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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다시 삼성 향한 '특검 칼끝'…이재용 재소환 이유는?

[리포트+] 다시 삼성 향한 '특검 칼끝'…이재용 재소환 이유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1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특검에 재소환 된 것은 지난달 19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지 24일 만의 일입니다.

오전 9시 30분 출석한 이 부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별도의 대답 없이,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심성의껏 말씀드리겠다"고 밝힌 뒤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이례적으로 국내 최대 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두 차례나 특검에 공개 소환되면서, 삼성을 재조준한 특검의 칼끝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부회장을 다시 소환한 이유 등을 살펴봤습니다.

■ 이재용 재소환, 왜 지금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첫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애초 이 부회장의 재소환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다음으로 예상됐지만, 이달 말이 1차 수사기한인 점을 감안해 일정이 앞당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특검은 최 씨와 공모한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습니다.

영장이 기각된 이후, 특검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입증을 위해 수수자인 박 대통령을 상대로 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쳐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9일,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가 무산된 뒤 향후 일정 등에 대해 양측의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정면돌파 택한 헌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사기한을 연장해준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특검은 대통령을 통해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우회로가 아닌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이 이 부회장 재소환을 택한 또 다른 이유는 삼성에 대한 보강 수사에서 확보한 새로운 정황들이 매우 유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 특검, 구속영장 재청구 노리나?

특검은 이번 주 안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특검 내부적으로는 영장 재청구 쪽으로 무게가 기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19일,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뇌물 제공과 관련해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어서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한 것이 삼성이 최순실 씨 측에 돈을 준 대가라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구속영장 다시 청구하나
이 때문에 특검은 영장 기각 이후, 대가성 입증에 수사력을 모아 왔습니다. 법원은 영장 기각 당시 뇌물 수수자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청와대 측과 재협의를 위한 접촉은 아직 없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특검은 어제(12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오늘(13일) 오전 10시에는 대한승마협회 회장과 부회장을 맡았던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과 황성수 전무도 소환했습니다.

박 사장과 황 전무는 최 씨의 독일 회사에 삼성이 거액을 지원한 과정을 주도한 인물들로 알려졌습니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적이 없고, 두 회사의 합병은 순환출자가 단순화되는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 추가로 포착된 삼성 특혜 정황들

특검은 영장이 기각된 이후, 보강수사를 거쳐 삼성에 대한 추가 특혜 정황들을 포착했고, 이를 대가성 입증의 근거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검은 지난 2015년 8월, 최 씨 측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시작된 이후 상황에 초점을 맞춰서 보강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2015년 말에 벌어진 두 가지 조치에 주목했습니다.
삼성 특혜 정황
특검은 2015년 12월, 공정위가 삼성SDI에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를 처분하도록 발표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 정상화를 위해 애초 1천만 주를 처분하도록 결정했다가, 청와대의 개입으로 500만 주로 줄였다는 의혹입니다.

특검은 공정위 압수수색을 통해 청와대 개입 정황이 기록된 실무자의 일지를 손에 넣었고,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관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5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이 가능하도록 한국거래소가 규칙을 바꾸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도 수사 대상입니다.

특검은 두 가지 조치 모두 최 씨에 대한 지원 이후에 이뤄진 만큼 삼성이 제공한 돈의 '대가성'을 입증할 근거가 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뇌물죄 수사의 마지막 승부수?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이 헝클어진 상황에서 특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소환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조사하고 나면, 특검수사 시한은 보름 남게 됩니다. 수사기한 연장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한 상황은 아닌 겁니다.

특검은 수사기한 만료를 앞두고, 이 부회장에 대한 보강수사가 충분히 진행됐으며, 더 늦기 전에 뇌물죄 수사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뇌물죄 수사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겁니다.
[SBS 법조팀 정성엽 기자]
“특검 입장에선 대통령까지 대면조사도 마무리됐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시다시피 지금은 교착 상태고요,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강제수사를 진행할 방법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대면조사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마냥 허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래서 대통령 대면조사는 대면조사대로 추진하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도 수순을 동시에 밟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입니다.
 
최소한 특검은 대통령 조사에 대한 의지는 보인 거니까 법원이 이런 상황을 감안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정보다 앞당겨 이재용 부회장을 부르는 건, 특검이 ‘숨겨 놓은 카드’가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취재: 정성엽, 박현석, 임찬종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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