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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엘시티 수사 판도라 상자 열리는가 ⑭

연속 취재 '해운대 엘시티' 수사

● 검찰 수사…불법적 금융지원 배후 파헤쳐라

엘시티 사업에 대한 부산은행과 BNK 금융그룹의 지원은 금융권의 보편적 대출 관행에 비춰 파격적이고도 비상식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 견해입니다.과연 BNK 그룹은 문제가 없을까요? PT 대출의 대부분을 비주거시설을 담보로 잡은 상황에서 만약 상가 등 비주거시설 분양이 부진하다면 BNK 그룹은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BNK 그룹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왼쪽 엘시티 공사 현장, 오른쪽 부산은행 전경
● 불법적 금융 지원…누가 주도했나? 최고위층 아니면 불가능
 
대출을 할 수 없는 부적격자에 대한 대출과 동일인 한도 초과 대출, 위험 부담이 큰 상업시설에 대한 담보 설정, 담보 한도 초과 대출 등 금융권의 보편적인 원칙을 무시한 이러한 불법적 특혜 대출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었을까요?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대출을 주도한 것은 과연 누구일까요?
 
금융권 관계자들은 “회사의 존폐를 야기할 수 있는 이러한 대규모 특혜 대출을 할 수 있는 결정권은 최고 경영자 외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왼쪽 이장호 전행장, 오른쪽 성세환 현 행장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이장호 전 부산은행장과 성세환 현 행장이 재임했거나 재임하고 있습니다. 두 행장 모두 엘시티 이영복 회장과는 매우 친하다고 지역 소식통들은 말합니다. 골프도 함께 치고 모임도 함께 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산은행이 엘시티 사업에 참여한 것은 지난 2008년. 당시 이장호 행장 시절입니다. 당시 성세환씨는 부행장으로 투자금융부 담당 임원으로 사업을 주도 했습니다.

● 엘시티에 대한 특혜 대출…성세환 행장 시절 집중 발생
 
그런데 성 행장이 투자금융부 담당 임원으로 물러난 뒤에는 엘시티 사업은 추진이 어려운 사업으로 판단됐고 부산은행의 지원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습니다. 이후 2012년 3월 부산은행장으로 취임한 성 행장은 임기 말인 2014년 10월 경남은행 인수에 성공한 뒤 2015년 1월부터 엘시티에 대한 대출을 본격화 합니다.
성 행장 시절 엘시티에 대한 대출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브릿지 론(단기 대출)입니다.
송성준 취재파일
위 표에서 보듯 당초 알려진 것처럼 군인공제회 대환 대출뿐만 아니라 그 뒤에도 PF 대출이 있기 전까지 최소 5천 억 원이 넘는 단기 대출을 집중적으로 해 주었습니다.
 
문제는 이 대출이 동일인 대출 한도를 초과한 대출이었다는 점, 또, 담보 한도 또한 초과한 대출이었다는 점, 특히 신용공여 한도(credit total exposure)의 경우 동일인 대출 한도를 무려 2700억 원 이상 초과해 대출을 집중적으로 해 주었다는 점입니다. 마찬가지로 그 뒤 PF 대출도 앞에서 지적했듯이 동일인 대출 한도를 1200억 원 이상 초과해 대출해 주었습니다.
 
엘시티 PFV 뿐만 아니라 관련 회사(페이퍼 컴퍼니)에도 담보 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 “단기 대출 상환해 별 문제없다?” vs “분양 안됐다면 치명적 타격 불가피”
 
BNK 금융그룹 관계자는 “단기 대출은 모두 상환 받아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관계자들은 “이러한 대출은 누가 봐도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대출”이라며 “만약 분양이 제대로 안됐다면 부산은행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성공한 쿠데타가 성공했다는 이유로 헌정질서 파괴 범법 행위를 용서받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련 규정을 어긴 불법적 대출을 상환 받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는 겁니다.
 
● 은행 여신위원회는 거수기 역할…“성 행장이 주도했다”
 
이러한 엘시티에 대한 대출 과정은 단순히 특혜를 넘어 업무상 배임과 금융업법 위법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런데도 은행 내 대출을 심사하는 여신 심사위원회는 별다른 이견도 없이 불법적인 특혜 대출을 승인해 주었습니다. 한마디로 거수기 역할을 한 셈입니다. 대출 관련 실무진은 반대했지만 힘을 쓸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은행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여신심사위원회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파워가 있는 세력은 은행 내부에서는 그룹 회장(부산은행장 겸임)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엘시티에 대한 대출 진행사항은 수시로 행장에게 보고됐다고 합니다.
 
● “성 행장 독자적 판단?” vs “정치적 뒤 배경 있을 것”
 
부산은행은 보수적인 대출을 하기로 유명합니다. 리스크가 큰 사업에 대한 대출은 까다롭기 짝이 없다는 게 금융업계의 일반적 평가입니다. 성행장이든 전임 이장호 행장이든 엘시티 이영복 회장과 개인적 친분관계로 이러한 특혜 대출을 해줬다고 생각하는 은행 직원들은 거의 없습니다. 또 이 전 행장이든 성 행장이든 은행 대출에 있어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평가 받습니다.

그런데 유독 엘시티 사업에 있어서는 너무도 과감하고 과감하다 못해 은행의 생존이 걸릴 정도로 거액의 대출을 서슴지 않아 보이지 않는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성 행장 취임의 배경…정치권 유력인사의 입김 작용설
왼쪽 이영복, 오른쪽 현기환
성 행장은 지난 2012년 3월 이 장호 전임 행장의 뒤를 이어 부산은행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역대 부산은행장은 통상 낙하산 인사가 아닌 내부 승진의 전통을 이어 와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웠다고 은행 내부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그런데 성 행장도 부산은행 출신이기는 하지만 행장에 취임하기까지 이전 행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고 합니다. 2012년 3월 당시 이 전 행장 후임으로 차기 부산은행장 후보로는 성 부행장과 함께 임 모 부행장 등 두 사람이 경쟁했습니다. 은행 내부에서는 거의 대다수가 임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주 총회 2,3개월 전부터 성 부행장이 정치권 인사와 만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당시 MB정권의 핵심 실세와 연이 닿은 뒤 전세를 역전시켜 행장으로 취임했다는 겁니다. 임 부행장도 핵심실세의 존재를 확인한 뒤 경선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당시 이장호 전 행장도 연임에 뜻이 있었으나 정부 고위층의 반대에 부딪쳐 연임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성 행장은 2015년 3월 박근혜 정부 시절에 연임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성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시기 전후로 엘시티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 됐습니다. 성 행장의 연임 배경 또한 현 정부 실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에서는 성 회장이 압력을 거부할 수 없는 정권 핵심 실세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영복 회장이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고 다수의 정권 핵심 실세와도 친분 관계를 맺고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 온 점에 비춰 볼 때 이 회장과 성 행장 간 모종의 거래 관계가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검찰에 이미 구속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도 부산은행 대출에 일정한 개입을 한 사실이 드러나 이러한 정치권 개입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법무부의 엘시티 부지에 대한 부동산 투자 이민제 적용- 부산은행의 브리지 론 대출- 포스코 건설 시공사 참여 및 책임 준공제 보장- PF 대주단 구성 성공- 엘시티 아파트 분양 성공 등 일련의 과정은 하나같이 이영복 회장과 권력 핵심 실세의 개입이 없이는 불가능한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게 주위의 한결 같은 반응입니다.
 
● 금융감독원은 뭐했나? 솜 방망이 처벌, 비리 축소 의혹
송성준 취재파일
은행을 감시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어땠나요? 금융감독원은 부산은행이 엘시티 시행사에 브리지 론과 PF 대출을 집중적으로 해 주었던 지난 2015년 11월 부산은행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3월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결과에 따르면 부산은행에 경영유의사항 10건과 개선사항 9건 등 19건의 제재를 했습니다.

이 가운데 엘시티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즉 개별업체에 대한 신용 공여의 경우 취급한도가 정해져 있고 은행 리스크 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일부 초과 한도가 가능한데 이 관리 한도 초과가 지나치게 빈번하다는 지적입니다.

금융감독원은 “내규에 따르면 신용공여한도(CTE) 관리한도 초과업체에 대해서는 신규 및 증액 신용공여를 취급할 수 없으나 부득이 한 경우 리스크 관리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취급할 수 있다”며 “하지만 관리위원회가 CTE 관리한도 초과 업체에 대해 한도초과승인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에서 제가 부산은행이 엘시티 시행사에 동일인 신용공여 한도를 2700여억원이나 초과했다고 지적한 대목과 일치하는 겁니다. 금융감독원의 지적에서 알 수 있듯 은행 리스크 관리집행위원회 또한 은행 여신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유명무실했습니다.

그런데 금감원은 부산은행에 대해 지적내용을 보완, 개선, 강화 등 주의 조치만 했을 뿐 경고나 고발 등 강력한 재제 조치는 취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형식적인 솜방망이 구두 주의뿐 이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엘시티 사건이 크게 부각되자 뒤늦게 지난해 11월 부산은행에 대해 한국은행과 합동으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주목됩니다.
 
● 검찰 수사…금융대출 비리의 실체와 주도층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송성준 취재파일
검찰 수사는 이장호 전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한 차례 소환 조사한 이후 이렇다 할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 행장에 대해서도 동부지청에서 한 차례 소환 조사한 후 흐지부지 된 상태입니다.

BNK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검찰이나 금감원 모두 “현재 대출 상환에 별 문제가 없지 않았느냐”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겁니다.

핵심은 대출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특혜 대출이 남발됐고 그로 인해 BNK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겁니다. 엘시티 사업은 이제 아파트 분양을 마쳤을 뿐이고 아직 레지던스 호텔 분양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상업 시설도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집니다. 국내에 불어 닥치고 있는 부동산 불경기의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부산은행과 BNK 그룹의 앞날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불법적 대출 관행에 대한 엄정한 수사의 칼날을 세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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