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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황태자'에서 '떠돌이'로…피살된 김정남은 누구인가?

[리포트+] '황태자'에서 '떠돌이'로…피살된 김정남은 누구인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맏형이자 이복형인 김정남이 현지 시간으로 13일 오전(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살당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이 본격 수사에 나선 가운데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피살된 김정남은 한때 김정일의 후계자로 '후계 수업'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김정일의 눈 밖에 나서면서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며 해외를 떠돌다가 돌연 생을 마감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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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5월 10일 평양에서 김정일의 장남으로 태어난 김정남은 어려서부터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되며 황태자의 자리를 누렸습니다.

80년대 모스크바를 거쳐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북한으로 돌아온 김정남은 요직을 맡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이 강조하는 '백두혈통'(김일성 직계 혈통)인 김정남은 1988년부터 당시 국가보위안전부에 근무했고, 1998년 부부장에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컴퓨터광'답게 1998년부터 북한의 IT정책을 주도하는 조선컴퓨터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 김정일의 직접 지시를 받는 무기 수출 총책임자이자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의 책임자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995년에는 인민군 대장 계급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김정일의 후계자로 거론되며 비상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 체제에 부담됐던 개방적인 성격

김정남은 해외 유학을 거치면서 국제적 감각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개혁·개방주의자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성격은 북한 내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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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그의 이모 성혜랑이 미국으로 망명한 뒤 그의 북한 내 입지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도 자유분방한 성격과 잦은 돌출 행동으로 결국 김정일의 눈 밖에 났습니다.

그러던 결정적으로 2001년 5월, ' 일본 나리타공항 밀입국 미수사건'으로 김정남은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습니다. 당시 김정남은 아들과 2명의 여성을 대동한 채 도미니카 가짜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됐습니다.

김정남은 조사에서 관광차 일본에 왔다며 도쿄 디즈니랜드에 갈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체포된 그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됐고, 김정일은 그가 국제적 망신을 샀다고 여긴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일본 밀입국에 실패한 뒤 중국으로 추방된 김정남은 이후 중국과 마카오 등을 전전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여름 김정일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직후, 맏아들 김정남이 아닌 막내아들 김정은에게 권좌를 물려줬습니다.

이 소식에 김정남은 2009년 1월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외신기자들에게 "후계 구도는 아버지가 결정할 문제"라며 자신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김정남 자르기' 나선 김정은

김정은 정권에서 김정남은 항상 첫 번째 표적이었습니다. 김정남이 북한의 2인자로 군림하던 고모부 장성택의 비호를 받는 데다가, 북한 내에서 여전히 그를 따르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에서 아래로 보는 재일교포 출신의 어머니를 둬 이른바 '째포(북한에서 재일교포를 부르는 말) 콤플렉스'가 있는 김정은 입장에서 김정일의 맏아들 김정남은 위협적이었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국가안전보위부를 장악한 김정은은 2009년 4월, 평양의 김정남 거점이었던 우암각을 습격하면서 본격적인 제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김정남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생 김정은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중국 마오쩌둥조차 세습을 하지 않았다"며 '북한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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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후 중국과 오스트리아 등에서 김정남에 대한 본격적인 암살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암살 지시를 내린 건 당시 정찰총국장이었던 김영철로 전해집니다.

■ 김정일 장례식도 가지 못한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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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은 아버지 김정일이 2011년 사망한 뒤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 권력을 장악하자, 이복동생의 위협을 피해 해외를 전전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김정은이 두려워 아버지 김정일의 장례식조차 가보지 못했습니다.

고모부 장성택과 고모 김경희의 지원으로 생활을 이어나가던 김정남은 동생 김정은과의 관계 회복을 꾀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1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후계자로서 북한 주민을 윤택하게 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동생이 제 진심을 이해할 수 있는 도량 큰 인물이라 믿는다"고 말한 겁니다.

2012년 4월에는 김정은에게 '저와 제 가족을 살려달라'는 서신을 발송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2013년 12월 후견인이었던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되면서 김정남의 마지막 방패도 무너졌고, 이후 '망명설'도 돌았습니다.

또 장성택 숙청 이후 돈줄이 막힌 김정남이 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정보를 건네는 등 거래를 하다가 김정은에게 밉보였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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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 두 명에게 독살당했습니다. 범행 수법으로 미뤄 전문가들은 북한의 소행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의 눈은 또 다른 '백두혈통',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로 쏠리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맏손자인 김한솔은 2012년 10월 핀란드 yle-TV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말해 주목받았습니다.

김한솔은 2013년 12월 프랑스의 명문 르아브르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포착된 것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행적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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