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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0평짜리 이 가게, 10년 뒤엔 어떻게 바뀔까요?

인터넷은행부터 세탁소까지…‘편의점 콜라보’의 진화

편의점에 주로 무얼 사러 가십니까?

담배 태우시는 분들은 주로 담배 사러 가시죠. 실제 담배 매출이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많습니다. 편의점 매출의 45.9%를 담배가 차지합니다. 원래는 30% 후반이었는데, 현 정부가 담뱃값을 올린 뒤 크게 늘어 편의점 매출의 절반을 담배가 차지합니다. 물론 편의점에서는 눈치 안보고 카드로 결제할 수 있으니까 현금으로 담배 사고 거슬러 받은 동전이 주머니에서 찰랑거리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 뭘 사러 가십니까?

● '나홀로 성장'하는 편의점…불황 탓 호황?

통계만 봐도, 먹을 것 사러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소주나 맥주, 아니면 물이나 바나나 우유. 판매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마크정식은 어떠신가요? '마크 정식'이란 한 TV프로그램에서 나온 말인데, 편의점에 있는 음식들을 재료로 조합해 만든 음식을 말합니다. 주로 젊은이들이 편의점에서 하는 일종의 '요리'인 셈이죠. 여기에 "편의점에 먹으러 간다"는 분들에게 도시락을 뺄 수 없죠. 도시락 매출이 빠르게 늘어 매출 10위 안에 들어가는 도시락도 있습니다. 식사비 아껴야 하는 경기 불황의 한 단면이라는 기사는 많이 나왔죠.

먹는 게 아니라면, 로또가 있겠죠. 지난해 판매량이 3조5천억원을 넘었습니다. 2015년보다 3천억원 가깝게 늘었습니다. 오르는 물가, 줄어드는 소득에 '로또 대박'을 유일한 탈출구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경기 불황'의 한 단면입니다.

통계를 하나 더 보태면 역설적으로 '불황 덕에 호황'을 누리는 편의점이 요즘 얼마나 잘나가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소비 트랜드
온 나라가 소비 절벽을 걱정합니다. 1,300조 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 때문에 지갑을 닫고, 장기 불황으로 늘지 않는 소득이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들의 소비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한국은행의 소비자 심리지수는 93.3으로 2009년 경제 위기 이후 가장 낮습니다. 소비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린다고 난리입니다. 

그런데 소비의 최전방에 서있다는 편의점만 승승장구하는 것입니다. 확실히 '불황 속 호황' 업종인 셈입니다.

● 1인 가구도 증가? 그럼 나도 편의점할까?…3만 4천 개의 무한 경쟁

또 하나, 1인 가구의 증가입니다.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하고 있고, 점점 더 늘어납니다. 그래서 1인 가구에 최적화했다는 편의점도 점점 늘어나고, 은퇴자들은 퇴직금을 들고 편의점을 차립니다.

동네마다, 골목마다 편의점입니다.

요즘 새로 들어선 편의점 한 두 곳은 보셨을 것입니다. 모퉁이에 있던 구멍가게가 어느 날 편의점으로 바뀝니다. CU가 GS로 바뀌고, GS가 세븐일레븐으로, 세븐일레븐이 CU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경쟁이 너무 심합니다. 전국적으로 편의점이 3만4천개를 넘었습니다. 고생은 퇴직금 털어 편의점 세운 주인과 최저시급 받는 아르바이트 학생이 하고, 돈은 편의점 프랜차이즈만 벌어가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편의점이 대세라고 하니까, 24시간 골목길을 밝히는 편의점 불빛은 꺼지지 않는 것입니다.

● "언제나" "어디서나" 편의점과 금융권의 콜라보

치열한 경쟁은 편의점들을 차별화로 몰았습니다. 편의점과 손을 잡는 이른바 '콜라보' 업체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툭하면 지면에 등장했던 광고성 기사, '편의점의 진화' '편의점의 변신' 같은 상투적인 움직임과는 조금 다릅니다.

금융권이 편의점과 손을 잡은 겁니다.

한국은행은 '동전없는 사회'의 실험무대를 편의점으로 정했습니다. 현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을 때 동전 대신 '현금같이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받는 겁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500원짜리 음료를 사고, 현금 3,000원을 냈습니다. 그리고 거스름돈 500원을 한국은행이 발행한 동전이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교통카드'에 충전 받는 식으로 돌려받는 겁니다. 편의점 계산대에서 이미 교통카드 충전이 되니까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기술이지만, 한국은행은 '동전없는 사회'가 가능할 지 일단 편의점 계산대를 통해 미래를 가늠해보겠다는 겁니다.

금융감독원은 편의점 계산대에서 24시간 현금 인출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물건을 사야 가능하기는 하지만, ATM 없는 곳에서도 24시간 현금을 뽑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우산을 사면서 카드를 6만원 결제합니다. 그리고 차액 5만 원은 현금으로 받는 것입니다. 물론 9백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합니다.

은행도 편의점으로 들어왔습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키오스크라는 기계를 편의점에 설치했습니다. 지난 2015년 12월 발표한 첨단 무인점포입니다. 손바닥 정맥으로 본인 인증하는 '생체인증' 장비를 장착했다는 이유로 발표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107가지 기능이 가능하다고 홍보를 해왔는데, 이 장비가 24시간 편의점에서 24시간 무인 은행 역할을 시작한 것입니다. 현금 찾는 거는 말할 것도 없고, 체크카드나 보안카드 발급도 24시간 가능합니다. 물론 아직 밤에는 불가능한 업무도 있습니다.

인터넷은행도 곧 가세합니다. 조만간 출범할 인터넷은행인 K뱅크는 편의점과 콜라보에 나설 예정입니다. 주주 가운데 한 곳이 GS 리테일인데,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죠. 심성훈 K뱅크 은행장은 이미 GS 편의점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1만개가 넘는 편의점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GS리테일의 포인트까지도 K뱅크와 어떤 식으로든 연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마 이 외에도 편의점을 기반으로 한 첨단 은행 서비스가 더 추가될 겁니다.

이런 금융과 편의점의 '콜라보'는 편의점의 시간적, 공간적 특징에 기인합니다. 24시간 운영하고, 전국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어디서나'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편의점은 '은행일'하러 들른 사람에게 커피 한 잔이라도 더 팔 수 있습니다. 은행은 OO지점 문을 열지 않아도 24시간 고객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OO은행이 △△지점을 폐점한 뒤 근처 편의점에 무인기기를 설치하고 편의점에 임대료만 내면, 거대한 지점의 운용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첨단 무인장치가 발전할 수록 사람 일도 대신할 테니 장기적으로는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겠죠. 이런 '언제나, 어디서나'라는 장점에 금융산업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세탁소에 렌터카…아직은 실험 중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야근을 피하기 힘든 고약한 우리 기업 문화를 감안할 때, 세탁소에 옷 찾으러 갈 시간이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부지런히 달려가봐야 세탁소 문 닫은 뒤죠. 그래서 24시간 편의점에 세탁소가 들어왔습니다. 와이셔츠 한 장에 990원. 면바지는 2,000원입니다. 배달 서비스가 없으니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무인 세탁소
작동 순서는 이렇습니다. 옷과 접수증을 함께 봉지에 넣은 뒤, 투입구에 넣으면 됩니다. 찾을 때에는 비밀번호 등으로 본인 인증하고 세탁비 계산하고, 세탁물 찾아가면 됩니다. 후불식입니다. 24시간 맡길 수 있고, 세탁물이 편의점에 도착한 뒤에는 24시간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렌터카 사업을 시작한 곳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카 셰어링이죠. 차를 편의점에서 빌려 타고, 기존의 반납지점이나 또 다른 편의점에 돌려주면 됩니다. 물론 편의점의 경우 아직 일부 지점만 가능합니다.
쏘카
세탁소나 렌터카 모두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모든 편의점에서 가능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은행에 이어 세탁소에 렌터카까지, 편의점의 무한확장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 편의점의 미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습니다. AI가 얼마나 많은 인간의 직업을 대신할 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어떨까요?

결국 알바생은 AI가 대체할까요? 은행 무인점포는 더 세련되게 손님을 맞고, 지금은 24시간 안해주는 금융 서비스를 대신 처리해주겠죠? 무인 세탁소는 우리가 다가가기만 해도 어떤 옷을 맡겼는지 알고 세탁물을 쓰윽 꺼내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상상은 벌써 현실로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편의점과 은행, 편의점과 세탁소, 편의점과 카셰어링의 콜라보에도, AI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첨단 과학이 접목되어 있습니다.  O2O (Online To Offline), 핀테크 같은 어려운 단어를 모르더라도, 우리는 편의점과 과학의 만남이 점점 잦아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을 등에 업고 등장할 편의점의 '새로운 콜라보 파트너'들은 누구일까요? 그 파트너가 편의점의 새로운 방향을 결정할 겁니다. 설마 삼성이나 구글, 아니면 아마존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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