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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美 달러화는 어디로?…트럼프 정부의 엇박자 신호

[월드리포트] 美 달러화는 어디로?…트럼프 정부의 엇박자 신호
모든 면에서 파격을 거듭하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전후에 그만큼 환율과 관련해 직설적인 표현을 지속적으로 쓴 미 대통령은 없다고 합니다. 취임 전에 이미 "달러화가 너무 강세라 미국 기업들이 경쟁을 할 수가 없다"고 하더니 지난 주 제약회사 임원들에게는 "중국,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 '얼간이' 같은 미국은 앉아서 당하고 있다"고 불을 뿜었습니다. 같은 날 그의 한 참모는 "유로화 가치 하락을 통해 독일이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거들었습니다. 그들이 언급한 중국과 일본, 독일은 대표적인 대미 무역흑자국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트럼프의 뜻대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가 덩달아 늘어날까요? 지난해 미국의 실업률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4%대 중후반을 줄곧 기록했고 무엇보다 시간당 임금이 상승하는 국면에 있었습니다. 

우선, 현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들과 미 달러화 약세장이 함께 가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의회를 설득해 약속한 공약들을 대부분 실천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과감한 감세, 규제 완화 등으로 경제가 잘 돌아간다면 물가가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금리를 올려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데 이는 곧 달러화 강세장을 의미합니다.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연준이 예고한 세 차례를 넘어선다면 미국으로 쏠리는 글로벌 자금들은 달러화 강세를 더 부추기게 될 것입니다.   

다음, 하루가 멀다하고 멕시코에 쏟아냈던 장벽 또는 관세 관련 발언들은 약달러에 도움이 될까요? 멕시코와의 국경에 못다 지은 장벽을 짓기 위해서는 길부터 닦아야 할 지역이 많다고 하는데 이 모든 비용을 멕시코산 제품에 부과하는 20%의 국경세로 충당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트럼프를 찍은 유권자들이 20%나 가격이 오른 멕시코산 '아보카도'를 사먹어야 한다면 볼멘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요? 멕시코산 아보카도는 미국의 거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결국 20%로 책정한 국경세 만큼은 아니겠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달러값이 오르는 쪽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무역수지와 환율, 일자리의 상관관계입니다. 각국 통화가치의 변동과 일자리 수가 전혀 무관하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게 경험적인 분석이라고 합니다. 미국만 놓고 봤을 때는 자체 산업 경쟁력과 자동화 등의 영향으로 줄어드는 일자리 수가 더 크다는 것이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을 쓸 수도 없는 산업 경쟁력이나 자동화 부문 대신 외부로 화살을 돌릴 수 있는 환율 문제는 트럼프 정부에게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원화 환율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무역상대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지금까지의 외교적 관례를 넘어선 게 분명합니다. 미국 기업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인 약달러 정책을 쓰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짧게는 몇 달, 적어도 올해 안에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이 안착된 이후에는 달러화의 방향을 둘러싼 어긋난 신호가 나오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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