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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극성 2형 발사에 또 호출되는 '만병통치' 사드

[취재파일] 북극성 2형 발사에 또 호출되는 '만병통치' 사드
또 사드(THAAD)입니다. 북한이 신형 지대지 중거리 탄도미사일 2형을 시험발사하자 유력 정치인들과 매체들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가 무용지물이 됐다며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를 들먹이고 있습니다. 숫제 사드 몇 개 포대를 사들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극성 2형은 국가정보원이 밝혔듯이 사거리가 2,000km 넘는 중거리 미사일입니다. 남한이 아니라 일본과 주일미군을 겨냥하는 미사일입니다. 북극성 2형은 태생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는 하등 관계가 없습니다.
신형 고체로켓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고각발사를 해서 500km 남짓 날고 떨어졌다고 해서 남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고각발사는 북한이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미사일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채택한 고육지책입니다. 북한은 북극성 2형을 2,000km 이상 날려 성능을 확연히 보여주고 싶지만 사방이 다른 나라들로 꽉 막혀 원래 사거리의 시연은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부득불 고각발사를 하는 것입니다.

실전에서는 사용할 리 없는 고각발사를 두고 우리 군의 패트리엇으로는 무력하니 사드밖에 없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우리 군은 현재 북한 미사일과 핵 기지 선제타격 작전인 킬 체인(Kill Chain)용 현무 미사일 2,000기 확보 사업을 벌이고 있고,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국산 장거리 요격체계 L-SAM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면 국회와 언론은 사드를 외칠 것이 아니라 현무와 L-SAM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킬 체인의 핵심인 정찰위성 사업은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순서 같습니다.

● 北 고각발사 중거리 미사일과 사드

북한이 무수단을 쐈을 때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쐈을 때도 KAMD가 소용 없게 됐다며 사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북극성 2형도 아니나 다를까 사드를 호출했습니다. 무수단, SLBM, 북극성 2형 모두 사드와는 별 상관없는 미사일들입니다.

무수단은 사거리가 3,000km에 달합니다. 미국령 괌을 노리는 미사일입니다. 미군이 이미 괌에 사드를 배치해 놓고 있으니 무수단 시험 발사는 우리나라에서 사드 논란을 일으킬 일이 전혀 못됩니다. SLBM은 사드 레이더가 주목할 북쪽이 아니라 동해나 남해에서 갑자기 솟아오를 미사일입니다. 해군의 대 잠수함 전력이 SLBM 잠수함을 탐지해서 침몰시켜야 합니다. 역시 한반도의 사드가 할 일은 아닙니다.
신형 고체로켓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북극성 2형도 마찬가지입니다. 북극성 2형은 거의 같은 수직발사관과 미사일 본체를 사용하는 SLBM 북극성보다 미사일의 직경이 10~20% 정도 커진 것으로 봐서 북극성보다 더 멀리 날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지난 13일 공개된 영상의 북극성 2형 직경을 봤을 때 북극성 2형이 SLBM 북극성보다 사거리가 길 것”이라며 “정상각 발사시 사거리는 2,000km 이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동해 건너 일본을 노리는 미사일이라는 뜻입니다. 북극성 2형 발사는 한반도의 사드가 아니라 일본의 사드가 이야기돼야 하는 사건입니다.

고각발사로 500km 날린 것은 북한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북한 영해, 영토 안에서는 사거리 2,000km를 구현할 수 없습니다. 사거리대로 쐈다가는 미사일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튑니다. 북한은 그래서 북극성 2형을 북한의 서쪽 끝에서 동쪽으로 쏴서 동해 바다에 떨어뜨린 것입니다. 무수단도 같은 방식으로 시험발사를 합니다.

즉 고각발사는 실전용이 아니라 북한의 좁은 땅과 바다에서 미사일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고각발사는 미세한 결함과 변화에도 오작동을 일으키는 미사일을 거의 직각으로 쏘아올려 중력을 수직으로 뚫게 하는 위험한 시도입니다. 중력과 마찰을 서서히 뚫고 상승하는 실전용 정상각 발사보다 실패 확률이 두드러지게 높아집니다. 북한이 실전에서 굳이 실패 확률을 높이며 고각발사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로켓 전문가들이 로켓의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할 때 “로켓의 핵심은 폭발의 제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대형 연료통에 담은 연료를 ‘적절히’ 폭발시켜 그 추력으로 로켓을 올리는 위험한 기술입니다. 작은 부품 하나의 결함, 날씨의 소소한 변화에도 로켓은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제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나로호, 미국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처럼 실패가 빈발합니다. 그런데 실전에서 고각발사를 한다? 군의 최고 미사일 전문가들도 “고각발사는 실전에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북한은 워낙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을 하는 집단이다 보니 실전에서도 고각발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있습니다. 고각발사 북극성 2형의 낙하속도가 마하 10 전후이고 사드는 정면으로 날아오는 탄두의 경우 마하 14까지 요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드가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사드가 고각발사 미사일을 잡는다는 주장에는 허점이 많습니다.

고각발사 미사일은 정상각 발사 미사일보다 낙하각도가 훨씬 큽니다. 완만히 떨어지는 정상각 발사 미사일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수직에 가깝게 떨어지고 요격범위를 통과하는 시간도 정상각 발사 미사일의 몇 분의 1로 급속히 줄어듭니다. 사드로 고각발사 미사일을 잡는다는 설명은 고각발사 미사일의 낙하각도를 감안하지 않았습니다. 그에 앞서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실전에서 ‘실패하기 위한’ 고각발사를 하지 않습니다.
현무 미사일
● '킬 체인' 현무 미사일과 L-SAM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은 스포츠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드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보다 중요한 것이 선제공격 전술인 킬 체인입니다. 군은 현재 사거리 300km와 500km 이상의 현무 탄도미사일과 사거리 1,500km의 현무 순항미사일 800기를 보유하고 있고, 올해까지 900기를 더 만듭니다. 내년부터 5년 동안은 사거리 800km 이상의 현무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신형 현무 300기를 추가 생산해 모두 2,000기를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대전 상공에서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 170기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현무와 타우러스의 실전배치가 완료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장거리포 전력의 70% 이상을 파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금의 6일에서 단 하루로 단축됩니다.

킬 체인의 눈인 정찰위성 사업이 국가정보원의 밥그릇 욕심에 산으로 가고 있는 점은 크게 우려됩니다. 일부 정찰위성의 정보는 국가정보원이 받아서 분석한 뒤 군에 전달한다는 계획인데 국가정보원은 이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정찰위성 수십기로도 모자라지만 예산의 제약으로 인해 5기만 개발합니다. 게다가 이제는 북한이 사전 탐지가 어려운 고체 로켓 미사일에, 험지도 거뜬히 다니는 궤도형 발사차량까지 개발해서 정찰위성이 탐지해야 할 범위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정찰위성이 찍은 정보를 국가정보원과 군이 돌려볼 겨를이 없습니다. 정찰위성은 오롯이 군이 모든 수신 관제권을 갖고 0.1초라도 빨리 북한의 미사일과 핵 기지를 동태를 살펴 대응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요격고도 40~60km, 사거리 90km의 한국형 사드 L-SAM은 2조 3,000억원을 들여 2020년대 초반까지 4개 포대를 실전배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사드 구매를 외치기에 앞서 L-SAM이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군에게 사드에 대한 입장을 물으면 “L-SAM을 개발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사드 논란에 L-SAM은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결국은 L-SAM을 잘 만들어 실전배치하는 것이 대북 미사일 방어력을 높이는 첩경입니다.

단거리 및 준중거리 요격용인 사드 카드는 뜻밖에도 북한이 작년 1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나왔습니다. 미국을 노리는 장거리 로켓은 북극성 2형처럼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는 별개입니다. 사드를 자꾸 들먹이는 것도 배치를 방해하는 일인데 툭하면 엉뚱한 대상과 합을 맞추니 주변국에게 반발할 구실만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마치 우리나라가 먼저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역설하며 미국에 요청하는 모양새가 굳어져 버렸습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측은 미국이고, 원래 계획대로 미국이 공식 요청한 뒤 우리나라가 이를 좇아 미국과 배치 논의를 했으면 중국의 보복도 우리나라를 향했을 리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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