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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메르스 장관', 이번엔 '공가 이사장' 오명?

[취재파일] '메르스 장관', 이번엔 '공가 이사장' 오명?
최근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버티기’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구속된 지 2달 째인데, 놀랍게도 아직 현직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최순실 씨 형사재판에 나와서, 박 대통령 탄핵 심판에 나와서, 직업을 묻는 판사 질문에 “연금공단 이사장입니다”라고 답하는 문 이사장의 말에 깜짝 놀란 분들이 많습니다. 1월에 공가 14일을 쓰고, 이어서 연가 12일을 쓰면서 1월을 버틴 뒤, 1월 25일 월급 전액(1천여만 원 추정)을 수령했습니다. 2월 1일부터는 ‘결근’ 처리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공가 14일’이라는 기간은 국민연금공단의 공인 신기록 같습니다. 연금공단의 인사 담당자는 일반 직원의 경우 공가 14일을 쓴 선례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럴 겁니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직원들, 공가 하루 쓰려면 쉬운 게 아니니까요. 연금공단도 마찬가지일 텐데, 공단 측은 인사혁신처에 전화로 사전 문의해 문형표 이사장을 공가 처리해줬다고 답했습니다. 때문에 ‘공가 14일’은 적절하고 문제없다는 게 연금공단의 입장입니다.

물론 연금공단 인사규정에 따라 ‘공무로 검찰에 소환될 때’ 공가를 쓸 수 있긴 합니다만, ‘공무’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문형표 이사장은 지금 연금공단의 공적인 업무 때문에 구속된 것이 아니라, 이전 기관인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시절의 공무 때문에 구속돼 있기 때문에 공가 처리는 부적합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공무’를 넓게 해석할 경우 여러 기관을 옮길 수 있는 직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공가를 헤프게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공가는 개인 연가와 별도기 때문에, 공가 처리가 되면 공무원 개인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연금공단 직원의 경우 공가는 며칠까지 쓸 수 있다, 이런 제한 규정이 없습니다. 문형표 이사장은 공가 14일을 썼습니다만, 연금공단 인사 담당자는 판단에 따라 14일 이상을 공가 처리해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중간에 개인 연가로 바꿨을까요. 연금공단 측은 문 이사장이 1월 16일 ‘기소’됐기 때문에 중간에 연가로 바꿨다고 해명했습니다.

기소 전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가 처리를 해주되, 기소된 이상 개인 연가로 바꿨다는 겁니다. ‘판결 전’ 무죄추정의 원칙은 들어봤어도, ‘기소 전’ 무죄추정의 원칙은 처음 듣습니다. 연금공단 주장대로 ‘적절한’ 공가라면,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공가 처리를 계속 했어도 국민들 눈총을 받지 않았을 겁니다.

문 이사장은 이제 공가에 이어 ‘결근’ 신기록에 도전하는 걸까요. 지난 1월 개인 연가 12일을 쓴 뒤에 연가 며칠을 남겨놨다고 하는데, 인사규정에 따라 직원은 휴가보상비라고 해서 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만, 문 이사장은 임원이므로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2월 1일부터 시작된 그의 결근은 또 어떤 기준에 따라 시작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연금공단 주장대로라면, 다시 ‘적절한 공가’로 돌아갔어야 맞을 것 같은데 말이죠.
문형표 헌재 증인 출석(사진=연합)
어제(14일) 국회 복지위에서는 ‘무단결근’이란 지적도 나왔는데, 연금공단 측은 구속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근이기 때문에 ‘무단결근’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결근도 공가와 마찬가지로 1년에 며칠까지 가능하다는 총량 제한 규정이 없습니다. 이미 ‘공가 14일’이란 기록을 세운 문 이사장이 오늘자로 ‘결근 11일’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이 기록은 날을 거듭할수록 경신될 것입니다. 문 이사장이 중간에 석방되지 않는 한, 연금공단은 그를 자동으로 결근 처리해 줄 예정입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결근을 며칠이 아니라 ‘몇 달’ 단위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기형적인 인사는 이사장뿐만이 아닙니다. 연금공단은 1월 3일부터 (지금의 우리 정부처럼)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원희 기획이사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원희 이사장 직무대행의 경우 당초 임기는 2015년 11월 17일까지였습니다. 그러고 1년 연임이 됐습니다.

그 임기는 지난해 11월 17일까지였습니다. 문형표 이사장은 이원희 기획이사를 연임 시킬지 여부를 고민하다가 12월 말 긴급체포 됐다는 게 연금공단 설명입니다. 지금 직무대행도 본인 임기를 다 마친 뒤에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연임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사장이 구속되면서, 후임자를 찾지도 못하고, 물론 찾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조직의 수장이 된 셈입니다.

문 이사장의 옥중 공가와 결근 실태가 보도되자 어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한바탕 시끄러웠다고 합니다. 연금공단 이사가 11명, 그 가운데 4명이 찬성하면 이사장 해임건의안을 상정할 수 있는데, 한국노총, 민주노총, 한국소비자연맹 측 이사는 해임건의안 상정에 찬성하지만, 나머지는 반대하거나 미온적이어서 해임건의안을 상정조차 안 하고 있다는 겁니다.

나머지 이사는 최근 최순실 재판과 대통령 탄핵 심판에도 나왔던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 또 임기 마친 뒤 갑자기 이사장 직무대행이 된 이원희 기획이사 등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장재혁 국장도 이사로서 1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만, 어제 국회에 나와 해임건의안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의원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번 달 말에 또 이사회가 열릴 텐데, 해임건의안 상정은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문 이사장은 본인이 결백하다면서 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하는데, 직에서 물러난다고 죄를 시인하는 것도 아닙니다. 조윤선 전 장관만 해도 물론 ‘늑장 사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만, 어쨌든 구속된 뒤에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사퇴 의사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문형표 이사장은 왜 ‘사퇴가 혐의 시인’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조윤선 전 장관도 사퇴는 했지만,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선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 이사장이 ‘메르스 장관’이란 오명에 이어, ‘공가 이사장’, ‘결근 이사장’이란 오명은 갖게 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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