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고양이도 강아지도…동물들도 혈액형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혈액형을 압니다.

보통 A, B, O, AB형 4가지 중에 하나죠, 혈액형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큰 사고나 질병이 생겼을 때 수혈을 해야 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려동물도 마찬가집니다.

반려동물들도 큰 사고는 물론이고 양파중독(개가 양파를 섭취할 때 적혈구가 파괴되는 병), 신부전, 종양, 골수 이상,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빈혈이 발생하면 수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혈액형을 아는 게 사람처럼 중요합니다. 아무 피나 수혈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키우는 반려동물, 개와 고양이 등 동물의 혈액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개와 고양이의 혈액형…아무 피나 수혈했다간

동물들은 종에 따라 혈액형이 다 다릅니다. 개와 고양이의 혈액형은 각각 13가지, 3가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물의 혈액은 사람의 혈액과 같이 헌혈을 통해 비축해두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공혈견, 공혈묘의 혈액을 채혈합니다.

하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와 고양이도 맞지 않는 혈액을 수혈받게 되면 항원-항체반응이 일어나 피가 서로 엉겨 굳어지고 용혈이 일어나 죽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반려동물의 혈액형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겠죠. 하지만 '반려동물 가구 천만 시대'라는 지금도, 자신의 반려동물의 혈액형을 알고 있는 사람은 5%도 안 된다고 합니다.

■ 개의 13가지 혈액형…한 번은 아무 피나 가능?

개의 혈액형은 DEA(Dog Erythrocyte Antigen 개 적혈구 항원)로 가장 많이 구분합니다. 사람이 A형, 0형 하는 것처럼 개들은 DEA 뒤에 숫자 등을 붙여 혈액형을 나타냅니다. 'DEA 1-', 'DEA 1.1'로 말이죠.

개의 혈액형은 13가지의 종류가 있으며 주요 혈액형은 7개입니다. 1-과 1.1, 1.2, 그리고 3,4,5,6 정도입니다.

개는 사람과 달리 '첫 수혈'은 아무 혈액형이나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일까요?

일부는 맞는 이야기입니다. 개에 혈액 속에는 동종항체가 없기 때문에 처음 수혈받을 때는 같은 혈액형이 아니어도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적습니다.
다만, DEA 1-형은 음성 혈액형으로 양성 혈액형에 수혈할 수는 있지만, 양성 혈액형에 수혈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수혈을 받은 뒤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한 번의 수혈과정을 거치면서 생긴 항체 때문에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겁니다.

특히 가장 강력한 면역 반응을 보여 급성 수혈 부작용을 나타내는 혈액형은 DEA 1.1입니다.
그리고 개는 각각의 혈액형이 정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서 2가지 이상의 혈액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 고양이는 한 번 수혈도 조심해야

고양이는 사람과 비슷하게 A형, B형 그리고 AB형, 3가지 혈액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개와 다르게 동종항체가 있어 같은 혈액형의 피만 수혈받을 수 있습니다.

B형은 B형에게만, AB형도 AB형에게만 헌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형 혈액의 고양이는 A형과 AB형에게 헌혈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혈액을 수혈하게 되면 위험한데요, 특히 B형 고양이가 A형을 수혈받을 경우엔 혈액이 빠르게 파괴되면서 혈뇨, 저혈압, 구토, 신경 증상 등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B형 고양이의 혈액은 희귀해서 구하기 어려운 데다 고양이의 혈액 자체는 오래 보관하기가 어렵습니다.

고양이는 채혈한 혈액이 매우 빨리 변성하여 미리 채혈해놨더라도 수혈한 고양이가 수일 내로 나타나지 않으면 혈액은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 고양이의 경우 한 번 채혈할 수 있는 양이 50cc로 매우 적기 때문에 B형 고양이의 보호자들은 사전에 B형 고양이 가족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놓으면 빠른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고양이 혈액형의 재미있는 사실은 고양이 품종별로 혈액형이 분류된다는 것입니다.
A 항원이 우성이기 때문에 90% 이상이 A형입니다.

하지만 순종 교배로 인해 브리티쉬 숏헤어, 터키시 앙고라 등은 B 혈액형인 경우가 많고, 데본 렉스의 경우 40% 이상이 B형이라고 합니다.

AB형은 전 세계적으로 약 1% 내외 수준으로 매우 드물게 '뱅갈' 고양이에서 나타납니다.

고양이는 단 한 번의 잘못된 수혈에도 사망할 수 있으므로 수혈 전 반드시 혈액형 검사를 해야 합니다.

■ 신기한 동물 혈액형들…반려동물 위해 알아 놓으세요

우리와 가까운 반려동물만 혈액형이 있는 게 아닙니다. 침팬지도 2가지, 원숭이도 4가지의 혈액형이 있죠.

특이하게 고릴라는 1가지 혈액형만 있다고 하고요, 반대로 닭은 16가지, 돼지는 15가지로 상당히 많은 혈액형을 가진 동물도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분들을 동물병원을 찾아가 혈액형 검사를 한 번쯤 해두는 게 좋습니다. 특히 고양이나 한 번 수혈 경험이 있는 개를 키우고 계신 분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검사 비용은 3만 원 정도라고 하는데요, 일부 병원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헌혈하면 무료로 헌혈에 필요한 건강검진(혈액형, 심화혈액검사)을 진행해준다고 합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송희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