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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구제역 확산…수조 원 피해봤던 2010년 재연 공포

[리포트+] 구제역 확산…수조 원 피해봤던 2010년 재연 공포
구제역이 발병한 지 오늘(10일)로 5일째, 사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구제역 방역망이 수도권까지 뚫린 가운데, 사상 최초로 전국에 서로 다른 종류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렸습니다.

이대로라면 수조원대의 손실을 가져왔던 지난 2010년의 '구제역 악몽'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AI 참사'에 이어 이번엔 '구제역 대란'입니다.

■ 구제역 감염 얼마나 진행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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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구제역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4단계)으로 격상했습니다.

이번 주에만 위기경보가 세 차례 격상됐을 뿐 아니라,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간 건 2010년 이후 7년 만입니다.

9일 충북 보은 한우농가에선 네 번째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됐습니다. 지난 5일 구제역이 최초 발생했던 젖소 농장에서 불과 1.3km 떨어진 곳이라, 두 농가 사이에 전염병이 옮겨갔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로써 지금까지 구제역 발생 농장은 모두 4곳입니다. 그런데 발생 지역이 경기 · 전북 · 충청 등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습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두 가지 유형의 바이러스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이 특히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서 발견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O형, 그리고 경기도 연천에서 발견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A형으로 확인된 겁니다.

그간 국내에서 발생 빈도가 높았던 O형 위주로 백신 정책을 세워 온 정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소는 O형과 A형 모두에 예방 효과가 있는 백신이 주로 접종됐지만, 돼지의 경우 O형만 퇴치할 수 있는 백신이 주로 접종됐습니다.

■ 2010년의 악몽 재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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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1년 구제역 사태는 지금까지도 ‘역대 최악의 가축 질병’으로 손꼽힙니다.

당시 2010년 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소 16만 마리, 돼지 336만 마리가 살처분 당했습니다. 목숨을 잃은 가축은 전국 사육 두수의 25%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구제역은 ‘구제역 악몽’이라고 불렸던 2010~2011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의 구제역 첫 발생지도 올해처럼 소 농가였습니다. 당시 소농가에서 시작된 구제역 바이러스가 돼지 농장으로 번지며 수조 원대 피해를 냈습니다.

올해 구제역도 소에서 돼지로 번질 위험이 큰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공장식 밀집 사육 비중이 높은 돼지는 방역에 취약할뿐더러, 백신을 접종해도 항체 발생 비율이 소보다 낮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돼지가 맞은 백신은 O형만 예방 가능한 것입니다.

특히 구제역 백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O형과 A형, 두 가지 종류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나타났다는 점도 2010년 구제역 파동과 비슷한 점입니다.

차이점이라면 그때는 두 가지 바이러스가 연쇄적으로 나타났고, 올해는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오히려 상황이 더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 확실한 대응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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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은 이미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게다가 핵심적인 방역 수단인 백신의 양이 충분치 않고, 그 효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정부가 보유 중인 백신은 O형에 대비한 ‘O형’ 백신 193만 개, 그리고 O형과 A형에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O+A형’ 백신 190만 개입니다.

접종 대상인 소 280만 마리와 돼지 1천만 마리에 턱없이 부족한 물량입니다. 국내에선 구제역 백신을 생산하지 않아 추가 수입하는 데는 빨라야 일주일가량이 걸립니다.

그나마도 효과를 아직 장담할 수 없습니다. O형과 A형에 둘 다 효능이 있다는 O+A형의 효과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A형에 대비한 백신이더라도 세부 유전자형에 따라 효능이 다르기 때문에, 그나마 보유 중인 O+A형 백신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정부는 8일부터 시작한 일제 접종에 일단 O형 백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2010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정부의 늦장 대응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백신 정책의 핵심이 ‘사전예방’에 꽂혀야 하지만, 정부의 처방은 ‘사후조치’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지금이라도 엄격한 관리 아래 백신 접종을 확실히 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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