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는 김철" 北 대사 '김정남 모르쇠'…김정은 연결고리차단?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당한 북한 남성이 김정남이 아니라 김철이라고 강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강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망자에 대해 "여권에 나온 대로 북한 국민이며 이름은 김철"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지난 18일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에도 이 남성의 신원을 이렇게만 확인해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측은 지금껏 한 번도 사망자의 신원이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7일 밤 북한 측 동의 없이 이뤄진 부검에 항의하기 위해 개최한 기자회견서도 '김정남'이라는 이름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 영사관의 보호를 받는 외교관 여권 소지자인 그'라고만 표현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초지일관 사망자의 신원이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이번 사건과 북한을 연결지으려는 시도를 가로막기 위한, 일종의 '꼬리 자르기'라는 분석입니다.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니라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체제의 대안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는 살인 동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따라서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들이 북한 국적자라고 해도 북한 정부의 지령을 받고 수행했다는 논리도 펼 수 없게 됩니다.

북한이 김정남 부검에 항의하면서도 부검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의도로 해석됩니다.

일반적으로 자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사망해 부검해야 할 경우 해당 국가 외교관이 참여해 자국민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북한이 부검에 항의하면서도 신원 확인 과정을 밟지 않은 것은 사망자가 김정남이라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강 대사는 또 한국 언론이 이처럼 사망자 신원을 특정한 것은 "남한이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으며 남한의 보수 정권이 현 정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강 대사는 이와함께 말레이시아 경찰청과 북한 당국의 공조 조사를 요구했는데, 김정남 부검 결과가 발표되면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더욱 고립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수사 발표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