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의 작품 세계…남녀관계 통해 위선·욕망 그려

제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입니다.

홍상수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꼽힙니다.

홍 감독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가 중퇴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 예술대학원에서 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했습니다.

일상의 순간을 포착해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 그의 데뷔작은 국내 영화계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이후 '강원도의 힘'(1998)과 '오! 수정'(2000) 등에서 평범한 남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밀한 위선과 욕망을 까발리며 '홍상수표' 영화를 각인시켰습니다.

그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생활의 발견'(2002)과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부터입니다.

'생활의 발견'은 로테르담영화제에 초청됐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습니다.

'극장전'(2005)은 홍 감독의 영화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꼽힙니다.

이전 영화들이 다소 무겁고, 어두운 톤이었다면 '극장전'부터는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 남녀관계를 풀어놓았습니다.

그의 영화에는 특정한 장소와 공간, 그리고 술자리가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주인공들은 술자리에서 밑도 끝도 없는 대화를 나누며 속물근성을 드러냅니다.

홍 감독은 이후에도 '해변의 여인'(2006),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 '하하하'(2010) 등을 통해 비슷한 주제를 조금씩 변주해갔습니다.

홍 감독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지속해서 남녀관계를 탐구한 이유에 대해 "남녀관계 안에서는 이성과 본능, 욕망 등 다양한 가치들이 동시에 충돌하고 힘의 관계도 잘 보인다"며 "그런 모습을 다루는 게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반복된 주제의식과 연출 기법은 '자기복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홍 감독은 즉흥적이고 독창적인 영화 작법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당일 촬영할 장면의 시나리오를 그날 아침에 써서 배우들에게 나눠주는 식입니다.

주연 배우들의 실제 말투나 성격, 습관 등을 영화 속 캐릭터에 접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배우들의 실제 모습을 가장 잘 끌어내는 감독으로 꼽힙니다.

유준상, 이선균, 윤여정, 문소리, 고현정, 정재영, 김민희 등이 홍 감독과 함께 해온 배우들입니다.

홍 감독은 '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3대 영화제의 단골 초대 손님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수상한 19번째 장편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비롯해 그의 작품 상당 부문은 3대 영화제의 경쟁·비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베를린영화제에는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에 이어 세 번째로 경쟁부문에 초청됐습니다.

칸 영화제에도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극장전', 2012년 '다른 나라에서'까지 총 3편을 경쟁부문에 진출시켰습니다.

홍 감독은 2015년 연출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첫 호흡을 맞춘 김민희와 불륜설에 휘말렸습니다.

22세 차이의 감독과 여배우의 불륜설은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여태껏 국내 공식 석상에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홍 감독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베를린 영화제 기자회견에 김민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고, 두 사람이 '가까운 관계'(close relationship)라고 언급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수상소감을 말했습니다.

객석의 홍 감독은 박수를 치며 미소 띤 얼굴로 수상을 축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