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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80 : 내 삶은 끝없는 몸부림…'셜록 홈즈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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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인간의 정신이 창조해 낼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기기묘묘한 것일세. 인간의 상상력은 진부한 일상사에도 미치지 못하지."
 
"벌써 권태가 몰려오고 있는 것 같아. 내 삶은 진부한 일상에서 도피하기 위한 끝없는 몸부림이라네. 그래서 이런 작은 문제들이 나한테는 다 도움이 되지."

 
세계 유일의 민간 자문 탐정, 영국 런던 베이커가 221번지 B에 가면 'consulting detective'라는 설명과 함께 그의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이제까지 나온 탐정 중에 가장 유명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팬픽까지 다양한 해설이 나오고 있는 셜록 홈즈, 그 소설 중에서도 가장 먼저 나온 단편집 '셜록 홈즈의 모험'이 오늘 읽을 책입니다. 이미 고인이 된지도 80년이 넘었습니다만, 故 코난 도일 경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셜록키언이나 홈지언으로 불리는 세계 각국 다수의 팬들처럼 열성적이진 않습니다만, 어려서 어린이용으로 나왔던 홈즈 소설을 대부분 읽었고 나이 들어서는 전집으로 나온 셜록 홈즈를 구입해 읽기도 했습니다. 처음 런던에 갔을 때 두근두근하면서 베이커가의 셜록홈즈 뮤지엄에 찾아가기도 했죠. 백발에 코가 빨간 뚱뚱보 왓슨이 "150년 동안 너를 기다려왔다"며 저를 맞아줬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셜록 홈즈는 여러 면에서 탁월한 탐정이긴 합니다만, 인간적으로는 결함도 많은, 잘난 척 쟁이입니다. 그런 홈즈가 아이러니하게도 사건 해결에 실패하는 소설이, 첫 단편집에 첫 번째로 실려 있습니다. 홈즈의 마음속에 깊이 남은 한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보헤미안 왕국 스캔들'을 먼저 읽겠습니다. 
 
"홈즈 같은 사람에게 강렬한 감정이란 예민한 악기 속에 든 모래나 고배율 확대경에 간 금 이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오로지 한 여자가 있었으니, 그 여자는 모호하고 미심쩍은 추억 속의 故 아이린 애들러 양이었다."

"자네는 보긴 하지만 관찰하지는 않는 거지. 내가 말하는 게 바로 그거라네. 나는 그게 열일곱 계단이라는 걸 알고 있지. 눈으로 보는 동시에 관찰하니까 말이야." 

 
홈즈가 잘난 척 하면서 아이린 애들러에게서 왕과 함께 찍은 사진을 빼앗으려고 하는데 이를 눈치챈 애들러가 홈즈에게 한 방 먹이는 내용입니다. “나에게 한 방 먹인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 라는 식으로 홈즈가 경의를 표하게 되죠.
 
다음은 기발한 발상이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소설에서 착안해 자신의 에세이에 '하루키 연맹'이란 걸 만들어 전국의, 물론 일본이죠, 하루키들이 모이면 어떨까 하는 잡담을 늘어놓은 일도 있습니다. 이런 발상이 홈즈의 다른 편에도 등장하기도 합니다. '빨간 머리 연맹'입니다.
 
"나는 자네한테 큰 사건보다는 오히려 범죄인지 아닌지조차 분간하기 힘든 사소한 사건들 중에 기묘한 것이 더 많다고 한 적이 있네. 이번 사건은 아직 어떤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지만 내가 알게 된 그 어떤 사건보다도 괴상하다네."

"빨간 머리 연맹의 설립자는 미국인 백만장자 이즈키아 홉킨스인데 아주 괴짜였대요. 자신이 빨간 머리였는데 세상의 모든 빨간 머리들에 대해 깊은 동정심을 품게 돼서 죽을 때 막대한 재산을 관리인들의 손에 맡기고 그 이자를 세상의 빨간 머리들을 위해 쓰라는 유언을 남겼답니다. 듣자 하니 빨간 머리 회원들은 상당한 금액을 받으면서도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그는 극단적인 무기력 상태에서 활화산처럼 정력이 용솟음치는 상태로 건너뛰곤 했다. 사실 그가 가장 무서운 때는 며칠간 계속해서 안락의자에 앉아 음악과 책에 파묻혀 있을 때라고 볼 수 있었다. 그 다음에는 반드시 범죄 수사에 대한 열정이 치솟아 빛나는 추리 능력이 거의 직관의 수준까지 상승하곤 하기 때문이다."

 
‘빨간 머리 연맹’이란 기묘한 단체는 사실 길게는 몇 주일씩 바깥 출입을 하지 않는 전당포 주인을 하루 4시간씩 끌어내서 그 사이 범죄를 위한 작업을 하기 위한 일당들의 발상에서 비롯된 가공의 단체였습니다. 은행 절도를 모의하던 와중에 착안한 것이었죠.
 
팟캐스트 맨 앞머리에 읽었던 대사는 '신랑의 정체'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 뒤의 대사는 방금 읽은 '빨간 머리 연맹'에 있습니다. 
 
"인생은 인간의 정신이 창조해 낼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기기묘묘한 것일세. 인간의 상상력은 진부한 일상사에도 미치지 못하지."
 
"벌써 권태가 몰려오고 있는 것 같아. 내 삶은 진부한 일상에서 도피하기 위한 끝없는 몸부림이라네. 그래서 이런 작은 문제들이 나한테는 다 도움이 되지."

 
둘 다 홈즈가 왓슨에게 했던 말인데.. 특히 앞의 말은 최순실 사태를 맞아 한국에서 재조명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설마 그러겠어 싶던 일들이 대개 사실로 밝혀지는 걸 보니 그렇다나요. 인생이 드라마나 영화, 소설 같다지만, 인생의 디테일함은 그런 창작물이 따라가지 못할 것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인생과 다른 차원의 통찰력을 소설은 제공하죠. 소설을 지금도 계속해서 읽는 이유, 그리고 출간 100년, 200년이 지난 고전이라도 계속 읽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사 황금가지와 번역가 백영미 씨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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