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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경제] 일자리 '경고장' 받아든 한국 경제

[차茶경제] 일자리 '경고장' 받아든 한국 경제
새해 벽두부터 일자리 문제가 화두로 뜨겁습니다. 최악의 고용 한파를 확인해준 지난해 고용통계가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는데 올해 고용시장은 더 악화될 거라는 우울한 전망만 가득합니다. 

정부와 대선 후보들이 일자리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특히 ‘일자리 대통령’을 외치는 대선 후보들의 목소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습니다. 쏟아지는 대책과 공약만 놓고 보면 정말 올해는 일자리 걱정을 좀 덜게 되려나, 기대를 해야 하는데 정작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국민들에게 이런 대책과 공약들이 낯설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 없는 발표됐던 정부의 일자리 정책, 그리고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였던 정치권의 일자리 공약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경제는 최악의 고용 한파를 마주한 상황입니다. ‘그 나물에 그 밥상’ 식 정책과 공약의 한계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실업대란 경고장을 미리 받아든 우리 고용시장의 현실을 돌아보고 일자리 정책의 방향을 짚어봅니다.

Q. 먼저 고용절벽, 고용 한파로 불리는 국내 일자리 상황부터 정리를 해볼까요?

A. 지난해 거둔 최악의 고용성적표가 새해 초에 공개됐습니다.
실업률 3.7%는 2010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청년실업률 9.8%도 현재와 같은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최악입니다. 전체 실업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고 그 가운데 청년(15∼29세) 실업자 수는 43만5천 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3%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취업준비생, 특별한 이유 없이 쉬는 사람, 일주일간 취업시간이 18시간도 안 되는 취업자 등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사실상 실업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취업준비생, 특별한 이유 없이 쉬는 사람, 일주일간 취업시간이 18시간도 안 되는 취업자 등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사실상 실업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고용시장이 참 암울했구나 싶은데 더 큰 문제는 올해 상황이 더 나빠진다는 전망만 쏟아진다는 겁니다. 국내 주요 예측기관들의 전망들이 하나같이 그렇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올해 실업률 전망은 4.1%입니다. 4%대 실업률이 현실화된다면 16년 만입니다. 특히 상반기에는 실업률이 4.4%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LG경제연구원도 올해 실업률이 3.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상반기에는 4.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당장 올해 상반기부터 우리 경제 앞에 실업대란이 예고돼 있는 겁니다.

Q. 최악의 실업대란 경고장을 미리 받아든 셈인데,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나요?

A. 일자리가 곧 민생이다. 올해 첫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경제부총리가 한 말입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일자리 문제를 모든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일자리 예산을 17조 원으로 늘려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공공부문에서 상반기 중에 3만 명을 뽑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부 모든 부처에 ‘일자리 국장(담당관)’ 자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지난 2012년에 정부가 주요 국·과장에게 물가 급등 품목을 하나씩 맡겨 관리하도록 했던 물가 담당관 제도를 벤치마킹한 건데 부처 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겠다는 정책입니다.

Q. 당장 급한 일자리 보릿고개를 재정 투입과 공공부문 채용으로 넘어가 보겠다는 건데, 단기 효과만 노린 일자리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죠?

A. 일자리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는 메뉴에 빠지지 않았던 게 재정투입과 공공부문 일자리였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반기에 공공부문 채용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전체 고용시장에서 10%도 채 되지 않는 공공부문에서 그것도 나중에 뽑을 사람을 미리 뽑는 ‘조삼모사’ 식이어서 단기적으로 일자리 몇 개를 늘리는 효과에 그칠 뿐입니다. 재정 투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이미 한계를 드러내 왔죠.

지난해만 해도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15조8천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3% 늘린 정부 예산에 비해 일자리 예산은 전년 대비 12.8%나 늘렸다며 고용창출에 초점을 맞춘 '일자리 예산'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하반기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될 때도 정부는 구조조정과 일자리 지원이 목표라고 밝히면서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에 2조 원을 배정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정부 대책이 무색하게 지난해 고용 시장에는 찬바람만 불었습니다.

이렇게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새로 창출된 일자리는 2015년 33만7천 명에서 지난해는 29만9천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반면에 실업자는 2015년 97만6천 명에 이어 지난해 101만2천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당장 급한 일자리 보릿고개를 재정 투입과 공공부문 채용으로 넘어가 보겠다는 건데, 단기 효과만 노린 일자리 정책이라는 지적
이렇게 한계를 드러낸 재정 카드와 공공부문 채용 카드인데도 정부가 다시 꺼내놓을 수밖에 없던 건 현 경제팀의 한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탄핵 정국으로 경제 리더십을 상실한데다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시한부 성격을 갖고 있다 보니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단기 대책에 의존하고 있는 겁니다.

Q. 경제 상황의 변화 때문에 일자리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이제는 일자리 정책의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A. 일자리 문제의 최고 해법은 당연히 경기 회복입니다.
경제가 활력을 찾으면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자연스레 늘게 될 텐데 우리 경제 상황은 경기회복은커녕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 성장이 과거만큼 일자리를 늘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되고 있는 겁니다.

정부가 내다본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6%, 일자리 증가 규모는 26만 명 정도입니다. 성장률 1%당 취업자 증가 규모가 10만 명 정도 되는 거죠. 지난 2012년에는 성장률 1%당 19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으니까 성장률 1%당 늘어나는 일자리 규모가 5년 만에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진 겁니다.

성장률은 낮아지는데 성장의 고용 창출 효과마저 떨어지니 이제 과거처럼 성장의 낙수효과에서 일자리 해법을 찾기는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일자리 정책의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6%, 일자리 증가 규모는 26만 명 정도입니다. 성장률 1%당 취업자 증가 규모가 10만 명 정도 되는 거죠. 지난 2012년에는 성장률 1%당 19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겼으니까 성장률 1%당 늘어나는 일자리 규모가 5년 만에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진 겁니다.

Q. 결국, 일자리 정책의 장기 플랜은 지금 대선 주자들의 일자리 공약에서 찾아봐야 하는 상황인데, 어떤 공약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A. 국내에서도 대선 후보들이 앞 다퉈 일자리 창출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의 성찬에 비해 아직은 구체적인 공약으로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하고 여기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50만 개 등 최대 13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반면에 다른 후보들은 공공부문보다는 민간 기업의 역할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산업구조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안희정 충남지사도 시장과 기업의 영역에서 창업과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가 가장 유효한 일자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도 기업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재명식 뉴딜 성장정책’,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기본 근로' 개념을 들고 나왔고, 바른 정당 유승민 의원은 혁신창업과 혁신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강조합니다.

대부분 원칙론적인 주장들입니다. 후보들의 공약들이 앞으로 어떻게 다듬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답답한 일자리 현실을 잘 풀어나갈 수 있겠다 싶은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Q. 미국 대선에서 일자리 대통령을 내걸고 당선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해법이 요즘 화제가 많이 됩니다.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죠?

A. 지나친 정책 독주로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얄미울 정도로 대응이 빠릅니다.

그래서 일자리 문제만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도 나올 정도입니다.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Job)'라는 말을 17차례나 되풀이했습니다.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생산 시설을 옮겨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겠다고 했는데 요즘 공약 이행을 잘하고 있죠. 트위터에 한 줄 올리는 식의 압박으로 미국 내 공장 유치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 내 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내로 유치한 기업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의 추진도 발 빠릅니다. 규제 75%를 없애겠다고 공약을 했었는데 실제로 취임 열흘 만에 ‘원-인, 투-아웃(One-In, Two-Out)제’, 규제를 하나 만들려면 기존 규제를 반드시 두 개 이상 없애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을 했습니다.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미국이니까 가능한 정책 접근이기는 합니다만 미국의 현실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찾고 추진해 나가는 과정은 아직은 공허한 구호에 머물고 있는 우리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대비가 많이 됩니다.
내로 유치한 기업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의 추진도 발 빠릅니다. 규제 75%를 없애겠다고 공약을 했었는데 실제로 취임 열흘 만에 ‘원-인, 투-아웃(One-In, Two-Out)제’, 규제를 하나 만들려면 기존 규제를 반드시 두 개 이상 없애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을 했습니다.


Q. 당장의 일자리 쓰나미도 시급한 문제지만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대한 대비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죠?

A. 산업구조에 밀려오는 혁명적인 변화죠,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오프라인 산업 현장에 적용되면서 일어난 혁신을 일컫는 말인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개념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옵니다. 고용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존 일자리의 대폭 감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1, 2, 3차 산업혁명을 거쳐 오면서 기계가 인간의 손과 발을 대체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두뇌를 기계가 대체해 인간의 일자리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15개 국가에서 716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예측했습니다. 또 영국 옥스퍼드대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동화로 10~20년 내 일자리 47%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라지는 일자리 대신 직무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일자리 202만 개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봇의 활용이 높아지면서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대신 로봇을 개발하고 유지 보수하는 직종이 필요하게 됩니다.

자율 주행차 도입으로 사라지는 일자리에는 주행 상황을 판단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자나 교통 상황에 대한 빅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직종들이 대체할 수 있습니다. 고기능 무인기(드론) 분야에서도 소형 무인기 개발이나 조종, 정비 같은 직종이 새로 생길 수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가 낸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라는 보고서에는 이렇게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이종 지식을 융합해 새로 태어날 직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고 사라지는 일자리만큼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 있을까요?

A. 결국, 대응의 문제인 겁니다.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주장한 것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정책에서 힌트를 얻은 건데, 이 ‘인더스트리 4.0’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한 대형 제조 기업은 ‘인더스트리4.0’에 따라 로봇 사업을 강화하고 소량 다품종으로 실시간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라인 구조를 바꿨는데, 미리 노동자를 재교육하면서 인력 감축 없이 자동화를 이뤘습니다. 그 과정에 기업과 노동조합이 함께 참여해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노동자들이 하는 일의 내용을 바꾸는 일자리 전환에 성공한 겁니다.

그러니까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변화하는 패러다임으로 이해를 해야 하는 겁니다. 물론 대비를 잘했을 때 얘기입니다. 글로벌 트랜드의 변화에 일자리 정책의 구조적 전환으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결과는 질 높은 일자리 대신 ‘일자리 쓰나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변화하는 패러다임으로 이해를 해야 하는 겁니다. 물론 대비를 잘했을 때 얘기입니다. 글로벌 트랜드의 변화에 일자리 정책의 구조적 전환으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결과는 질 높은 일자리 대신 ‘일자리 쓰나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차茶경제: 차(茶) 한잔의 여유. 향기로운 차를 음미하듯 차병준 SBS 선임기자의 친절하고 품격있는 경제 해설을 만나 보세요.   

*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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