 좀 힘든가 보더라고요.

▷ 박진호/사회자:

지난 6일에 숨지신 고 조만식 우편집배원의 유족과 저희 제작진이 통화한 내용인데요. 집배원 분들의 열악한 근로 실태를 저희가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최승묵 집배노조위원장님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최승묵 집배노동조합 위원장:

예. 안녕하세요. 최승묵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위원장님도 베테랑 집배원이시라고요. 지금 일하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 최승묵 집배노동조합 위원장:

아까 인터뷰하신 조만식 집배원 분이랑 거의 비슷해요. 연차가. 저도 한 17년 됐고요.

▷ 박진호/사회자:

이게 앞서 말씀 들어보면 휴일에도 저녁에 나와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 평일에도 10시쯤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 최승묵 집배노동조합 위원장:

지금이 우체국에서 가장 바쁠 때거든요. 각종 고지서와 각종 홍보물들이 나올 때라서. 저도 어저께 한 11시 정도에 퇴근을 했고. 아침에 한 7시 반, 이렇게 출근을 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저희가 통계를 찾아보니까 최근 1년 동안 아홉 분이 돌아가셨는데. 지금 한 분이 교통사고였고 나머지 분이 대부분 돌연사였는데요. 이게 근본적 이유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역시 과로 때문이었다고 봐야 합니까?

▶ 최승묵 집배노동조합 위원장:

예. 맞습니다. 아산 영인에 돌아가신 분도 신도시나 대규모 공단이 입주한 곳이고요. 그 전에 서수원에서도 한 분 돌아가셨는데. 이 분도 보면 택배 물량이 어마어마했었고. 인원이 결원이 된 상황에서 그 부담을 안고 장시간 중노동을 했던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 문제가 지금 계속 언론에서 보도가 되면서 어제 우정사업본부가 근무 조건 개선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내용들인가요?

▶ 최승묵 집배노동조합 위원장:

인력을 좀 늘려나갔으면 좋겠는데. 지금 있는 인력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근본적으로 노동 시간의 차이가 나는데요. 저희가 실측을, 실제 출근과 퇴근 기록을 조사한 시간이, 연간 노동시간이 2,808시간이었는데. 우정사업본부에서의 노동시간을 기준한 시간은 임금을 지급한 시간만 계산이 되어서 좀 안타깝고요. 집배 인력을 지금에 있어서 현저하게 부족한 집배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윗돌을 빼서 아랫돌로 괴는. 그런 미봉책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말씀하신 내용들이 대책에 나왔는데. 사실 저희가 그런 질문을 드린 것은 지난 2011년에 발표한 대책과 어제 나온 대책이 너무나 비슷해서 여쭤본 겁니다. 인력 충원이 가장 시급한 실태인 것 같은데. 이 우정사업본부 측과 집배원 분들의 생각이 너무 다른 것 같아요.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입장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 최승묵 집배노동조합 위원장:

지금 2011년뿐만 아니라 10년, 20년 전에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지금도 부족한 인력으로 과중한 업무를 하고 있는데. 2000년대 초에는 거의 우체국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하루에 24시간 중 20시간까지도 일을 한 적도 있고. 이러다 보니까 장시간 근로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많은 과로사가 나올 수도 있고. 그리고 우체국 현장에서 일하는 집배원 분들이 건강하게 일하지 못하는. 근무 조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한 마디로 이렇게 최 위원장께 여쭤보겠습니다. 어제 우정사업본부의 대책으로 집배원 분들의 과로사를 막을 수 있습니까?

▶ 최승묵 집배노동조합 위원장:

막을 수 없습니다. 막을 수 없고요. 보다 근본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곳에 신속하게 개선되어야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는데. 그저 단순하게 숫자 계산치만 가지고 어떤 인력을 개선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당장 지금도 부족한 일손이나 부족한 곳에 인력이 충원되어야만 국민들의 편의나 아니면 일하시는 집배원 분들에게도 보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될 텐데. 그렇지 않고 발표만 해놓고 대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계속 과로사가 나올 수가 있다는 거죠.

▷ 박진호/사회자:

네. 마지막으로 여쭤볼 것이. 지난달 30일인가요. 파주에서 돌아가신 집배원 분의 경우에는 위탁택배원이라고 불리신다고 하는데. 비정규직 집배원 분들이 꽤 많이 일하시나봐요?

▶ 최승묵 집배노동조합 위원장:

예. 집배원 중에서도 상시 집배원으로 분류되는 비정규직 집배원 분들도 있고요. 그리고 파주에서 돌아가신 분은 위탁 택배원이라고 특수고용 형태의, 근로 계약이 아니라. 그런 형태로 계약을 맺어서 들어오셔서 일을 하고 있죠.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최승묵 집배노동조합 위원장:

네. 고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님과 얘기 나눠봤습니다. 집배원들이 산재 처리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고 하는데. 이 문제 관련해서 저희 시사전망대에서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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