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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살인 피해자 남편 "여전히 가슴 찢어지고 괴로워"

"응당한 처벌 해야…진정한 사과 있다면 용서할 수도"

"다른 곳도 아닌 성전 안에서 기도하다가 참변을 당한 아내를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찢어지고 괴롭습니다."

제주의 한 성당에서 홀로 기도하다 중국인 천궈루이(51)가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끝내 숨진 피해자 김모(61·여)씨의 남편 A씨는 천씨에게 징역 25년이 선고된 16일 이날까지도 사랑하는 아내를 황망히 잃은 괴로움에 힘겨워하고 있다.

A씨는 이날 제주지법 1심 선고 후 언론에 "그 일(살인사건) 이후 순례길을 걷고 있다"며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찢어지고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린다. 내 평생 살아가면서 지울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복수를 하고 싶지만, 자식 손주 생각에 그럴 수 없다. 그것마저도 안되니 억울해서 자살 충동을 수시로 느낀다"면서도 "중국 당국이 사과한다면 피고인을 용서할 수도 있다"며 중국 당국이 자국민의 범행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A씨는 "천씨의 망상장애는 감형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재판부에서도 억울하게 피살당한 당사자와 괴로움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응당한 처벌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아내의 장례를 치른 직후에도 "평범하고 행복한 우리 가정이 하루아침에 폐허가 돼 버린 듯해서 미칠 것만 같다. 당신이 그처럼 억울하게 떠났는데도 변함없이 흘러가는 세상이 너무나도 무정하고 야속하기만 하오"라며 슬픔과 괴로움을 토로했다.

A씨는 "당신이 없는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참담할 따름이다. 혹 내가 미워 떠난 것은 아니지요.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가족들과의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 흘리던 당신 모습이 선하다"며 아내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슬픈 마음을 전해 안타까움을 샀다.

사건 두달여 뒤에는 고인이 생전에 쓴 시를 모은 유고집 '국화향이 나네요'가 출간돼 김씨가 성실히 기도하던 성당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리기도 했다.

고인은 숨지기 직전 "범인을 용서하세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유고시집에는 그의 마지막 말인 '용서'의 의미와 용서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는 '사랑', '이해'의 마음이 담겼다.

A씨의 아내 김씨는 지난해 9월 17일 오전 8시 45분께 제주시의 한 성당에서 홀로 기도하다가 중국인 천씨가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병원 치료를 받다가 이튿날 오전 다발성 자창(흉기에 의한 상처)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숨졌다.

천씨는 범행 직후 도주해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으나, 달아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서 사건 발생 7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온라인상에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를 폐지하자는 청원운동이 일어났고, 만 하루 만에 서명자가 1만명을 넘어서는 등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국내 반(反)감정이 극에 달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검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한 천씨에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며,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이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고와 경위로 피해자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았다. 진지한 반성이 없고 사과의 뜻도 보이지 않으며, 범행에 앞서 이틀간 사전답사까지 하며 계획적이고 치밀한 면모를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정신감정 결과 정신감정 결과 5∼6년 전부터 피고인이 정신병을 앓았고, 범행 당시 망상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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