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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다고 안 받은 전단지…한 장에 달린 누군가의 생계

<앵커>

출퇴근길 거리에서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면 어떻게 하시나요? 무심코 지나치거나, 받더라도 읽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 전단지 한 장 한 장에 생계가 달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세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은 아침 7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행인 대부분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추워서 굉장히 추우니까 안 받아요. 처음에는 잘 받아줬어요.]

어느덧 두 시간째,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해 보니 인파들 속에 홀로 파란색을 띱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쉬지 않고 400장을 꼬박 다 돌리면 손에 2만 원을 쥐게 됩니다.

[이거 아니면 돈을 못 버는데요, 이렇게 일자리라도 있는 게 우리 나이에 고마운 거죠.]

건넨 전단지에 손사래를 치는 행인이 야속한 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나선 대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한하영/서울 양천구 : 그래도 한 번이라도 읽고 버려줬으면은 아니면 가져가서 관심 좀 가져주셨으면 해요.]

거리에 뒹구는 전단지를 줍는 노인도 있습니다.

집게와 수레를 끌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면 비닐 봉투 안에 전단지가 수북합니다.

이렇게 모은 전단지는 주민센터에서 장당 2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지만, 20년째 유일한 소득입니다.

[구효순/서울 구로구 : (전단지가 어떤 의미인지.) 소중한 거죠. 우리는 일단 용돈을 벌게 되니까 소중한 거죠.]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아직 전단지 광고만 한 게 없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손난로까지 쥐여주며 한 장이라도 더 전해주길 신신당부합니다.

[전보익/스터디 카페 운영 : 전단지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돌림으로써 조금이라도 광고 효과를 보려고 합니다.]

깊어가는 불황 속 대부분 지나치는 전단지 한 장에 누군가의 밥벌이가 걸려 있는 겁니다.

(영상편집 : 하성원,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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