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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꼴등을 3등으로"…순위 조작 '밀어주기'

<앵커>

지역 K 스포츠클럽은 전국에 33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여기에다가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역할까지 추가한 '거점 K 스포츠클럽' 사업을 지난해 새로 진행했습니다. 이 사업 공모에서 K스포츠재단은 평가점수 6등을 받았는데 이것을 조작해 3등으로 끌어올린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특별취재팀 박수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6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거점 K 스포츠클럽' 세 곳을 뽑기 위한 공개 모집을 실시합니다.

K스포츠재단은 남양주시와 협약을 맺고 공모에 참가합니다.

1차 서류 심사 직후 대한체육회 실무자가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옵니다.

[대한체육회 실무자/2016.7.31 통화 : 6등 했어요 6등. 그래서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내가 중간에 갔거든. 부랴부랴해가지고 다시 다 고쳤다고. 3등으로 넣어놨어요. 3등으로.]

서류 심사 결과, 6개 컨소시엄 가운데 꼴찌였는데 순위를 조작해 3등으로 끌어올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작 과정에는 문체부 간부와 민간 심사위원들도 동원됐다고 대한체육회 실무자가 털어놓습니다.

[대한체육회 실무자/2016.7.31 통화 : 문체부에서 추천했던 동국대 교수랑 정 서기관 것(점수)이랑, 김○○ 박사 것을 다 고쳤다고. 김○○ 박사랑 정 서기관이랑 친하니까.]

조작에 대한 설명은 매우 구체적입니다.

[대한체육회 실무자/2016.7.31 통화 : 심사위원이 8명이에요. 심사위원 5명 입력 다 끝내고 갔다고. 그 다섯 명 위원이 입력하고 간 게 6등이라 내가 정 서기관한테 가서 얘기했어. 지금 여기서 점수 안 고치면 안 된다고.]

다음 심사 단계인 사업 계획 발표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대한체육회 실무자/2016.7.31 통화 : 서류 작성할 때도 웬만하면 외주 맡기라고 내가 얘기했잖아요. 너무 차이가 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PT(발표평가) 남았으니까 PT는 좀 준비 잘해서….]

문체부 서기관과 대한체육회 직원은 사업공모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해 3월부터 K스포츠재단 직원과 함께 후보 지역을 다니며 뒤를 봐줬습니다.

노골적으로 K스포츠재단을 밀어줬지만,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K스포츠재단은 최종 선정에서는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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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결국 이 사업에 K스포츠 재단은 선정이 안 됐군요. 그런데 이 평가 조작 사실을 대한체육회 측은 인정하는 겁니까?

<기자>

제가 통화 내용에 등장한 대한체육회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진위를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부인했는데 통화 녹취를 갖고 있다고 이야기하니까 "K스포츠재단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한 말일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들어보신 것처럼 평가 조작에 대한 경위가 매우 구체적이어서 단순한 위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거점 K 스포츠클럽' 운영이라는 게 어떤 이권이 있길래 청와대랑 다 나서서 이렇게 K스포츠재단 이권을 주려고 했나요?

<기자>

거점 K 스포츠클럽은 지역별로 운영 중인 지역 클럽을 관리하는 일종의 관리자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거점 K 스포츠클럽 한 곳에 매년 정부 예산 8억씩 3년 간 24억 원이 들어가고요, 거점 클럽이 관리하는 지역 클럽에도 매년 2억에서 3억 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단순 계산해도 해마다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게 되는 셈인데요, 정부 계획을 보면 거점 클럽을 전국에 10개, 지역 클럽은 228개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청와대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수백억 원의 예산을 K스포츠재단이 주무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청와대 문건을 보면 K스포츠재단을 스포츠클럽 중앙지원센터로 만들라고 문건에 나오는데, 이건 무슨 의미입니까?

<기자>

앞서 보신 리포트에도 나왔지만, 청와대가 만든 문건입니다.

이 문건을 보면 청와대 계획대로 중앙지원센터를 K스포츠재단에 맡기겠다고 나오는데 이 재단에 역할을 맡기게 되면 지금까지 대한체육회가 운영해오던 역할이 K재단으로 넘어가게 되는 겁니다.

여기에 최순실 씨의 회사 더블루K는 컨설팅과 마케팅 비용의 명목으로 클럽 한곳 당 1억 원씩 챙기려고 했습니다.

사실상 이 사업이 재단과 더블루K가 관장하게 되는 셈인데 이렇게 되면 컨설팅과 마케팅을 맡게 되니까 수백억 원의 예산을 갖게 되는 것이고요, 그리고 또 재단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앞서 밝혀졌듯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통합 재단을 만들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 통합재단의 수익 기반사업으로 삼으려 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아까 이야기대로, 그야말로 '통째로 가져가고 싶어 했다'는 말이 정확한 이야기군요. (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하 륭, 영상편집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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