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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휘영청 밝은 달 아래…정월 대보름은 '연인의 날'이었다?

[라이프] 휘영청 밝은 달 아래…정월 대보름은 '연인의 날'이었다?
오늘(11일)은 음력으로 1월 15일, 민족 대명절 정월 대보름입니다.

올해 보름달은 서울을 기준으로 저녁 6시 27분에 뜰 예정인데요, 가장 높이 떠 있을 시간은 새벽 0시 25분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이 날, 우리 조상들은 풍요와 안녕을 기원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세시풍속 중 상당수가 대보름날과 관련된 만큼 정월 대보름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날입니다.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정월 대보름의 몇 가지 세시풍속들과 원래는 '연인의 날'이었던 과거의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한 해 행복 빌었던 대보름…가축들까지 챙겨

먼저, 어떤 세시풍속들이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많은 분이 아시는 '부럼 까기'는 새벽엔 땅콩이나 잣, 호두 등 견과류를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물며 부스럼 하나 나지 말라고 했던 풍습입니다.

또 귀가 밝아져 일 년 내내 기쁜 소식만 듣기를 기원하며 귀밝이술(耳明酒)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셨고, 보름날 이른 아침엔 주위 사람들에게 '내 더위 사가라'며 더위팔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날은 세 집 이상 남의 집 밥을 얻어먹으면 그해 운이 좋다고 해서 이웃 간에 오곡밥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약밥도 만들어 먹었지요.

저녁에 보름달이 솟아오르면 가족들이 모두 나와 '달맞이'를 하면서 저마다 소원을 빌고, 논이나 밭의 두렁에 불을 질러 잡귀와 해충을 쫓는 '쥐불놀이'를 했습니다.

또 '달집'을 만들었다가 달이 떠오를 때 태우면서 그해 풍년을 빌었습니다.
저녁에 보름달이 솟아오르면 가족들이 모두 나와 '달맞이'를 하면서 저마다 소원
사람만 정월 대보름을 쇠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날은 가축들도 특별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소에게는 특별히 밥과 나물을 섞어서 줬고, 약밥을 까마귀에게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개에게는 반대였습니다. 종일 밥을 굶기다가 달이 뜨는 늦은 저녁에 줬는데요, 그 이유는 보름날에 밥을 주면 그해 여름에 파리가 많이 꼬이고 개가 마른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여러 끼를 굶어 배가 무척 고픈 처지나 명절 같은 날 제대로 지내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개 보름 쇠듯 한다'라고 하는 속담도 생겨났습니다.

정월 대보름은 신라 시대 판 밸런타인데이?

정월 대보름은 젊은 남녀들이 밤새 데이트를 하면서 사랑을 고백할 수 있었던 날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신라 시대 때는 '탑돌이'라고 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탑돌이'는 원래 대보름날이나 사월초파일에 스님과 신도들이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면서 탑 주변을 도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차츰 민속놀이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때 동네 처녀와 총각도 나와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마음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만나 평생을 약속하는 이들까지 있었다고 하네요.
이날 만나 평생을 약속하는 이들까지 있었다고 하네요.
'보름병'이라는 말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탑돌이를 하다 만난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생긴 상사병을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그런 말까지 생긴 걸 보면 얼마나 탑돌이가 성황리에(?) 진행됐는지 짐작됩니다.

'탑돌이'는 시간이 흘러 조선 시대까지 내려옵니다. 이런 배경엔 이른바 '통행금지' 때문에 '탑돌이'가 청춘 남녀에게 더 인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밤 10시쯤 종각의 종이 28번 울리면 '인정(人定)'이라고 해서 한양 사대문 안 사람들의 통행이 새벽 4시까지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1년에 딱 두 번, 정월 대보름과 사월초파일에는 통행금지가 해제됐습니다.
1년에 딱 두 번, 정월 대보름과 사월초파일에는 통행금지가 해제됐습니다.
평소 나올 수 없는 늦은 밤, 젊은 남녀가 함께 탑을 빙글빙글 도는데 그 설레는 마음을 어찌 모를까요.

하지만, 이런 모습이 조금 과했는지 조선 세조 때는 지금의 서울 탑골공원인 원각사(圓覺寺)에서 행해지던 '탑돌이'가 풍기문란이라는 이유로 '금지령'까지 내려졌다고 합니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한 해의 소망을…

'설은 나가서 쇠어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 이런 속담을 아시나요?

요즘에야 설이나 추석 정도만 우리의 큰 명절로 생각합니다만, 옛사람들에겐 이처럼 보름도 상당히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부득이 일이 생겨 설에는 집에 가지 못했어도, 한 해 풍년을 소망하고 준비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는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농업 중심 사회에서 대보름 뒤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농사짓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가족이 모여 한 해의 행복을 함께 희망한다는 건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오늘 밤 가족과 함께, 혹은 함께 하는 마음만으로라도 밤하늘 대보름달을 보며 올해 소망을 하나씩 빌어보시면 어떨까요?

(기획·구성: 김도균, 송희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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